꺼진 불씨는 다시 보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 뒤로는 서두르지 않을 것이다. 어떤 속도로 가든, 그가 있어야 할 곳인 그 거리들은 여전히 거기 있을 것이다.
윌리엄 트레버 <그의 옛 연인>中
최근 보면 전 남친들이 이별을 인정할 수 없다며 여친을 폭행하는 사건을 심심치 않게 접했습니다. 가슴 아프면서도 왜 그러는 거지?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분명히 당신의 어떤 지점을 받아들일 수 없어서 이별이란 선택을 했을 겁니다. 그러면 여기서 저는 이런 의문점에 봉착하게 됩니다.
사람은 바뀔까? 누군가에 의해 바꿀 수 있을까?
겉으로 보이는 행동은 바꿀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 행동 이면에 감춰진 자기 성격은 못 바꿉니다. 사람이 본성대로 못 살면 피곤해요. 아무리 사회화가 된다고 하지만, 사회에 나를 맞추는 과정에서 내가 자신 없는 모습까지 보여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것은 필연적으로 나에게 내적 스트레스를 만들어 줍니다. 사회 생활을 할 때에도 그런데 연애할 때까지 그럴 순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견을 전제로 말씀드리는 거지만, 사람 못 바꿉니다.
못 바꾸는 내 성격의 어느 한 모난 부분이 상대에게 굉장히 아프게 다가오고, 그것으로 인해 만들어지는 거리감이 이별이라는 아픈 선택을 하게 만든 것입니다. 대개 이별은 확실한 원인이 있습니다. 사랑을 할 때에는 그 사랑에 빠지는 순간이 그렇게까지 분명하지 않은 것 같아요(제 경험상). 그런데 이별은 다릅니다. 이별이란 것은 물론 서로에게 아픔을 가져다 주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별을 선택하는 것은 나를 지키기 위한 방책일 수도 있겠죠. 제가 취준생 아이들에게도 얘기하고, 2018년 한국을 정의하는 단어가 '각자도생'이었습니다. 개개인에게 떨어지는 파이의 크기는 갈수록 줄어들고, 그 파이를 조금이라도 안정적으로 쟁취하기 위해 경쟁하고, 그 경쟁의 와중에 우리란 단어는 잊혀지고, 일단 나부터 살자가 세대 불문 모두의 머릿속에 잡혀 있죠. 저는 이 경향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나를 잃어 버려 가면서 남을 챙기는 것만큼 슬픈 일도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별을 선택하는 상대를 너무 비난하거나 이별을 돌리려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 사람도 살아야죠....
지금까지 돌이켜 보면 저도 이별의 여러 유형을 겪었던 것 같습니다. 제 잘못도 있었고, 서로의 잘못도 있었고, 서로의 무관심도 있었고. 이별을 선택하기도 했고, 이별을 선택당하기도 했습니다. 대개 이별을 선택당할 때는 죽을 만큼 아프더라구요. (다른 분들도 공감하시겠지만, 제 의지와 무관하게 이별당하는 건 아픕니다) 그 이별을 인정하기 싫어서 정말 구질구질하게 들러붙었지만 그 사람의 마음은 얼음장과도 같았습니다. 단호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시간이 꽤 오래 지나서 이 이별을 되짚어 보면 내가 많이 부족했음을 알게 됩니다.
저와 이별을 겪은 이가 다른 곳에서 행복했으면 합니다. 저와의 기억은 그냥 앨범 속 어린 시절 사진 보듯이 소소한 추억으로 남겨 두고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물론 여전히 제 이별의 기억들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저를 쿡쿡 찌르기도 합니다. 그것들이 저에게 자극이 되고, 그 자극이 반복되면 흉터로 남겠지만, 그 흉터마저도 감싸 안아야 하는 게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 글이 어떤 이에게는 잊고 있던 상처를 끄집어내게 만드는 요인이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도 아픈 마음을 감추지 말고 꿋꿋하게 꺼내다 보면 아픔을 마주해도 무감각해질 거 같아요. 무감각해지는 것 자체가 슬플 수도 있겠지만, 최소한 저에게는 무감각이 필요해 보입니다. 이 글을 쓰는 것도 그 노력의 일환입니다.
나이듬을 가장 경계하는 순간이 언제냐고 누군가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저는 관계를 만드는 것이 귀찮은 순간이 찾아올 때가 아닌가 라고 대답했습니다. 관계를 새로 만드는 게 귀찮고, 잘 만들 수 있을 지 두려워 기존의 관계를 안고 가지 마세요. 제 BJ명이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인 것처럼 때로는 위험해 보이는 폭탄을 안고 새로운 도전을 할 때, 그것이 주는 성과가 정말 달콤할 수 있을 테니까요. 물론 그 도전이 예상보다 달콤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럴 때는 도전 자체만으로 의미가 있었노라고 스스로를 위로해 주는 게 어떨까요? 저는 제 세상 속에서는 누구와도 비교 못할 정도로 사랑받아야 할 존재니까요. BTS가 맨날 하는 말을 마지막으로 글을 정리합니다.
Love mysel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