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하고 뭐 먹고 살래?에 대한 답
오늘은 긴 무더위 끝에 그 더위를 잠시나마 식혀주는 단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계속 추적추적 내리는 것이 좋지만 그렇지는 않고 소나기처럼 간헐적으로 폭우가 쏟아지다 보니 날씨를 도통 짐작할 수가 없네요. 이런 날씨가 좋은 것이, 제가 있는 곳의 분위기를 한 차원 up 시켜주면서 글이 좀 더 맛깔나게 나올 수 있도록 도와주는 양념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모든 것에는 이처럼 일장일단이 있는 법! 빗소리를 들으며 오늘의 글을 시작해 보겠습니다. 오늘의 주제는 '밥'입니다. 밥을 주제로 삼아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제 아프리카TV 시청자 한 분의 이야기 때문입니다. 저는 현장 강의와 방송을 오가며 시청자 분들을 만납니다. 그 친구들에게 각자의 인생을 돌아보고, 그 인생이 너의 글감이 되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합니다. 어렵게 한 친구가 입을 열었는데, 자신의 집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빨간 딱지가 붙었어요.
가세가 갑작스럽게 기울어진 경험을 한 친구 정도까지는 아니지만, 저 역시도 아버지께서 IMF 이후로 직장을 잃으셨습니다. 다행히 우리 어머니께서 바로 은행에서 일하시게 되면서 생계의 곤란을 해결했기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저희도 끼니 해결조차 어려웠으리란 생각이 듭니다. 여튼 그런 계기 때문에 이 친구에게 밥의 의미는 남달랐습니다. 아침, 점심, 저녁 세 끼를 거르지 않고 무사히 먹고 나면 하루가 무사히 끝났다는 안도감을 느끼지 않았을까요? 그에게 밥은 곧 생활입니다. 밥을 굶지 않기 위해 직장을 간다는 것도 어떻게 생각해 보면 읭? 그럴 수 있지만 이런 속사정을 듣고 나서 그 동기를 되짚어 보면 묵직한 무언가가 마음 속에서 올라올 지 모릅니다. 저 역시도 그랬으니까요.
여기 맛있는 밥을 걱정 없이 먹을 수 있어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이 한 명 더 있습니다. 200만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한 먹방 크리에이터 밴쯔입니다. 최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밝혔듯이 밴쯔는 가세가 기울 당시 먹지 못했던 만두를 마음껏 사 먹을 수 있어 좋다고 합니다. 밴쯔에게 밥은 자아실현의 도구입니다. 카메라 앞에서는 그렇게 많이 먹지만, 그 방송 외에는 생식만 먹고 운동을 몇 시간씩 한다는 밴쯔를 보면서 밥이 삶을 넘어 누군가에게 더욱 특별한 의미로 다가갈 수도 있겠구나 생각했습니다. 물론 일상을 채워가는 밥의 역할을 경시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퇴사하고 뭐 먹고 살 거길래 회사부터 덜컥 관뒀니?
회사를 그만두고 나서 제일 먼저 들은 이야기이기도 하고, 퇴사를 결심한 이들이 가장 많이 주변 사람들에게 들은 이야기일 겁니다. 밥을 해 먹기 위한 쌀을 지을 수 있는 농부가 아닌 이상 우리는 밥 한 끼를 먹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돈을 지불해야 합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밥은 곧 돈입니다. 대개의 사람들에게는 회사를 다니며 매달 받는 월급이 그 밥을 먹을 수 있는 원천입니다. 그런 회사를 관뒀다는 것은 보통의 사람들에게 우려를 자아낼 만한 일일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 체계가 공산주의로 바뀌어 중앙당에서 배급제로 밥을 나눠 주지 않는 이상 우리의 미래를 책임지는 것도 돈입니다. 회사에서 받는 월급은 현재와 미래를 모두 책임지는 동앗줄입니다. 그 줄을 끊어버린 제 행동은 무모함 그 자체로 비춰지겠죠.
하지만 전 저를 우려의 눈빛으로 쳐다보는 이들에게 다시 묻고 싶습니다. 사람이 밥만으로 살 수 있는가? 왜 옛날 사람들이 "배부른 돼지보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낫다"고 말했을까? 배를 채우는 행위에도 나에게 만족을 주지만, 지식으로 뇌를 채우는 행위 역시 누군가에겐 배부름에 준하는 만족감을 줄 수 있습니다. 매일 글을 쓰며 내 지식을 가다듬고, 글을 쓸 소재 발굴을 위해 매일 책을 읽으며 새로운 지식을 주입합니다. 그래서 저는 행복합니다. 물론 기본적으로 저도 맛있는 밥을 잘 챙겨 먹기 때문에 이런 지식이 제 행복의 정도를 높여 줍니다. 회사를 관뒀다고 하더라도 당장 손가락을 빨 정도로 어렵지는 않아요...
사업하는 사람들이 그런 말 많이 합니다. 해뜰 날을 맞이하기 전까지 긴 어둠을 버텨내야 한다. 주변 대표님들 중에서 강의나 개발 외주를 통해 돈을 벌어 와 직원들 월급을 주기도 하고, 심지어는 대출을 받아서 월급을 주는 대표님들도 있습니다. 그들의 생각을 일일이 다 읽을 수는 없겠지만, 멋지게 펼쳐질 나의 미래를 생각하며 지금의 곤궁함쯤은 이겨 낼 수 있다는 각오가 깔려 있을 겁니다. 다행히 저는 1인 기업 혹은 크리에이터로써 저의 미래 방향을 정했기 때문에 사정이 이들보단 낫지 않겠습니까? 아직까지 밥을 챙겨 먹을 수 있고. 그러나 이렇게 글을 쓰는 동안만큼은 정말 누구보다 집중해서 사람들에게 즐거운 지적 자극을 줄 수 있는 결과물을 내놓습니다. 이런 하나 하나의 결과물들을 쌓아 올리다 보면 제가 생각하는 그 미래를 맞이하고, 배부르면서 행복한 소크라테스가 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