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세대에게 필요한 트렌드, 젠더리스
본인의 직업이 산업군과 기업을 불문하고 자기소개서를 editing하는 일이다 보니 정말로 다양한 스펙트럼의 산업군과 기업을 간접 체험하게 됩니다. 게다가 기업에서 신입사원을 뽑는 자기소개서 문항이 갈수록 진화해 트렌드를 묻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이번 상반기에 채용을 했던 LF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문항은 아래와 같습니다.
본인이 지원한 직무 관련, 가장 관심 있는 트렌드를 설명하고, 이를 LF의 사업영역에 활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기술해 주세요.(10행/600자)
저 역시 최신의 트렌드를 찾기 위해 인터넷을 뒤지다가 "젠더리스"를 발견합니다. 패션 분야에 있어 젠더리스는 약간 철지난 트렌드였습니다. 오늘 글 역시 젠더리스를 말한다고는 하지만, 패션 분야 혹은 뷰티 분야는 일부러 배제하려 합니다. 우리가 무의식 중에 넘겼던 분야에서 성차별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으며, 이를 깨부수려는 각계의 노력을 보여주고자 이 글을 씁니다. 특히 소개하는 두 가지 사례 모두 지금의 세대에게도 의미가 있지만, 다음 세대에게 더 의미 있는 트렌드라는 점에서 pick해 보았습니다.
#1. 남녀 구분 없는 AI 보이스, Q의 등장
전세계적으로 성별의 구분도 희미해져 가고 있고, 우리가 생물학이란 틀 안에서 정의 내린 남성과 여성의 성 정체성을 거부한 바이너리까지 등장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술의 탈을 쓰고 공공연하게 성 차별이 벌어지는 문제는 반드시 개선되어야 합니다. 우리 세대 이후는 더욱더 인공지능 스피커와 친숙해질 텐데 그 속에서 나오는 것이 밝고 쾌활한 여자 목소리 뿐이라면 다음 세대가 인식하는 성 역할 고착화 현상은 더욱 심해지리라 생각합니다. 이런 문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어떤 성도 떠오르지 않게 하는 목소리 Q의 등장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이를 위해 연구자들이 다양한 음성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를 혼합하는 연구를 거쳐 Q가 세상에 나오게 되었습니다.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이 목소리가 어색하게 들릴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런 어색함도 잠시 뿐입니다. 후손들이 Q로 인해 균형잡힌 성 의식을 갖고, 미래를 바르게 살아갈 수 있다면 우리가 느끼는 불편함은 아무 것도 아닐 거라 생각합니다. 지금도 세상에는 소수에 속하는 자발적 선택을 한 대가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통받는 이들이 너무나도 많으니까요.
#2. 일본, 젠더리스 교복을 공식적으로 허용하다
초중고생 모두 교복(a.k.a 제복)을 입는 일본에서 여중생에게 바지 교복을 허용한다는 것 역시 주목할 만한 트렌드 중 하나입니다. 교복 역시 이제 막 사회화 과정을 거치고 있는 청소년기의 의식 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옷입니다. 교복을 입고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생물학적 성의 특성이 두드러진 교복을 입게 되면 다양한 가능성을 스스로 차단하게 됩니다. 우리 사회만 해도 생물학적 성에 따라 무의식 중에 직업을 제한하는 경우가 있는데, 구시대적 교복 역시 이것의 원인 중 한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젠더 특성이 부각된 교복은 상대적으로 이른 나이에 성 소수자의 길을 걷는 친구들을 배려하지 않는 처사라고 생각합니다. 젠더리스가 하나의 패션 트렌드가 되고, 그것이 교복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람직한 현상입니다.
마지막에 인용한 기사 속 프라다의 신념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젠더'가 아닌'피플'을 생각해야 합니다. 사람이라면 각자 자신만의 책임과 의무를 동등하게 이행해야 하고, 그것을 당연하다고 생각해야 합니다. 남자 사이에서도 갖고 있는 힘은 다 다르고, 여자라도 섬세함의 정도가 다 다른 것처럼 말입니다. 이는 남녀의 차이가 아니라 사람 개개인의 차이일 뿐입니다. 물론 아직 우리나라를 포함해 일부 국가들에서 남녀 간 차별 혹은 역차별 이슈로 시끄럽지만,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수순을 지나고 나면 개개인 고유의 특성을 생각하는 문화가 뿌리내리게 될 것이고, 이렇게 되면 젠더리스란 말 자체도 구시대적 유물이 되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