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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리하리 Dec 08. 2018

모바일 간편결제 시장을 바라보다

스마트 카드에서 스마트 플랫폼으로

이 글은 유비벨록스란 회사 면접을 앞두고 있는 친구를 위해 쓰겠다고 공언했습니다. 말은 해 놨는데 스마트 카드, 스마트 모바일, 스마트 카 이렇게 크게 세 축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회사인데 지금도 관련 글을 어떻게 써야 할지 굉장히 막막합니다. 일단 모바일 결제 시장을 먼저 건들기로 마음 먹은 것은, 유비벨록스의 2대 주주가 현재 NHN엔터테인먼트입니다. 

회사 이름만 보면 연예기획사인가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이들이 론칭해서 하는 서비스가 페이코입니다. 원래 이들에게 투자를 많이 했던 곳이 현대자동차였는데 이들이 투자금액을 회수했죠. 페이코를 많이 쓸까 생각했는데 조금만 알아보니 깜짝 놀랐습니다. 제가 사용하는 폰이 좋은 폰이 아니라서 결제 과정에서 쓰지 않을 뿐이지 예상보다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모바일/스마트 결제로 물건 값을 지불하는 경우가 엄청 많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여기서도 느꼈지만, 제가 안 쓴다고 해서 시장의 거시적 변화를 외면해서는 안 되겠다고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거두절미하고, 시장을 좀 보면 역시 선두는 삼성페이입니다. 삼성이 최근 소프트웨어 쪽에 투자하는 비중은 가히 경이로울 정도입니다. 이미 하드웨어 기기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입지를 굳히고 있지만 최근 주요 IT기업들의 무게 중심이 소프트웨어 쪽에 쏠리면서 삼성도 변화를 선택했습니다. 사실 지금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만들었던 이들이 맨 처음 투자를 위해 찾아간 곳은 삼성이었다고 하죠? 해명은 아니라고 하는데, 뭐- 믿거나 말거나고, 이 기사에서 지적하는 것처럼 결과론에 지나지 않습니다. 생각해 보면 모든 비즈니스가 결과를 역으로 분석하며 인사이트를 뽑아내는 거긴 하죠.

그래서 그런지 삼성전자에서 이번에 삼성페이에 사활을 건 모양새입니다. 실제로 삼성페이를 많이들 쓰고 주변에서도 삼성페이 결제하는 이들, 삼성페이 인식 기기를 설치해 둔 가게도 많습니다. 이는 결과로 나타납니다. 하드웨어 기기를 자체적으로 만들 수 있고, 여기에 삼성페이를 무조건 넣어 뒀기 때문에 가능한 변화입니다. 저도 떠올려 보면 과음하고 카드를 잃어버리는 경우가 많은데 그것 자체가 손해 아니겠습니까?

네, 기사에도 나오듯이 오프라인 간편결제 시장은 삼성페이가 완전히 선점했습니다. 이전에 보여 주던 둔팅이 같은 행보에 비하면 발빠르게 오프라인 간편결제 시장을 장악했다는 사실이 놀라움을 자아내게 만듭니다. 루프페이를 인수해서 기존의 가게들이 갖고 있는 구형 단말기로도 결제가 가능한 것이 삼성페이의 빠른 확산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이런 변화에 뒤질새라 카카오페이도 최근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까지 넘보고 있습니다. 소상공인들에게 카카오에 신청하면 카카오페이 전용 키트를 보내준다고 합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온라인을 장악한 것은 카카오라는 것입니다. 이건 왜 그럴까요? 바로 온라인 플랫폼 카카오톡을 갖고 있으니까죠.


두 기업처럼 '압도적 강점'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삼성은 하드웨어였고, 카카오는 온라인 메신저 플랫폼이 그것이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다른 사업으로의 진출이 용이했습니다. 맞아요. 어떤 시장이든 시장을 리드하고 그 속에서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정말 잘 하는 것이 하나쯤은 있어야 합니다. 굳이 비즈니스가 아니라도 개인의 관점에서 봐도 마찬가지 같습니다. 개인도 하나의 기업과 동일하게 보고, 시장에서 고객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압도적 강점을 하나 이상 갖고 있어야 합니다. 비즈니스적으로는 캐시카우라고도 할 수 있겠죠? 


여하튼, 이 시장에 예상치 못한 경쟁자가 들어옵니다. 바로 서울시입니다. 그런데 관련 기사를 찾아보니 자체적으로 결제 서비스를 개발한 것은 아니더군요. 카카오, 네이버 등 주요 모바일 간편 결제 서비스들과 협약을 맺고 소상공인들의 수수료를 0%로 해 주겠다는 것이 골자입니다. 이 정책을 현실로 옮기기 위해서 혁신적 기술(신용카드-스마트폰 직접 연계)로 시장을 리드하는 삼성전자에게 위협을 주고 있습니다. 이 얼마나 코미디 같은 현상입니까? 국가기관이고 자신들의 공약을 달성하기 위해 몰아주기를 하다뇨?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QR코드를 통한 실시간 계좌이체 기술을 쓰는 곳이 카카오가 유일한데, 이것으로 표준을 정해 버리면 카카오 몰아주기에 지나지 않는 꼴입니다. 관치가 주도하는 미래는 시간이 지날수록 경쟁력이 떨어집니다. 소상공인 수수료 부담 덜어주기란 명목으로 다른 누군가에게 그 짐을 떠넘기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답답합니다. 같이 살던 친구랑 항상 하던 얘기가 "페이스북이나 애플이 정부 지원 받아 컸냐?"입니다. 정부 지원 받고 투자 받는 기업들의 말로는 (모두 다 그런 건 아니지만) 좋지 않습니다. 대표적 예로, 얼마 전에 사회적 기업에 선정됐다고 해서 읭?했던 강연 전문 기업 마이크임팩트가 있습니다. 빚을 내서라도 월급을 지불해야 하는 것이 마땅한 경영자가 도덕적 해이로 월급을 주기는커녕 직원들에게 폭언을 일삼으며 소중한 그들의 커리어에 훼손을 입히기도 했으니까요.


QR결제가 보편화되는 것은 확실히 유비벨록스에게 위협입니다. NFC카드가 현재 매출의 대다수인 회사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실제로도 팅크웨어를 인수하고, 스마트 카 솔루션 쪽으로 사업의 무게 중심을 옮기고 있기도 합니다. 이들의 변화가 옳은 방향이라고 느껴진 것은 스마트 기술을 활용한 플랫폼 시장이 이제 막 커지고 있다는 것을 확인한 뒤부터입니다. 이 기술들이 집약되어 있는 플랫폼이 하나 있는데, 바로 '스마트 시티'입니다. 세계적 IT기업들은 이미 스마트 시티를 Turn-key로 만드는 솔루션을 개발해 판매에 나서고 있습니다. 자신들이 그간 닦아 왔던 기술력으로 새로운 스마트 라이프 플랫폼을 만들려는 유비벨록스에게 호재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중요한 것은, 현재 '매출'은 없습니다. 사업 이동을 위해서는 절치부심의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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