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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리하리 Nov 28. 2018

글과 말의 호소력을 더하는 '디테일'

끊임없이 궁리하면 디테일이 분명히 나온다

기억 속에서 그 시간은 한없이 늘어나기도 하고 단숨에 줄어들기도 했으니까. 기억의 세세한 장면들을 느끼려고 하면 시간은 축소되어 보잘것없이 느껴졌다.


김금희 <경애의 마음>中



취업일기를 쓰면서 언급하는 서두치곤 너무 감상적이긴 하지만 여러분이 자기소개서를 쓸 때, 키보드 앞에 앉아서 드는 생각이라고 여겨지기에 한 번 언급해 봤다. 제가 진하게 표시해 둔 '기억의 세세한 장면', 우리는 자소서 쓸 때 어떻게든 기억하려 한다. 나는 그것을 디테일이라고 명명한다. 이 디테일의 차이가 나와 취준생들이 기억을 끄집어내는 결의 차이이고, 이것이 자소서의 차이를 만든다고 생각한다. 사실 자소서를 떠나 좋은 글을 결정짓는 요인은 바로 이 세세함이 아닐까 싶다.


아까 방송을 하면서 한 친구의 글 실력이 진일보한 것을 보며 내가 주장하는 디테일이 친구들에게 어느 정도 체화되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지원동기 방송을 할 때였는데, 내가 항상 말하는 기업과 자신 간의 공통점을 어느 정도 맞춘 것을 보고 매우 반가웠다. 어떻게 이런 기특한 발상을 했느냐고 물으니 우선 자기 경험 파헤치기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자신이 한 여러 경험 중 사람 중심의 가치관을 갖게 한 경험을 떠올렸다. 더 기특했던 것은, 이전에 나에게 자소서 의뢰하는 동안 단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던 경험이다. 그 경험에서 '사람 중심'이란 타이틀을 잡은 뒤 구글링 검색을 할 때, 지원하고자 하는 회사 이름과 사람 중심이라는 키워드를 같이 치니 그럴싸한 뉴스를 발견해 왔다. 둘을 연결시킨 결과물을 보여 주니 (물론 내 성에 차는 완성도 있는 글은 아니었지만) 크리에이터 입장에서 보는데 기분이 너무 좋았다. 내게 혼나기 싫어서 열심히 고민했다고 겸손하게 말하는 친구의 얘기를 들으니 방송을 하고 글을 쓰면서 초지일관 나의 메시지를 전달했던 것이 보람이 없는 일은 아니었다는 생각에 뿌듯한 오후를 보냈다.


이 친구의 성장 사례만 봐도 알 수 있듯이 '기억의 세세한 장면'은 내 머릿 속 어딘가에 흐릿하게 남겨져 있다. 그 흐릿함을 또렷하게 만드는 것 역시 스스로 할 수 있다. 내가 항상 얘기하듯이 취준생들은 자기 소개서를 쓸 때, 정말 귀찮아 한다. 그래서 나는 방송을 통해서 디테일해 보이지 않는 자기소개서엔 가차없이 칼을 들이민다. 확실히 사람은 외부의 자극이 있어야 좀 더 깊은 고민을 하기 마련이니까. 자, 그렇다면 디테일하지 않은 자기소개서/면접의 유형을 살펴보자.


#1. 지원한 적 없던 산업군/직무에 지원하는 경우


기획 직무만 지원하던 사람이 기획 TO가 안 나서 인사 직무에 지원하는 경우던가 혹은 금융 쪽만 초지일관 생각하면서 관련 경험과 경력을 열심히 쌓던 친구가 사무직을 지원해야 하는 경우도 존재한다. 왜냐하면 대한민국의 기업들이 전반적으로 불황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보니 뽑을 수 있는 여력도 적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조금 관련성이 떨어지는 데를 지원할 때, 사람들은 대개 자신 없어 한다. 문제는 그 부족한 자신감이 글에도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것이다. 나의 매력을 어필해야 하는 자기소개서에서 내가 아닌 다른 이의 모습을 보며 회사에 지원하게 된다는 결심을 전하는 자기소개서를 보면 나만의 디테일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대개 여러분들이 지원하는 산업군의 범위가 굉장히 좁은 경우가 많다. 그 산업군(예: 의약/바이오)이 한창 잘 나간다면 참 다행이다. 기본적으로 잘 나가는 산업군은 전체 시장 규모가 크고, 그 큰 규모에서 사람들을 많이 뽑는다. 그래서 거시적 산업군의 동향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취업난과 연속된 불안감에 시달리고 있는 취준생들은 이 상황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만 고집할 가능성이 적다. 아니, 고집을 하는 친구들도 더러 있지만 나는 그 친구들에게 정말 배포 있다고 말하곤 한다. 대부분 내가 정말 일하고 싶은 산업군 외에 다른 산업군도 지원해야 하는 경우도 생기게 된다. 그 때, 어김없이 여러분들의 디테일이 떨어지게 된다. 두 가지 경우 모두 디테일을 좌우하는 것은 나만의 확신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2. 스스로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경우


되고 싶다는 생각만 머리에 가득해 내 진짜 모습에는 관심이 없다. 회사의 인재상 쳐다보고 직무가 어떨지 찾아본다. 아니, 정확히는 찾아보지도 않고 직무가 이러할 거다 정도만 대충 머릿속에 떠올려 본다. 인재상도 타이틀 단어가 있고, 그 단어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회사마다 다르다. 그 다름을 캐치하고, 그 논리에 맞게 자소서 구성을 한다면 참 좋겠지만 많은 분들이 그렇게까지 자기소개서에 정성을 기울이지는 않는다. 기본적으로 "대충" 생각해 나온 결과물들에게서 디테일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건 자기소개서가 아니라 다른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로 통용되는 논리이다.


스스로에게 디테일을 가하기 위해서 내가 추천하는 방식은 기저에 깔리는 나의 거시적 생각과 그 위에 양념처럼 얹어질 미시적 생각 모두 해 봐야 한다는 것이다. 나의 거시와 나의 미시가 충돌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 상반된 성격들이 공존한다는 것은 충돌이 아니다. 융합이다. 어떤 과정을 거쳐 이 반대되는 성격들이 내 안에서 화학 작용을 일으켰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 그것이 나 스스로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과정이다.




내가 이 일을 하기 전까지만 해도 나의 세세한 장면들이 떠오르지는 않았다. 그러나 글이란 걸 쓰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집중해야 한다. 특히 자소서는 더 그렇다. 내가 본보기가 되어 나의 이야기를 먼저 샘플로 만드는 데 시간과 에너지를 많이 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 세세함들이 내 눈 앞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게 되었다. 안 되는 건 없다. 취준생 여러분들도 나처럼 숙고를 통해 경험들을 자유자재로 변신시키고, 같은 경험에서도 여러 가지 의미를 추출해 낼 수 있기를 바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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