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항상 내 편인 것만 같았던 남자친구가
갑자기 철저히 남으로 느껴지고 밉고 싫은 날.
열심히 하고 싶어도
내 손에는 힘겹게 쥐어지거나 그토록 잡히지도 않는 날.
남들에겐 당연히 주어지는 것들이
나에겐 꿈이라는 현실을.
그 몹쓸 현실을
자꾸만 부정하게 된다.
15살엔 15살대로, 17살엔 17살대로,
22살엔 22살대로 팍팍하다고 느꼈는데.
돌이켜보니 지금이 제일 힘드네.
이러면 안되지, 현재 주어진 것에 감사해하며
긍정적으로 생각해봐야지 하면서도,
당장 배고파 천원짜리 편의점 빵 사먹는 것에도
몇시간을 고민하다가 포기하는 내 꼴을 보니
세상이 나한테만 팍팍하게 구는 것 같아 얄밉다.
돈 없는 나 대신 치킨값을 지불하며
장난으로 손을 덜덜 떠는 남자친구를
차마 쳐다보지 못했다.
우리 집보다 훨씬 여유로운 형편이라해도,
나 때문에 그런 것 같아서.
나랑 계속 사귀고 나중에 결혼을 한다해도
지금과 변한거 없이 가난할까봐... 두려웠다.
폐끼치지 말고 더 깊어지기 전에 보내줘야 하나 싶기도 했다.
돈이 없어 시험을 못치고 학원이나 인강 등록에도
며칠을 고민하며 망설이고.
그래도 해보자고, 시험비랑 교육비 벌고자
내가 취준을 멈추고 공장을 다녀야 한다는 사실에
마음이 먹먹하고, 용돈 받으며 사는 친한 친구들을 보며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 괴롭다.
자꾸 무너진다. 얼굴에 표정이란게 생기질 않는다.
결혼 전에도 가난했던 부모님.
지금은 각자의 행복과 편안함을 챙기셨지만,
하나의 살림이 둘로 쪼개지니 더 어려워진 형편.
당장 수중에 100만원 조차 없이
한달살이 인생을 사는 엄마와 나...
계속 가난이 대물림 되는 것 같아 내 자식한테는
절대 이런 고민 안겨주기 싫어
마음에도 없는
연금 나오는 공무원 해야하나 싶다가도.
(자식이나 낳을런지. 결혼은 가능할런지ㅋ)
내가 원하는 꿈 이뤄야한다며 이내 돌아선다.
가난이 내 자존감을 깎아먹고 자격지심을 부추기는 것 같아 괴롭고 밉고 원망스럽다.
법륜스님의 책을 읽으며 요즘 롤러코스터 같은
마음을 다잡아보겠다고 했지만 어째 나에게 상처를 남겼던 아빠와 전남친, 전남친 엄마가 자꾸 생각나 미칠 것만 같았다.
자식을 위해 한 행동이 헌신과 사랑이 아니라
투자였다고 말하는 아빠.
밖에서는 착하고 말많고 자상한 아빠가
유독 우리한테는 각박했다.
절대 지원해주지 않는다.
자식들은 알바로 딱 먹고 살 만큼의 돈을 벌며
공부를 병행하고 팍팍하게 살아가는데,
끼니 챙겨가며 공부하라고 용돈 챙겨주기는 커녕,
알바하면서 아빠한테 뭐 하나 해주는게 없냐고 무심코 말했던 분.
학비 좀 보태달라면,
고민하는 순간도 없이 돈 없다고 화내며
딱 잘라 말하는 변함 없는 분.
본인도 혼자 벌어 먹고 사는데 돈 없다고.
돈 필요할 때만 찾는다며 화내는 분.
돈 없다는 분이 모자부터 양말까지 전부 메이커고,
물건 사는 병을 버리지 못하셨나.
하긴.. 이혼 전에도 없는 살림에 친구들이랑
골프하시겠다고 골프채 사고 골프치러 해외 몇번 다녀오시고. 그리고는 학원 다니고 싶다는 동생에게 보내줄 돈 없다던 분이었으니...
우리는 1만5천원 짜리 원피스도 며칠을 고민하거나 다른 쇼핑몰 엄청 뒤져서 비교하고 사는데. 먹는 거 아껴가며 사는데.
가족을 제일 만만히 여겼었던 분이
현재 혼자가 돼 외로운건,
그 업보를 치룬 거라고 위로해보지만...
아빠의 지원을 받고 자란 내 친구들을 보며
또... 그러면 안되는거 알면서 또... 괴로웠다.
갑자기 남자친구가 아버지랑 있었던 얘기를 꺼냈다.
문득 나를 반대하시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에
무서울 때가 몇번 있었는데 오늘도 그랬다.
한부모 가정에, 학벌도, 직업도 마음에 안든다고
반대하셔서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야하는 일이
생길까봐. 또 나는 상처받을까봐.
한편으로는 나보다 더 좋은 환경에서 자란 여유가 넘치는 여성을 만나 행복하도록 놓아주어야 하는 순간이 오지 않을까, 하는 걱정...
이게 전부 망할 전남친의 엄마때문이다.
나 때문에 그놈이랑 싸우면 나한테 화풀이하고
당신 자식이 잘못한 걸 내가 여우라서 그런거라고 혼내고
학벌 마음에 안 든다고 욕하고
학교가 그러니 인성도 글러먹었다는 비논리.
(누가 보면 지 아들이 스카이인줄...서울 하위권 대학주제에)
미행하며 뒷조사에 우리엄마 번호 들먹이며 협박까지.
어느날 전화해서는 나랑 같이 있지도 않은,
외박한 아들(신입생때부터 제일 따르던 선배 만나러갔는데 사정상 부모님이 만나지 말라던 선배라서 비밀로 했음. 나에게만 알리고) 어딨냐고 찾고. 모른다는 나에게 그만 헤어지라고 명령하고.
대놓고 너희 둘 잔거 아니냐고 묻는 미친 뻔뻔함.
잔거 아니라고. 내가 그건 절대 싫고,
당신 아들이 싫다는거 억지로 할 남자도 아니라고.
당신 아들이 그런 사람 아니란거 자기도 안다는
그 뻔뻔함에. 우리 엄마 들먹이는 무례함에.
내 속은 데일대로 데였더라.
트라우마가 너무 생각보다 깊이 자리잡았더라.
날 부족하디 부족한 여자로 만든 그 여자 때문에
헤어진지 1년 반이 다되가는 지금도 괴롭다.
가끔씩 나도 막말을 퍼부은 문자를 없는 번호로 띡 보낼까 충동이 마구 일때가 있을 정도다. 아무튼 이런 상처를 받아서인지..
벌써부터 현남친 부모님의 눈치가 보이고
난 잘못한게 없는데 잘못하고 들어가는 기분.
자존감 낮출 필요 없고 난 어딜가도 사랑받을 여자인데
그냥 자신감이 사라진다.
그냥
오늘
이랬다고...
가족도 친구도
그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어서.
브런치. 너 하나 믿고 여기에. 이렇게. 응, 이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