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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에선 비극, 멀리선 희극

퇴사 후 삶을 동경/추종해선 안 된다

by 하리하리

일요일 저녁마다 즐겁게 보는 예능, 미운 우리 새끼. 사실 그 프로명의 원 출처는 동화 '미운 오리 새끼'입니다. 백조가 되기 전 어린 오리의 수난기를 다뤘는데요, 제가 오늘 이야기를 꺼내려고 하는 건 오리가 아닙니다. 바로 백조입니다. 잔잔한 호수에 우아하게 떠 있는 백조를 보면 유유히 그냥 물 위에 떠 있는 녀석 같아 보이는데요, 그 물 아래에서는 엄청난 발길질을 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가 이미 익히 들어 알고 있습니다. 멀리서 보는 그들의 삶은 아름다움의 결정체입니다. 그러나 그 삶에 조금만 깊이 들어가 보면 엄청난 노력이 투영되어 있습니다. 인생은 이처럼 양쪽을 다 봐야 합니다. 미래 사회가 갈수록 <극단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는 만큼 어제까지 희극의 연속이었다 할지라도 어느 순간 급작스레 비극으로 전환될 지는 아무도 모르는 거니까요. 그 대표적 사례가 페이스북입니다. 며칠 전이었나요? 나스닥에서 하룻 새 134조원이 빠져나간 페이스북의 주가는 흡사 블랙 먼데이, 미국 대공황 시절의 기업들 중 한 곳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고 합니다. 페이스북이야 인스타그램이나 왓츠앱 등 언제든지 대표 선수를 교체할 수 있긴 하지만, SNS의 대표 선수인 페이스북의 붕괴 조짐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정치적으로 보면 진보 진영의 박원순 현 서울시장이 삼양동에 살겠다고 들어간 것을 비판하는 여론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전에도 비슷한 행보를 보였던 반대 진영의 유력 정치인이 한 명 있습니다. 김문수 전 경기도 지사입니다. 택시 기사가 되어 서민들의 소식을 직접 듣겠다고 하며 발로 뛰어 다녔습니다. 이들 뿐만인가요? 옛날 조선 시대 왕들도 서민의 복장으로 갈아 입고 그들 속에 들어가 그들의 삶을 이해하고 서민을 위한 정책을 내놓는 데 근거로 삼았습니다. 이처럼 내가 아닌 다른 이의 삶은 직접 살아 보지 않는 이상 어떤지 모릅니다. 아무리 우리가 떠들어 봤자 비극을 비극이라고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이 퇴사자를 바라보는 시선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은 저와 같은 퇴사자들을 부러워 합니다. 책임질 식솔이 없거나, 뭔가 회사에 다니지 않아도 될 법한 수익을 거두거나, 기술이 있거나 등등 분명히 저와 같은 퇴사자들이 회사에 큰 애착이나 미련 없이 그 곳을 떠나도 되는 배경들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제가 전에 다니던 회사를 나온 뒤에도 제 아프리카tv 방송이나 유튜브 영상 혹은 브런치 콘텐츠를 간혹 보는 선후배들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들의 눈에는 자유를 찾아 떠난 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생활을 영위하는 제 모습이 부러울 겁니다. 그러나 부러운 눈으로만 볼 것도 없습니다. 얼마 전, 제가 입사를 도와 준 전 회사의 후배와 강남에서 커피 마실 일이 있었습니다. 그 친구는 여느 회사원들처럼 푸념을 늘어 놓습니다. 형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떠났지만, 나는 딱히 나가서도 할 게 없다. 나는 결혼하려고 대출 끼고 집 샀다. 더 기회는 없을 거 같다 등등 쭈욱 얘기를 듣다가 제가 물어 봤습니다.


너 내가 얼마 버는 줄 알고 그런 말만 하는 거니?


그 질문에 이 친구 대답이 형 회사 다닐 때만큼은 버는 거 아니에요? 라고 말하는 겁니다. 기도 안 차서.. 이전에 받았던 퇴직금 실탄이 있고, 차도 팔고 그러면서 현금화시켜놨기 때문에 버티고 있습니다. 간혹 들어 오는 자소서 컨설팅 수익이나 간간이 하는 강의비가 저의 생존 기간을 조금 늘려 줄 뿐이죠. 지금의 제 상태가 지속된다면 저는 조금씩 물 속으로 가라앉는 잠수부나 다를 바 없습니다. 아, 산소통이 없는 잠수부입니다. 서서히 가라앉는 데다가 물 속에서 호흡도 할 줄 알기 때문에 얼마간 버틸 수야 있겠지만 글쎄요.. 여기서 뭔가 변화가 없다면 저는 가라앉겠죠. 아니면 물 속이 주는 압박감을 견디지 못하고 산소통을 찾겠죠? 다시, 작은 곳이라도 취업을 한다 이 말입니다.


그런데 사실 그러고 싶지 않아요. 제가 염두에 두고 있는 대로라면 다시 저는 물 위로 떠오를 겁니다. 부유와 잠수를 반복하는 롤러코스터 같은 삶을 반복할 거 같아요. 그러나 부유하는 기간 동안 저만의 영법을 반드시 찾아 힘을 들이지 않고도 소금쟁이처럼 물 위에 떠오를 비법을 찾을 겁니다. 저만의 브랜딩 구축이라고 해 두죠. 자기 소개서로 이 분야에서 한 계단씩 올라서고, 아프리카tv에서 저만의 독특한 콘텐츠로 자생력을 쌓고, 브런치 작가로 자소서 외에 다채로운 글을 쓰며 저를 다져 간다면... 그리고 이 3가지가 모두 팡팡팡 터진다면... 저는 소금쟁이를 넘어 하늘 위를 훨훨 날아 다니는 새가 되리라 믿습니다. 저는 그 믿음을 오늘도 가지며 하루를 힘차게 시작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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