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하고 낯섦이 곧 경쟁력
근 몇 년 새 우리 눈에 보이는 그대로의 색채를 구현하려는 TV 업계의 노력이 눈에 띈다. 퀀텀닷 TV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본 에디터가 말하고 싶은 것은, 컬러풀함의 위대함에 대해 경탄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다. 우선, 총천연색으로 덮여 있는 세상을 24시간 내내 마주하다 보면 그로 인해 우리 눈이 받는 압박감은 클 것이다. 오히려 단순한 색이 인간의 본질적 감정을 뒤흔든다는 것도 경험적으로 알고 있다. 색채에 있어 가장 단순하다고 여겨질 만한 것은, 바로 흑백이다. 우리에게 색채의 대가라고 알려져 있는 샤갈도 흑백의 판화를 다수 그렸다. 컬러풀한 세상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에게 흑백은 신선한 충격이고, 기존 상식에 대한 도전이다. 흑백이 컬러풀함이란 상식에 도전하는 여러 가지 모습들을 살펴 보고자 한다.
#1. 넷플릭스 <로마>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것 못지않게 이 영화에서 주목해야 하는 부분은 흑백 영화라는 점이다. 3D 영화가 홍수처럼 쏟아져 나오며 관객들을 현실과 영화 사이의 구별을 모호하게 하는 이 때, 로마의 선택은 새롭게 느껴진다. 아쉽게 작품상 수상에는 실패했지만, 이번 아카데미에서 외국어 영화상을 수상하며 평단과 대중으로부터 모두 인정받았다. 언제나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대중들에게 흑백 영화가 가장 세련된 미디어인 넷플릭스에 걸려 있다는 것만으로 관심이 갈 것이고, 그 영화의 작품성까지 훌륭하니 만족도가 높았을 것이다.
#2. 스마트폰 화면을 흑백 모드로
페이스북, 구글, 애플 등 주요 IT기업 출신들이 만든 '인도적 기술센터' 에서 스마트폰 중독에 빠지지 않는 여러 가지 방법을 제시하고 있는데 그 중 한 가지, 바로 흑백모드이다. 흑백모드가 가져다 주는 가장 큰 장점은 역시 눈을 편하게 해 준다는 것이다. 앱들의 색깔이 비슷해서 진짜 필요한 앱을 찾기 위해 눈을 많이 굴려야 하는 수고로움도, 여러 색깔을 뿜어내기 위해 쓸데없이 배터리를 소모시킬 필요도 사라집니다. 물론 이 흑백모드가 무조건 장점만 갖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컬러풀한 영상이나 사진만의 생생함은 덜하지만, 스마트폰 화면만 보다가 고개를 조금만 들어도 우리 주변의 모습들이 컬러풀 그 자체이니 흑백모드 스마트폰을 쓴다고 아쉬워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무엇보다도 흑백모드 덕분에 현대인의 질병 중 하나인 스마트폰 중독 현상에서 조금은 자유로워질 수 있다면 해볼 만한 시도가 아닐까 생각된다.
넷플릭스의 <로마>도, 인도적 기술센터에서 제시하는 흑백모드의 스마트폰도 모두 기존 상식에 대한 도전이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그런 도전들에 대해서 경외심을 갖는다. 대개의 사람들은 안주하려 하지, 도전을 선택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도전이란 단어만 들어도 우리는 가슴이 설렌다. 도전 못지않게 흑백이 주는 느낌 역시 고품격, 즉 프리미엄이다. 신라면 블랙이나 카카오 블랙 등 소비자들에게 기존에 각인되어 왔던 제품이나 서비스의 상징색에서 탈피해 새로움 혹은 고급화를 추구하려고 하면 언제나 선택하는 것이 블랙, 즉 흑백이다. 아마도 이 흑백이 주는 고급스러움이 큰 역할을 차지하지 않나 싶다. 트렌드가 돌고 돈다는 그간의 섭리를 생각해 봤을 때, 이제 막 태동하는 흑백 선호의 움직임이 곧 산업 전방위적으로 확장되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미디어와 IT기술은 그 시발점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