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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리하리 Jul 10. 2018

뭔가 끝을 본다는 것

완독일기 명명 이유

새로운 매거진을 발행한다는 것은 언제나 설레는 것 같습니다. 뭐 언제나 시작은 묘한 흥분감을 선사해 주니까요! 어떤 매거진을 새로이 내 구독자 여러분들에게 즐거움을 줄까 고민했습니다. 제가 4번째로 발행을 결정한 매거진은 '하리하리의 완독일기'입니다. 이미 많은 작가님들이 책 읽은 것에 대한 리뷰를 올리시고 있습니다. 저도 저 나름대로의 글 색깔이 있다고 자부하지만, 깊이 있는 다른 작가님들의 콘텐츠를 따라가기란 쉽지 않습니다. 정면 승부를 했을 때 승산이 없다면 기획력으로 시선을 끌어 보자는 '간사한' 생각이 든 거죠. 그래서 완독입니다.


왜 완독인가?


이런 질문이 나오는 것이 당연합니다. 여기에 한 세 가지 정도의 답변을 드리려고 해요.




요새 사람들은 징긋하게 무언가를 끝까지 보는 것에 익숙하지 않습니다. 우선 Z세대로 대변되는 1020 사람들 - 스마트폰을 비롯해 관련 앱을 주로 사용하는 계층 - 이 대표적입니다. 유튜브만 해도 초반에 사람들을 끌지 못하면 바로 다른 영상을 클릭합니다. 영상을 하나 보더라도 처음부터 끝까지 그 매력을 유지하고 계속 보고 싶게 만들지 못하면 가차없이 다른 영상으로 고개를 돌립니다. 모니터만 보면 되는 영상조차도 그런데 텍스트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두께가 있는 책들은 라면 받침으로 쓰인다는 우스갯소리가 그냥 농담으로만 들리지 않는 현실이 씁쓸하기만 합니다.


인스턴트 스타일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상황에 저 혼자만의 반기를 들어 보고자 합니다. 몇백 페이지 되는 책을 무조건 다 읽어야 브런치에 연재해 보려고 합니다. 완독이 이렇게 사회적 의미를 갖고 있기도 하지만 저 개인적으로도 완독은 의미 있는 행동입니다.


한 달 전, '그리스인 조르바'란 책을 다 읽었습니다. 페이지는 무려 446페이지! 책 읽기를 좋아하는 분들은 이 정도 책 하나 읽는 거에 뭐 그리 호들갑이냐고 할 지 모르겠습니다. 누가 뭐라 하든 상관없습니다. 저에게는 엄청난 이정표였습니다. 왜냐하면 그 전까지 이렇게 굵은 책을 항상 다 읽지 못하고 책꽂이 구석에 꽂아 두는 것이 능사였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외부인의 push가 컸습니다. 유료로 사람들의 의뢰를 받고 글을 써 주는데 '자신이 인상깊게 읽은 책을 반영해 자기 소개를 해 보세요' 란 주제의 글을 써 달라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그 분께서 pick한 책은 '그리스인 조르바'였습니다. 자기가 대학 다닐 때 인문학 동아리에서 읽었던 책 중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책이라고 하면서요.


그렇게 상담을 하고 선입금까지 받으니 책을 읽지 않을 수 없더라구요. 왜 트레바리에 그렇게 비싼 돈을 내면서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는 커뮤니티에 자발적으로 들어가려고 하는지 그 이유가 일면 이해되더라구요. 블로그나 브런치에 있는 이 책의 리뷰를 참고해 대강 글을 쓸까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프로의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해 마음을 고쳐 먹었습니다. 하지만 페이지를 줄여 가는 과정은 생각보다 힘이 많이 들었습니다. 읽어도 읽어도 끝이 나지 않는 책, 그리고 언제 글이 나올 지 물어보는 의뢰인 분의 압박 등의 이중고에 흔들리지 않고 책을 읽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다 읽고 나서 글을 쓰니 정말 제 생각이 깊게 스며든 독후감이 나왔습니다. 혹자는 책을 읽는 행위 자체를 평가절하하기도 합니다. 콘텐츠를 소비하는 행동은 시간 낭비라고도 하는데요. 저는 절대로 그리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갖고 있는 지식의 깊이가 한정적인데, 그 한정된 소재를 탈탈 털어서 다양한 컬러의 글을 쓴다는 것은 애초에 어렵습니다. Input을 잘 해야 내가 만들어 갈 Output 역시 질이 좋아집니다.




이 완독일기는 연재 기간이 조금 불규칙할 것 같습니다. 왜냐구요? 당연히 제가 책을 다 읽고 그 책의 내용을 쓰는 거니까 말이죠! 아직까지 완독일기에 당당하게 연재할 수 있는 책은 2권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저는 저와의 약속을 이 매거진만큼은 잘 지킬 겁니다. 외풍에 흔들리지 않고 제가 다 읽은 책만을 다루고, 그 책들에 대한 생각을 차분히 정리해 이 완독일기를 구독하는 분들에게 알찬 지식을 제공하리라고 다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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