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진정으로 이해하는 한 명만 찾자
사실 사람들을 철썩같이 믿는 편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동고동락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약간의 애잔함과 정이 있는 편입니다. 하지만 제가 보내는 정(情) 시그널에 반응하지 않고 도리어 무시나 업신여김을 보인다면 저는 그들에게 빠르게 보냈던 관심을 끊습니다. 결국 이 험한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제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데, 괜한 곳에 에너지를 쏟았다가 실망이라도 할라 치면 그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나 손해는 오롯이 제가 감당해야 할 몫이잖아요? 밤에 하리하리가 웬 감성글이냐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그럴 만한 사연이 있었습니다.
저는 현재 무소속입니다. 좋게 말해 무소속이지 백수이죠. 자기소개서를 쓰는 걸 도와주며 수익을 창출한다고 하지만 현재 비수기라 마뜩치 않고, 방송을 하며 브랜드를 쌓는다고는 하지만 엄밀히 말해서 그것이 LG란 대기업을 나와도 아쉬울 것이 전혀 없을 정도의 실적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한 마디로 지금 전 백수입니다. 4번의 수능이란 통과 의례를 거치기는 했지만 고려대 경영학과란 곳에 입학을 했습니다. 학점이 쓰레기이기는 했지만 어렵사리 졸업을 해서 LG란 곳에 들어가 3년 가까이 회사원으로 일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저는 단 한 번도 소속 없이 활동해 본 적이 없습니다. 소속이 있으면 자연스레 저와 같은 history를 갖고 있는 이들이 주변에 있습니다. 동질감을 나누는 '동기'라고도 하고 이들이 함께 뭉쳐서 community란 이름으로 불리기도 하죠. 서두에서 제가 아니다 싶으면 제 자신을 위해 정을 팍 끊는다고 하기는 했지만, 잔정이 많은 사람이기는 합니다. 쉽게 누군가에게 정을 주고 믿음을 주는 편입니다. 그 정과 의리 때문에 맺고 끊음이 분명하지 않았던 적도 있긴 했습니다.
회사에 다닐 때만 해도 동기들끼리 모이는 데에 자연스럽게 참여했습니다. 물론 그 당시에도 저는 지금처럼 조금 독특한 사고방식을 가졌습니다. 나와서 생각해 보면 그리 독특한 것은 아니었지만, 회사란 조직 체계 내에선 분명 독특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회사원이고 매달 월급을 받고 동기들이 있고 평일에 받았던 스트레스를 풀 만한 것으론 술자리만한 게 없었으니까 거절하지 않고 열심히 술자리에 나갔던 것 같습니다. 생각해 보면 나를 위해 나갔던 술자리였는데, 그것이 동기들과의 정을 돈독히 쌓으려고 나간 게 아닌가 스스로 착각하게 만들었습니다.
회사에서 나왔습니다. 또 다시 동기들이 술자리를 만들었습니다. 게다가 다음 달에는 입사 3주년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저는 그 자리에 나간다한들 전 회사 동기들에게 사랑받는 존재이지는 않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기들이 많은 거는 아니지만 10여명은 됩니다. 그 중에서 저와 죽이 잘 맞는 동기들도 있고, 왕래조차 변변하게 하지 않았던 동기들도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제 존재 혹은 제 출연 자체를 부담스러워 하는 동기들도 있습니다. 실제로 회사에 다닐 때에도 천덕꾸러기였고, 회사 밖을 나가서도 제가 하고 다니는 것이 꼴깝 떤다고 생각하는 회사 구성원들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어제 불현듯 그래서 다음 달 모임은 불참해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어차피 나가 봤자 그들이 보는 건 지금의 저일 뿐이고, 제가 아무리 현재 무엇을 하고 있고 어떤 상태인지 구구절절 설명해 봤자 입만 아플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합리화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래야 제가 덜 다칠 거 같습니다. 매일 매일 열심히 방송하고 글 쓰고 이런 과정들이 당장에 큰 수익을 안겨 주거나 엄청난 명성을 안겨 주는 행위는 아니지 않습니까? 현재의 톱 유튜버들이 뭐 하루 아침에 그렇게 벼락부자가 되거나 명성을 갖춘 게 아니란 것은 전 국민이 다 알고 있습니다. 매일의 꾸준한 action이 켜켜이 쌓여서 제가 상상하는 미래가 눈 앞에 펼쳐지게 됩니다. 그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아직은 그것이 제 손에 딱 놓여져 있지는 않구요.
하지만 저를 부담스러워 하거나 싫어하는 사람들을 미워할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 그냥 삶의 방식이 다를 뿐이라고 봅니다. 몇 년 뒤, 달라진 제 모습을 머릿속에 그리며 오늘도 운동화 끈을 조여맬 뿐입니다. 지금 세상을 주도하는 여러 크리에이터들이나 스타트업 대표님들 모두 인고의 세월을 거치고 지금의 영화를 누리고 있다는 것쯤은 누구나 알고 있습니다. 그 때 가서야 저를 봐 주는 사람들과는 표면적인 교류만 할 뿐입니다. 사람 관계란 게 그렇죠. 다행히 지금의 저도 믿고 봐 주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제 동기 한 명, 자꾸 이름 언급하라고 하지는 않지만 같은 팀에 있다가 지금은 팀을 옮긴 제 동기가 떠오르네요. 어제도 전 회사 근처에 갔을 때, 누구도 저를 보러 오지 않았지만 저 하나 보겠다고 옮긴 팀에서 눈치가 보임에도 나온 고마운 녀석. 이런 친구들은 제가 꼭 분명히 성공적 미래를 맞이하고 나서도 잊지 않아야 겠다고 마음 속에 다짐해 봅니다.
제 무대가 화려하게 막이 오를 준비가 진행 중입니다. 왜냐하면 9월이 다가오고 있거든요! 그 후에도 끊임없이 비상해야만 합니다. 그래야 제 가능성을 믿고 응원해 주는 소수의 분들에게 누가 되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제 방송을 보고 저를 응원해 주는 팬들 역시 무시할 수 없겠네요. 다시 짜 보려고 합니다. 저를 지지해 주는 이들과 새로운 방식으로 새로운 팀을 만들어 세상을 향해 약간의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 때까지 브런치에서 글을 쓰고 저의 생각을 표현하는 일을 멈추지 않겠습니다. 작은 현상 하나 하나에 연연해 하기보다는 제가 걷는 길을 믿고 꾸준히 걷는 것만이 답이란 사실을 다시금 되새기는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