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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리하리 Aug 26. 2019

K-뷰티의 미래 - ① 로드샵

로드샵이 갖고 있는 부정적 이미지 불식이 지상과제

언제 후속편을 쓸 지 모르는 산업군 및 그 산업군에 속하는 스토리 형식의 레포트를 발행합니다. 이전에 제가 치매 시장, 신발 OEM/ODM 시장, OSAT 시장 등을 분석한 레포트를 썼죠? 이번에는 화장품 시장을 다뤄 보고자 합니다. 그런데 화장품 안에는 여러 가지 제품들이 있고, 그 제품들 별로 시장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화장품을 바르는 고객의 타깃층 역시 시대가 지나며 계속 변화하고 있습니다. 즉, 화장품이란 워딩만으로 이 시장을 정의내리기에는 너무 광범위합니다. 저는 범위를 좀 더 좁혀 k-뷰티, 그 중에서도 로드샵 화장품 시장을 둘러 볼 참입니다. 물론 이 글을 쓰게 된 것은 이번에 한국 로드샵 브랜드의 대표선수 중 하나인 토니모리에 면접을 보러 가는 제 고객 때문에 쓰게 되었죠. 꼭 그 친구가 이 글을 동력삼아 좋은 결과를 얻기를 바랍니다.



로드샵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각자 의견은 조금씩 다르겠지만, 저렴한 이미지를 제일 먼저 떠올리는 소비자들이 대다수일 것입니다. 4~5년 전만 해도 화장품 로드샵 브랜드를 방문해 대량 구매하는 중국 관광객들이 많았습니다. 그들 덕분에 로드샵 화장품 브랜드는 당분간 호황을 겪었습니다. 그러나 이 기세는 중국 THADD 사태를 기점으로 꺾인 뒤, 한중관계가 회복되고 나서도 예전의 영광을 되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간 중국에 의존하면서 외면하고 있었던 문제가 뒤늦게 불거진 겁니다.


그리고 로드샵 브랜드들이 헤맬 때, 그 틈을 파고 들어간 것이 멀티샵이었습니다. 특히 올리브영의 약진은 눈부실 정도입니다. 시작은 분명 H&B 스토어인데도 불구하고, 화장품 소비자들에게 올리브영은 사실상 화장품 브랜드 중 하나로서 인식되어 있습니다.

사실 올리브영이 화장품 전문점이기는 하지만, 화장품 제조업체는 아닙니다. 국내외 다양한 화장품을 전국 곳곳에서 체험할 수 있는 화장품 유통 채널로서의 성격이 강합니다. CJ그룹 소속으로서 그들이 본래 갖고 있던 유통 부문에 있어서 차별화된 강점이 올리브영에도 녹아 있는 만큼 이 곳을 이용하는 고객들이 다른 로드샵 브랜드를 이용하는 것보다 올리브영을 선호할 수밖에 없습니다. 화장품 중소 제조사들 입장에서도 올리브영은 기회의 장입니다. 품질이 좋고, 자신들만의 확실한 경쟁력이 있다면 올리브영을 통해 브랜드 가치와 매출 모두 향상시킬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질 것입니다. 올리브영과 중소 화장품 제조사 모두 윈윈하는 셈입니다.


중국이 쏘아올린 작은 공은 위기를 어렴풋하게 느끼고 있었지만, 중국 관광객들의 매출에 기대어 태평하게 위기를 대비하던 로드샵 브랜드들 모두를 위기에 빠뜨렸습니다. 공교롭게 그 균열 시점과 맞물려 올리브영을 필두로 한 H&B 스토어가 화장품 유통의 빈틈을 파고들었고, 이제는 후발주자로도 모자라 진정한 황소개구리의 위치에 올랐습니다. 분명 이들의 시작점은 화장품만이 아니었지만, 'K-뷰티'가 활성화되어 있는 국내 특수성 때문에 화장품이 매장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사실상 화장품 전문점이 되어 버린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로드샵 브랜드는 어떤 대안을 선택해야 할까요? 그나마 가장 선제적이고 제대로 된 대처를 하는 브랜드는 단언컨대 토니모리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특히 이들은 최근까지 두 번의 결단을 하며 토니모리는 로드샵 브랜드 전체가 호황을 누리던 2016년 즈음, 이미 발빠른 결단을 합니다. 바로 브랜드 리뉴얼입니다. 그 때부터 그들은 당시의 로드샵 화장품 시장 호황이 계속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듯 합니다. 이것이야말로 좋을 때, 침체기를 생각하는 기업가 정신의 본질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이들이 진행하는 리뉴얼 프로젝트의 핵심은 대중들의 로드샵 화장품 브랜드에 대한 전체적 인식으로부터 토니모리를 분리시키는 데 있다고 봤습니다.


리뉴얼 이후 토니모리가 지향하는 목표인 '거리 위의 브랜드'가 어떤 의미인지 되짚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우선 브랜드란 단어의 사전적 의미부터 생각해 보죠.

브랜드의 어원은 소유에서 출발해 신용, 재산으로 그 의미가 바뀌어 왔습니다. 요즘 시대에 브랜드는 그 브랜드를 달고 나오는 상품들의 부가가치를 업그레이드시키는 데 없어서는 안 될 값어치를 지니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브랜드만 사고 파는 시장이 형성되었겠죠? 토니모리가 외치는 브랜드란 단어에도 이런 의미가 담겨 있는 거죠. 토니모리 브랜드를 갈고 있는 제품이라면 소비자들이 믿고 사는 제품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리뉴얼 프로젝트를 시작한 것입니다.


그래서 그런 걸까요? 토니모리를 포함해 모든 업체가 예외 없이 위기에 빠져 있을 때, 그 돌파구를 다른 업체들보다 금세 찾은 듯 합니다. 크게 두 가지의 솔루션을 펼쳤는데, 모두 원가/비용 절감이라는 색채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 주목할 만합니다. 우선, 자회사인 제조사 메가코스의 공장이 본격적인 가동을 시작했습니다. 메가코스에 의해 만들어진 제품이 토니모리 전 라인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높지 않지만, 토니모리 전체 매출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메가코스가 활성화될수록 토니모리의 적자폭은 빠르게 감소될 거로 보입니다. 천안의 물류센터를 매각한 것 역시 빼 놓을 수 없는 요인입니다. 이를 통해 현금 보유액을 늘리며 안전 자산을 빠르게 확보했습니다. 이렇게 빠르게 대안을 내놓았던 것은 분명 몇 년 전부터 사업을 하다 보면 반드시 한번쯤은 위기상황이 올 거라는 것을 예견하고 그간 어떤 대안을 실천에 옮길 지 사전에 다각도로 모의 테스트를 해 본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업황이 잘 나갈 때든, 침체기에 빠져 있을 때든 토니모리가 보여 주는 발빠른 대처능력을 지켜보다 보면 그들의 미래 모습과 상관없이 토니모리의 지속 가능성은 유지될 거라 확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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