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커리어에 대한 고찰
요새 제 아프리카TV '하리하리의 다쓰자' 채널을 구독해 주시는 분들을 위해 손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방송국 한 번 공유해 드리니 혹시 제 구독자 분들 중에서도 방송에 관심 있으시면 놀러와 주세요^^ 메인 아이템은 자기 소개서인데, 자기소개서를 하도 많이 쓰다 보니 글 쓰는 방법에 대한 나름의 철학이 생겨서 글 쓰기 방송도 가능해요. 자기 생각을 논리정연하게 쓴다는 것은 취준생을 떠나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skill이니 와 주세요.
이 손편지를 쓰기 위해 제가 '씀'이란 어플을 받아서 보고 있습니다. 이 어플에서 제가 얻는 것은 매일 2개씩 임의의 주제를 받아 봅니다. 방금 막 방송을 마치고 본 어플에서 던져 준 주제는 '시작부터'입니다. 다른 말로 '첫 단추'라고도 합니다. 혹자는 '시작이 반'이라는 말도 합니다. 첫 단추를 잘 여미면 그 다음에는 일사천리로 옷을 입죠. 이런 말들 때문인지는 몰라도 자신의 인생에서 한 번 발을 떼면 계속 그 길을 가야만 한다고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결과론적으로 사람은 하던 대로 살아가야 합니다. 괜히 격에 맞지 않은 짓 했다가는 스스로 체해서 나가 떨어지거나 자신이 갖고 있는 능력의 10분의 1도 발휘하지 못하는 거 같거든요. 네, 맞아요. 제 얘기에요... 제 성향과 회사가 잘 맞지 않았던 겁니다. 다름이죠. 자유롭고 상상력을 발휘하는 것을 보람으로 느껴 왔기에 이미 어느 정도의 시스템이 갖춰져 있던 회사에서 현재의 저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글쓰기를 투잡이자 스트레스 배출구로 삼았던 거고, 그 글쓰기 테크닉을 갈고 닦아 지금처럼 main job으로 바꾼 거고요.
글쓰는데, 방금 이하이가 노래로 저에게 속삭여 주네요. "가끔은 실수해도 돼." 첫 시작이 조금은 어설프고 이상해도 그것을 그냥 실수라고 여기고, 정정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면 언제든 '역전'이 가능하니까. 아무리 계층 간 격차가 커져서 쉽게 그 차이를 메우기 어렵다 할지라도 인생의 중간 중간마다 수정하고, 소소한 뒤집기는 아직까지 가능한 게 우리 사회라고 생각해요. 얼마 전 TvN 화성 관련 체험 예능 프로에서도 김세정이 나와서 NASA 담당자에게 이렇게 말하는 걸 봤습니다. "국민들이 나를 뽑아줬기 때문에 나는 실수해선 안 된다. 무엇이든 잘 해야 한다." 세정이의 말도 맞기는 하지만, 팬들은 세정이에게 언제나 완벽한 모습을 바라지는 않을 겁니다. 때로는 허리띠 풀고 편하게 있어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을 겁니다. 아마도 쟤, 변했다. 이런 소리를 들을까 겁나서 일지도 몰라요. 그랬더니 NASA 연구원이 한 마디 해 줍니다. "이 곳은 원래 실수하면서 배우는 곳입니다." 비단 연예인들에게만 이런 관념이 뿌리박혀 있지는 않습니다. 일상을 살아가는 직장인들도 그런 생각이 많은 것 같습니다.
퇴사하고 싶어 하면서 왜 안 하세요?
라고 물어보면 나가서 뭐 할지 모르겠다고 하는 분들이 대다수입니다. 그런데 그들은 지금 하고 있는 이 일이 내 일이나 내 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들 합니다. (지금 제가 말하는 건 모두의 의견이 아니란 건 분명히 짚어 드릴게요.) 그러나 무의식적으로 이 길을 걷다 보니 그냥 맞나 보다.. 라고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간혹 자기 삶을 위해, 자기 행복을 위해 용기 있는 선택을 하는 소수의 여러분들께 경의를 표합니다. 그래요, 소수의 퇴사자들처럼 자신이 맨 첫 단추가 이상한 곳에 있다면 - 자신의 커리어가 상상했던 대로 굴러가지 않는다고 여겨진다면 - 과감히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도 나쁜 선택은 아니에요.
특히 저처럼 첫 직장을 가지며 사회 생활을 시작한 아기새들이 말은 하지 않지만 똑같이 이런 고민과 이런 두려움이 있습니다. 3년은 채워야 경력직으로 가고, 그게 더 수월하지 않나? 밖은 취업난이라고 하는데 신입으로 가는 게 손해 아닌가? 사실 이들이 하는 그 고민이 유감스럽게도 다 맞는 말 같아요. 나와 보니 추운 거 맞고, 자영업이든 이직이든 녹록하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나 누군가 말했듯, 우리나라는 IMF 이후로 언제나 상황이 좋지 않다고 말했고, 그런 상황에서 누군가는 돈을 벌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나아감을 위해서는 약간의 위험 감수는 필수입니다. 이건 우리나라가 좋고 나쁘고의 문제와는 무관합니다. 사업을 하는 자라면 누구나 가져야 할 마음 자세입니다. 사업만 그런가요? 여러분들이 원하는 일, 아니면 좀 더 좋은 직장에서 일하기를 원한다면 그 변신을 위해 집중해야 합니다. 몰입해야 성과가 더 빨리 나는 것은 당연한 이야기니까.
안정을 깨는 것을 두려워 마세요. 시작이 곧 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완벽히 성과를 낸 상황이 아닌 제가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웃기게 들릴 지 모릅니다. 그러나 이미 소기의 성과를 낸 뒤에 여러분들께 이런 말을 하면 그건 꼰대의 허장성세로 비춰질 거 같아 쉽게 말하기 두렵습니다. 오히려 "니가 뭔데, 뭐나 되는 줄 알고 이러냐?" 라고 들을 수 있는 지금 말할래요. 출발점은 각자 다르지만, 그 끝은 아무도 짐작하기 어렵습니다.
우리나라 역사를 수놓았던 대통령들도 고졸도 있고, 어려운 집안 환경을 뚫고 최고가 된 사람들도 많습니다. 대통령만 그런가요? 기업가들도 그렇습니다. 그들은 다 자신에 대한 믿음으로 똘똘 뭉쳐 있었습니다. 다만 자기 실력, 자기 그릇보다 욕심을 더 낸 사람들은 말로가 좋지는 않지만요.. 자신 그리고 자기 실력에 대한 믿음만 있다면 한 번쯤 시작한 당신의 커리어에 의심을 하고 수정 혹은 재시작을 하는 것도 나쁜 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