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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리하리 Nov 26. 2018

OEM신발 시장을 거시적으로 보다

비용 최소화라는 비즈니스의 본질 한 가지를 꺼내 들다

오늘 글 역시 곧 창신INC 면접을 앞두고 있는 친구를 위해 작성한 글입니다. 이 친구는 이 파트와 전혀 관련 없는 공대를 전공했고, 이전 회사도 전혀 관련 없는 곳이었습니다. 직무적으로는 연결고리가 있을 지 모르지만, 일단 회사에 지원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이 회사, 시장에 얼마나 관심이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조사하고 정리하는 것이 물론 모든 조건을 충족할 수는 없겠지만, 손 놓고 있기보다는 이 정도 이해는 하고 가야 추후 일을 하더라도 내가 맡을 일의 성격을 가늠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일단 친구가 지원하는 창신INC는 나이키가 전세계에 두고 있는 주요 OEM신발 업체 중 한 곳입니다. 나이키는 디자인, 컨셉, 마케팅, R&D 등 뽀대날 만한 것들만 지네가 WQ에서 하고 있고, 생산 파트와 같은 영역은 다른 회사들에게 일종의 외주를 줍니다. 사실 나이키가 그간 쌓아 올린 브랜딩의 힘 때문에 본사에서 갑질을 해도, 단가 압박을 해도 울며 겨자먹기로 이에 응할 수밖에 없는 것도 현실입니다(ㅠㅠ). 더욱더 이 산업군은 효율성, 비용 절감 등이 정말 중요하죠. 나이키의 가장 큰 경쟁자로 떠오르고 있는 뉴발란스 회장의 2012년 인터뷰인데요. 이 인터뷰를 통해서도 OEM신발업체, 더 나아가 신발 산업군에 종사하는 이들이 가져야 할 마인드가 어떤 건지 여실히 드러나 있습니다.


꽤 인터뷰가 깁니다. 인터뷰 하단부의 트렌드, 라이프 스타일, 패션 등과 같은 영역에는 그닥 눈이 가지 않더라구요. 지원하는 친구가 생산관리_PM이기도 하고, 그 분야에 대해서는 웬만한 매니아 분들은 꿰고 계실 거라 생각해서요. 저는 이상한 습관 같은 게 있는데, 자소서 써 주는 일을 하면서 산업군의 화려한 전면보다는 일반 사람들 눈에 잘 띄지 않는 뒷면에 관심이 가더라구요. 실제로 돈이 움직이는 파트는 우리가 험하고 꺼려하는 뒷면이라는 것을 나이가 들고 이 일을 하면서 조금씩 알아가게 되었습니다.


좀 딴 소리긴 한데, 동대문 평화시장이 가장 핫한 시간대는 새벽 3-4시입니다. 그 때 그 도매시장에서 물건(옷 혹은 원단)을 떼서 쇼핑몰 등 직접 판매 업체 등에 납품하는 방식이니까요. 오토바이가 굉음을 내며 거리를 누비고, 형형색색의 옷들이 트럭에 쌓여 있는 모습을 보고 저도 모르게 눈쌀이 찌푸려졌습니다. 그 때, 옆에 있던 친구가 말해 주었습니다(참고로 그 친구의 어머니가 동대문 평화시장에서 오랫동안 도매상을 하셔서 그 곳의 원리를 잘 알고 있더군요).


야, 여기가 돈이 도는 곳이야.

비즈니스의 본질은 저는 단순하다고 생각합니다. 비용을 적게 들이고, 매출을 향상시키는 거죠. 생산 파트에서는 후자보다는 전자에 집중해 수익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래 기사처럼 신발 제조 공정에 로봇을 투입하는 것도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했을 때, '비용 절감'의 일환이라고 보여졌습니다.


접착, 조립, 적층 공정 모두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고 현재의 기술력으로는 수작업에 의존하는 비율이 굉장히 높습니다. 그런데 인건비 상승으로 인해 신발 회사들이 부담하는 비용이 늘고 있고, 그것이 고스란히 단가 상승으로 이어집니다. 이는 가격 경쟁력 저하로 직결되기 때문에 반드시 해결될 필요가 있는 문제입니다. 고도화된 로봇의 등장은 어찌 보면 필연적인 거라고도 볼 수 있겠네요.


로봇과 같은 기술력을 가미하는 고민 이전에도 OEM신발 회사들은 자기들만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치열하게 고민해 왔고, 그것을 실천으로 옮겨 왔습니다. 창신INC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업계 최초로 도요타 생산 방식을 집어 넣은 것은 일종의 '혁신'으로 치부됩니다. 재고를 최소화하고, 분/초 단위로 생산성 누수를 막기 위해 물샐 틈 없는 계획을 짠다고 (쉽게 정의내리자면) 볼 수 있는 도요타 생산 방식을 채택한 베트남 창신비나 공장은 전세계 나이티 OEM 공장들의 모범 사례로 평가될 정도였습니다. 


우리나라는 'First follower'적 색채가 강했습니다. 신규시장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자본과 기술력 등 노하우가 있어야 하는데 그것을 구축하는 것이 사실 쉽지는 않습니다. 화장품도 그렇고, 제약도 그렇고 OEM/ODM이나 수탁 등을 통해 자체 브랜드 구축이나 개량/혁신신약 개발에 들어가는 천문학적 시간과 비용을 최소화하고 빠르게 시장의 한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지요. OEM신발 시장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이제 와서 나이키, 뉴발란스 같은 세계적 브랜드를 만들자고 아무리 주창해도 쉽게 그것이 나올 리 만무합니다. 다만 우리는 우리만의 방식대로 전세계, 전산업군에서 점유율을 차지하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혹자는 말합니다. "세상에 아예 없던 것을 내놓는 것이 혁신"이라고. 그런데 과연 세상에 아예 없던 것이 이제 있을까요? 물론 블록체인을 통해 그 가능성을 점쳐 볼 수는 있지만 개인적으로 아이폰이 나온 이후로 비즈니스는 퍼플 오션적 성격이 강해졌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핸드폰과 MP3 모두 아이폰 출시 전까지 모두 있던 제품들입니다. 그 제품들을 결합해 만들어낸 결과물은 세상에 엄청난 충격파를 안겨 주었지요. 이미 자신들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리딩 컴퍼니 옆에서 그 노하우를 배운다고 해서 그 회사들을 혁신적이지 못하다고 평가 절하해서는 안 됩니다. 그들도 그 나름대로 효율성 극대화를 모색하며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해 몸부림 치는 중이니까요. 이런 노력들이 있었기 때문에 몇 년간 침체일로를 겪던 부산 신발업계가 다시 살아나고 있지 않습니까? 산업도, 비즈니스도 모두 돌고 돕니다. 누구에게나 기회는 한 번 이상씩 오는데 그 기회를 잡기 전에 얼만큼 철저히 준비했고 버텨 내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사실 이것은 저 스스로에게도 하는 메세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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