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의 경험을 다각도로 보기
경험의 종류가 광범위하단 것을 알았고, 어떤 경험도 가치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다음 단계로 여러분들은 이제 경험을 자기소개서에 어떻게 사용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경험을 정리만 해 두고 있다면 보석상자에 정말 아름다운 보석을 넣어 놓고 사람들에게 보여주지 않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내가 대학교 때 겪었던 모든 에피소드들이 경험이고, 그 경험들로 자소서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면 이제 경험을 자소서에 적재적소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질문별로 다른 경험을 배치해 인사담당자들에게 읽는 맛을 살려주어야 한다. 자기소개서는 절대로 1가지 질문만으로 이뤄지지 않을 확률이 높다. 최소 2가지 이상의 질문을 지원자들에게 던져 주고 생각에 잠기게 하는 경우가 많다. 기업마다, 인사 담당자들마다 분명 자기소개서를 보는 방식이 다를 것이다. 인사담당자들은 항목마다 그 자소서를 읽고 평가할 때, 역할을 분배할 수도 있고 혹은 지원자 1명의 전체 자소서를 1명이 전체적으로 볼 수도 있다. 읽는 방식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소수의 인사 담당자가 지원자들 수천 명의 자소서를 다 본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K팝스타를 기억하시죠? 3대 기획사 수장들이 흔한 보이스의 소유자들에게 지루함을 느끼다가 언제나 독특한 음색의 소유자를 가진 친구들에게 귀를 기울이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살펴볼 수 있다. 심사위원들을 인사 담당자로, 참가자들의 노래를 자기소개서로 본다면 인사 담당자의 눈을 사로잡는 자기소개서가 합격의 가능성을 좀 더 높이는 힘이 되지 않을까?
눈을 사로잡는 비결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경험의 관점에서 매력적 자기소개서가 무엇이냐 묻는다면 다양한 경험을 다루는 자기소개서를 쓰는 것이 최우선순위이다. 무작정 많은 경험을 자기소개서에 적는다고 능사가 아니다. 어떤 지원자들 중에 질문 1개에 이 경험도 넣고, 저 경험도 넣으면서 최대한 자신의 강점을 부각하려고 발버둥친다. 노력은 가상하나 역효과를 낳을 확률이 높다.
제가 주장하는 바는 한 가지 질문에는 한 가지 경험만 넣으라는 것이다. 만일 글자 수가 좀 많은 항목(700자 이상)에 경험을 넣어야 해서 경험을 추가해야 하지 않냐고 우려스러운 시선을 보내는 이들에겐 하나의 경험을 좀 더 다각도로 보라고 말해 주는 편이다.
어떻게 한 학기 단위로 진행되는 프로젝트에서 하나의 에피소드만 뽑아져 나오겠는가? 처음 주제를 잡는 아이데이션 단계에서부터 다수의 회의를 거치다면 분명 문제도 발생할 거고, 그 문제를 해결해 무사히 최종 발표까지 하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그 과정 각각에서 내가 어떤 역할을 했고, 그 역할을 통해 이 프로젝트가 무사히 결론에 도달해 갔는지를 말해 주는 거다. 이런 식으로 바라보다 보면 우리가 했던 모든 경험은 단순히 기승전결을 나열하는 수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변화무쌍하게 질문에 따라 그 옷을 다르게 입을 것이다. 이 얼마나 짜릿한 경험일까?
기존에 이 경험에 대해서 A와 같이 써 왔는데, 질문의 의도가 B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경험을 쓰고 싶지만 새로운 질문의 의도에 맞게 새로이 써야 한다. 대부분의 친구들은 B의 질문에도 그간 써 왔던 경험 레퍼토리를 벗어나지 않고 쓰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글이 어색하고 분절 인형 같은 모습이다.
추가적 Tip) 지원자들은 각자 자신들이 해 왔던 경험들 중 대단하다고 하는 경험들을 어필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러나 그 경험이 수천 명의 지원서들을 다 보는 인사담당자들에게는 그리 매력적으로 다가가지 않을 것이다. 경험이 참신하고 안 참신하고에 목매지 말고 좋은 글이자 좋은 자기 소개서를 쓰기 위한 고민에 시간을 더 투자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