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랙티브 콘텐츠가 갖고 올 미디어 시장의 변화
#콘텐츠를 향유하는 이들도 콘텐츠의 전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시청자들이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콘텐츠를 일방적으로 소비하는 시대는 사실상 끝났다고 봐도 무방하다. 드라마 애청자들은 각자가 좋아하는 이른바 ‘최애 캐릭터’가 행복하기를 바라 왔지만 그 의견이 반영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몇 년 전만 해도 시청자들이 게시판에 몰려 들어가 자기가 좋아하는 배역을 맡은 배우를 살려 달라고 글을 올리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드라마 중 하나인 '미안하다 사랑한다' 속 남자 주인공도 시청자들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죽음을 맞이했다.
시간이 지났고, 이제 시청자들은 예전처럼 자신들의 의견을 허공에 날리기만 하지 않는다.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SKY캐슬’에서도 시청자들의 활동력에 있어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매회가 끝날 때마다 드라마 속에서 주요하게 다뤄지지 않은 화면이나 클리셰, 대사 등에 대해서 시청자들마다 각자 자신들의 주관적 관점을 더해 재해석을 한다. 그리고 이런 해석들이 인터넷 상에서 바이럴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SKY캐슬'의 홍보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이는 오늘 다룰 글의 주제인 촬영 현장에 있는 당사자가 아니라면 인터랙티브 콘텐츠와 정확히 맞아 떨어지는 글은 아니다. 인터랙티브 콘텐츠는 이것의 진화된 버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간단한 정의부터 설명드리면 주요한 순간마다 시청자들에게 두어 가지 선택지가 주어지고, 시청자들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결론도 여러 가지로 나뉘어진다. 오래 전부터 인터랙티브 콘텐츠가 소비자들을 만나 왔지만, 그 반응은 미온적이었다. 하지만 최초의 인터랙티브 콘텐츠가 나온 이후, 시간이 많이 흘렀고 필자가 꼽은 두 가지 사례는 시청자들을 충분히 유혹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
#1. 네이버 인터랙티브 동화
아이들에게 친숙한 명작동화 20편을 인터랙티브 콘텐츠 형식으로 재구성했다. 아이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5가지 이상의 다양한 결말을 준비해 아이들의 상상력을 높여 주는 식이다. 이 과정은 네이버에서 나온 스마트 스피커 '클로바'를 통해 아이와 동화 속 캐릭터가 대화하며 진행된다. 아이들은 그간의 일방향적 독서가 아니라 쌍방향 독서를 하게 된다. 이렇게 어렸을 때부터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아이들은 바로 다음에 소개할 넷플릭스의 '블랙미러: 밴더스내치'와 같은 시리즈물이 일상적인 거라 여기게 될 것이다. 흡사 지금의 1020이 유튜브를 영상 플랫폼만으로 치부하지 않고 검색 플랫폼으로 두며 생활 속에서 활용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2. 넷플릭스 ‘블랙미러: 밴더스내치’
밴더스내치는 넷플릭스에서 계속 방영되어 왔던 시리즈물이다. 그런데 이번에 나온 새로운 시즌에서 큰 변화를 주었다. 바로 인터랙티브 콘텐츠로 구성한 것이다. 사소한 것부터 결말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만한 것까지 시청자가 전적으로 선택한다. 그 선택에 따라 결말이 5가지로 나뉜다. 이 변화는 밴더스내치를 좋아하던 기존 팬들 에게도 신선하게 다가가겠지만, 이를 통해 밴더스내치를 잘 모르던 새로운 시청자들까지 흥미를 갖고 유입시키게 만들 수 있다.
인터랙티브 콘텐츠가 보여 줄 미래가 어떤 모습일까? 곧 창작자와 이들(팬)이 한데 어우러져서 초기 이야기 창작부터 다같이 interaction하면서 이야기의 뼈대부터 세워 나가는 시대가 금세 도래할 거라 본다. AI 스피커가 집집마다 완벽히 보급되면 1명의 시청자가 창작자나 편집자 못지않은 목소리를 낼 수 있다. 말 그대로 대강의 개요만 잡힌 콘텐츠가 우리에게 던져지면 실시간으로 거기에 시청자들이 각자의 생각을 집어넣어 이야기를 만들고, 그것이 드라마나 영화로 우리 앞에 펼쳐진다. 인터넷 상에서 네티즌들의 댓글들로 소설을 만들던 문화가 바야흐로 주류 문화에 영향을 미치는 격이다. 현재 작가들이 갖고 있던 이야기에 대한 결정권은 더 이상 그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는 곧 작가주의의 붕괴를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