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레이니 데이 인 뉴욕에서 내가 꽂힌 부분
일반적인 영화 리뷰와 달리, 제가 주목한 '딱 한 지점'과 제 상황을 버무려서 리뷰를 만드는 하리하리의 영화일기입니다.
20년 뒤, 당신은
했던 일보다 하지 않았던 일 때문에
더 실망할 것이다
그러니 밧줄을 풀고
안전한 항구를 떠나라
탐험하라, 꿈꾸라, 발견하라
- 마크 트웨인
레이니 데이 인 뉴욕을 보고, 며칠 뒤, 본 구절이다. 이 구절이 영화를 관통하는 주제와 딱 들어맞는 건 아니다. 딱 이 영화의 결론 부분에서 주인공이 한 선택을 보면, 주인공이 마크 트웨인의 책을 읽은 게 아닌가 합리적 의심이 든다.
주인공은 예술적 감수성이 남다른 친구로 나온다. 자유로운 삶을 지향하지만, 부유한 집안의 강압적 틀 안에서 힘겨워 한다. 그에게 집안에서 점찍어 준 여자도 순수하고 티없이 맑은 부잣집 따님이었다. 그 친구와 연애 아닌 연애를 한다(이렇게 내가 밑밥을 쫙 깔았으면, 뒤 내용이 어떨지는 안 봐도 짐작 갈 거라 생각한다).
얼마 전, 신문 기사에서 이런 조던의 일화를 봤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하기 싫은 건 안 할 수 있는 자유. 마이클 조던은 그 모습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는 자신의 입지가 굳건하고, 여유있는 삶일 때, 가능한 선택이다.
영화 속 남자 주인공은 그렇지 못하다. 비교돼서 나오는 영화감독, 극작가, 배우 등은 이미 성공한 이들이다. 다른 영화 은교에서는 이들이 남주인공 같은 청춘을 부러워하는 설정이다. 하지만, 여기서는 그렇지 않다. 남주인공의 대처는 쿨하다. 나는 나의 길을 가련다 모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안의 관리를 차마 무시하지는 못한다. 그 태도만 보면, 옛날 어렸을 때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마음 속에서는 언제나 일탈을 꿈꾸지만, 차마 일탈을 저지르지 못하는 새장 안에 갇힌 새 같달까?
그런 남주인공에게 가장 반감을 사는 존재가 어머니다. 하지만, 그 어머니와 공감대를 형성하는 순간이 나온다. 영화 말미에 나온다(자세한 공감의 포인트는 영화로 확인해 주기를 바란다). 그 순간이 이 주인공에게는 자유로운 삶을 완벽하게 선택하는 불씨가 되었다고 본다.
하는 일 특성상 정말 많은 취업준비생과 회사원을 만난다. 취업준비생이야 자소서를 쓰고, 회사를 지원해야 되니까 만나는 게 이해가 되겠지만, 회사원들이 나를 찾아오는 이유에 대해 궁금해 하는 분들이 있을 지도 모른다. 사실 이유 너무 단순하다. 지금 있는 곳이 맘에 안 들어서다.
자기가 원하던 삶의 모델이 있는데, 지금 있는 '그 곳'에서는 각자 그리던 그 모델을 완성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게 고민의 이유다. 그런데 말이다. 생각해 보면, 모든 사람들은 자기가 서 있는 그 곳에 쉬이 만족해 하지 못한다. 왜냐면, 내가 주도적으로 만든 틀이 아니니까. 그 틀이 100% 마음에 들리 만무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기만의 세계를 만들기 위해 안정적 현실과 과감히 결별한다.
레이니 데이 인 뉴욕 속 남주인공도 마찬가지이다. 기존의 안정적 틀 대신 자유를 선택한다. 자신의 자유로움과 가장 대척점에 서 있을 것만 같던 어머니가 실은 그 선택을 가장 응원하는 지지자였다. 영화 속에서는 그 뒤까지 는 나오지 않는다. 자신의 의지대로 선택한 자기 삶이 후에 어떻게 전개될 지는 알 수 없다. 사실, 시궁창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 시궁창마저도 주인공은 행복해 하지 않을까? 그것마저도 그 친구 삶의 한 페이지니까 말이다. 그리고 나도 그랬다.
지금이야 안정적으로 일하는 방식을 구축해 놓았기 때문에 불안한 하루하루임에도 불구하고 마음 한켠은 편안하다. 그렇지만, 이런 편안함을 만들기까지 4년이 걸렸다. 시궁창, 당연히 굴러봤다. 시궁창에서 구르며 체득한 노하우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값어치를 지니고 있다. 그 시궁창을 구르는 기간을 버틸 수 있었던 건 회사란 나의 전략적 임시 거처가 있었기 때문이다.
여러분의 자유의지를 항상 응원한다. 하지만, 그 자유의지만으로는 정글 같은 현실에서 오래 살아남기 어렵다. 무턱대고 자유의지에 입각한 선택을 하기보다 현실과 이상을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선택을 하는 여러분이 되기를 바란다. 그래야 조금 더 시간이 지났을 때, 여러분의 자유가, 여러분의 삶이 더 빛날 수 있다. 나는 그걸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