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

3월 6일, 3일 뒤의 소소한 기적을 기다리며.

by 카레

오늘도 너무 아팠다. 몸이 아프니까 정신도 나약해지는 것 같다. 온 몸의 신경이 모두 위장으로 향하는 것 같다. 가끔은 답답할 만큼 둔한 사람이었으면 할 때가 있다. 내가 무척 예민한 성격임을 요즘 부쩍 느끼고 있다.


둔하게 살아도 아무 지장 없다는 사실을 자각할 때 쯤, 실패에 무뎌지는 패기보다 손실회피를 고민하고 있었다. job에 있어서 돈보다는 사명감을 최고로 여겼다. 사익보다는 공익을 우선시하는 사회가 정의롭고 공평하다고 생각했다. 말로엔 손자손녀들에게 내가 노력한 세상은 이렇다고 떳떳하게 보여주고 가르쳐주고 싶었다.


초심? 가졌다고 자만하는 사람들에게 세상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일침하고 싶었다. 가방끈이 짧은 노동자에게 정치에 대해 고민할 의지를 만들어주고, 소외받은 이들에게 더불어사는 세상의 따뜻함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다. 그들의 용기를 내 손과 입을 통해 전하고 싶었다. 나는 소신과 합리적인 원칙을 바탕으로 철저히 '전달자'의 역할을 하고 싶었다. 겸손하고 친절한 전달자. 반칙을 모르는 전달자. 이게 내 초심이었다.


영원할 것만 같던 내 깡다구는 웃자란 것 같다. 지금 내 눈 앞에 명멸하는 현실의 조각들은 패기가 아니라 단순한 치기였다고 말해주는 것 같다. 내 특유의 예민함이 더 어둡고 깊은 심연 속으로 날 인도하는 것 같다.


생각보다 나는 강한 줄 알았다. 강하다고 믿었다. 하지만 생각보다 나는 약했다. 고작 1년 사이에 무엇이 나를 이렇게 흔들어 놓았나. 속 시원한 대답을 듣고 싶다. 꼭 들을 수 있으리라. 3월 9일. 그 날에 마지막 실낱같은 희망을 걸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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