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해묵은 숙제를 해결하는 시발점이지만, 인간을 긴장시키는 요인
최근의 기술 발전 트렌드를 보면 약간의 숨고르기를 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몇 년 전에 한창 세상을 놀라게 했던 일대 사건들로 대변되는 기술들이 이제는 세련미를 더하고 있습니다. 기술에 세련미가 더해진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한 마디로 '사람에 거의 준하는'이라고 봅니다. 기술이 사람과 차이가 없어지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현재의 기술만 본다면 사람의 역할을 보조하는 수준에 지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인류는 지금 이 순간에도 그 기술의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해 부단히도 노력 중이고, 조금씩 성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사례는 인간의 신체와 감정, 두 가지에 있어 제약을 넘어서는 기술의 현 단계를 보여주는 대표적 케이스입니다.
#1. 전신 마비 환자를 대체하는 아바타 로봇
전신마비 환자들도 카페에서 서빙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소식입니다. 전신 근육이 마비되는 ALS를 누구도 걸리고 싶어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환자들의 자발적 의지가 전혀 반영되어 있지 않은 질병으로 고통받는 이들의 사회 생활 기회는 그간 박탈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들도 힘들겠지만, 이 분들의 가족들은 환자들을 돌보는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어가게 됩니다. 이런 이중 고통에서 조금이라도 짐을 덜어드릴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이 로봇의 존재입니다. 로봇이 그들의 아바타가 되어 일을 대신 해 준다면 1차적으로는 입원 및 치료에 따른 경제적 부담도 덜고, 2차적으로는 그들이 자신들의 삶에 좀 더 보람을 느끼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제 조금 더 미래가 된다면, 전신 마비 환자들 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불만이 많은 사람들도 대리 만족을 유발할 수 있는 로봇을 아바타 삼고, 자신이 조종하게 만듦으로써 각자의 삶에 이전보다 훨씬 더 만족하게 될 것입니다. 물론 이것이 극심해지면 나에게 만족을 주는 로봇들이 나인양 착각하는 부작용이 생길 지도 모르지만 일단 제가 보는 입장에서 이 로봇의 상용화는 긍정적으로 보입니다.
#2. 나의 세밀한 표정을 완벽히 재현하는 VR아바타
어렸을 적부터 지금까지도 취미삼아 하는 것이 위닝 게임이다. 몇 년째 하다 보면 위닝 기술의 진화를 볼 수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우리가 실제로 보는 선수들의 얼굴과 갈수록 게임 속 선수들의 얼굴이 흡사해진다는 사실입니다.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그들의 표정 변화가 엿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골 넣을 찬스를 무산했을 때, 머리를 감싸는 것 등은 초기 위닝 버전에서는 볼 수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이제 이런 게임은 VR이란 기술을 만나 한층 더 진화하게 됩니다. 나의 아바타가 게임 상에서 나의 지시를 이행하고 미션을 완수하는 식으로 말이죠.
현재까지의 기술만 봤을 때, 가상현실 상에서 아바타가 고스란히 나를 보여주고 있다고는 확신을 갖고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실시간으로 변하는 감정을 아바타가 그대로 느낀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 간극을 메우는 요소가 바로 표정입니다. 누구라도 자신의 감정이 어떤 형태로든 표정에 드러나게 됩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위에 기술이라면 우리의 표정이 아바타에게 그대로 전달될 수 있다고 봅니다. 근육 운동을 통해 만들어지는 전류로 표정을 모사하는 아바타 기술이 조금만 더 발전한다면 감정도 훌륭하게 읽어낸다고 자신합니다. 이미 감정을 읽는 스마트 기기까지 나왔으니까 말입니다. 아래 기기와 이 아바타 기술을 적절히 섞였을 시, 훌륭한 시너지가 만들어질 것입니다.
예전에 영화 '아이-로봇'이란 것을 봤습니다. 로봇이 인간과 대결하고, 인간 위에 군림하려고 반란을 기획한다는 충격적 주제였습니다. 그 당시 영화를 보고 나서 뭔가 불편했지만, 한편으론 '에이 이런 상황이 오겠어?' 란 다소 안일한 생각도 있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이렇게 신체적 제약이든, 감정적 제약이든 이것들을 뛰어넘으려는 기술이 하나 둘씩 등장한다면 인간과 거의 차이가 없는 로봇이 나온다는 것도 시간 문제입니다. 현실과 가상의 구별이 무의미해지는 시대, 그것이 미래입니다. 당연히 지금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편리함을 안겨 주겠지만, 그 편리함에는 말로 형언할 수 없는 대가도 서려 있을 거라 조심스레 생각해 보며 글을 마무리 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