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 가해자도, 피해자도 된다

진실과 거짓이 뒤섞여 있는 이 곳에 서서

by 하리하리

오늘은 상대적으로 좀 민감한 얘기를 해 보려고 한다. 꼭 제도가 아니라도 시장의 관점에서도 깃발을 먼저 꽂았다는 이유로 소비자들이 울며 겨자먹기로 그 개척자들의 뜻을 따라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 개척자들이 기득권을 갖게 되고, 그들의 카르텔을 깨는 것이 참 어렵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도전을 선택했고, 그 도전이 새로운 역사를 만들 수 있기를 기대하며 오늘도 노력 중이다.



피해를 입었다고 말하는 것은 더 큰 피해를 불러온다는 점이다. 아무도 피해자의 편에 서지 않는다. 가해자는 처벌받지 않고 아무런 불이익도 받지 않지만, 피해자는 더 큰 보복과 따돌림을 당한다.

가해자들을 지원하는 사람들과 보호하는 절차는 겹겹이 쌓여 있지만, 피해자를 위한 관심과 보호의 손길은 턱없이 부족하다.


김웅 <검사내전> 中



저 얘기가 논리적으로 성립되기 위해서는 꼭 갖춰져야 할 전제가 하나 있다. 가해자들은 오랫동안 우리 사회를 지배해 온 기득권층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 정부에서 그렇게 부르짖는 "적폐청산"이란 구호에 나오는 적폐가 생각해 보면 위 구절의 가해자들이라고 생각한다. 역사적으로 봤을 때에도 우리나라는 가해자들에게 죄를 묻는 절차를 소홀히 했고, 그 사이에 그들은 자신들의 장벽을 높이 쌓아 뒀다. 처음에는 그 장벽이 물렁했을 지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며 그것도 굳어지게 되었고, 태어났을 때부터 장벽을 보고 자라 온 사람들은 그 가해자들을 가해자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장벽 바깥에 있는 이들에게 그들은 동경의 대상이 된다. 규탄의 대상이 되어야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룸메이트 동생이랑 얘기하다가 우스갯소리로 한 말이 하나 있다. "대한민국은 돈 있는 사람들이 살기 좋아." 셀트리온의 서정진 회장처럼 전형적인 자수성가 과정을 거쳐 부를 축적하는 이도 있지만(물론 그 분이 지금의 위치에 올라가기까지 어떤 이면의 이야기들이 있을 지는 나도 잘 모른다. 하지만 알려진 바대로만 본다면 서정진 회장은 대한민국에서 찾아보기 힘든 자수성가의 전형이다), 또 많은 사람들은 부의 세습을 통해 지금의 호사를 누린다. 세습의 고리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역사적으로 대한민국이 변혁의 시기에 휩싸여 있을 때, 기회를 잘 잡은 경우다. 물론 그 기회를 잡은 것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 기회를 잡는 것도 능력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기회를 잡는 과정에서 다른 이들을 핍박하거나 아프게 했다면, 그것은 잘못된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일본이나 군사 정권 등 강한 자에게 의탁해 부와 명예를 얻었던 이들이 많다. 적폐는 별 게 아니다. 그들이 적폐이다.


공정하지 못한 방식으로 올라서는 이들을 우리는 적폐라고 하는데 과연 우리가 그들이 갖고 있던 특권을 갖게 된다면 어떨까? 잠시 생각해 보았다. 다른 분들은 모르겠지만, 내 경우에 한정지어 보면 나도 그들처럼 하지 않을 거라고 떳떳하게 말하기 쉽지 않았다. 뭐, 몇 달 지나긴 했지만 더불어민주당의 이해찬 대표도 민주당이 50년 이상 집권해야 대한민국의 썩은 뿌리가 뽑힐 거라고 말했다. 그 분들에게 다시 묻고 싶은 게 과연 적폐였던 이들과 오랫동안 단절한다고 해서 적폐 없는 사회가 만들어질 지 알 수 없다. 또 다른 유형의 적폐가 생기지는 않을까 우려된다.


누구나 기득권층에 올라설 기회가 열려 있는 것이 자유주의 국가의 특징이다. 중요한 것은, 그 기득권을 손에 쥐었을 때 얼마나 깨끗하게 기득권을 행사하고 때가 되면 미련 없이 그 기득권을 내려 놓을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 때가 오기까지 스스로를 끊임없이 담금질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이 모든 것은 역사가 알려줄 것이라 본다. 물론 역사 역시 이긴 자들의 기록이기 때문에 그들의 시선에서 쓰여지게 될 것이고, 어쩔 수 없이 편파적 시선이 들어가게 된다. 이런 식으로 가면 세상 무엇도 믿을 수 없지만 말이다(내가 좋아하는 카페 사장은 진실도 거짓도 세상에는 없다고 한다. 이 글을 쓰다 보니 그 얘기가 확 와닿는다). 마지막으로 이 질문을 던지며 마무리하겠다.


나는 과연 떳떳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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