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되는 한여름날의 장맛비와 함께하는 휴가
2025.7.16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 그리고 다시 함께하는 즐거움
비가 내리는 날, 창밖의 소리가 하루를 시작하는 신호처럼 들린다. 날씨 예보에서는 호우주의보가 내려져 있긴 하지만, 나는 그런 기분 좋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진다. 함께 있던 가족들이 떠나고, 나는 다시 나만의 여유를 즐기기 시작했다. 예전 같았으면 혼자 있는 시간이 무척 심심하고 지루했을 것이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되면서 주변이 지저분해지고, 의견이 맞지 않거나 서서히 서로의 출구를 찾는 듯한 기분이 들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누군가를 찾는 것 역시 자유로움과 평화만큼이나 큰 즐거움임을 알게 되었다.
이번 여행을 계획할 때, 경제는 학업으로 바쁘게 보내고 있어서 가족 모두가 함께할 수는 없었다. 매년 이맘때면 가족과 함께 여름휴가를 보냈지만, 올해부터는 ‘자유의 신분’이 되어 별도의 휴가라기보다는 가족과 함께하는 바닷가 나들이가 더 새롭게 다가왔다.
첫날, 대부도의 첫 수확
대부도에 도착하자마자, 비가 오는 가운데서도 감자 수확을 시작했다. 늦었지만, 첫 번째 감자 수확이라 그런지 다른 감정이 들었다. 지난 2주 전, 시범적으로 감자 몇 개를 캐면서 아내가 얼마나 좋아했는지 생각난다. 그 기쁨을 아내에게 양보하고 나는 텃밭 정리와 저녁 상차림 준비를 맡았다.
메마른 날씨 탓에, 물을 주는 일은 어렵기도 했지만 그만큼 기쁨은 잔잔하지 않게 넘쳤다. 감자, 파프리카, 고추, 호박… 하나하나 수확할 때마다 내가 기른 것들이 이렇게 커가는 것이 신기했다. 그중에서도 ‘동아’라는 생소한 열매가 호박처럼 자라면서 나를 흥미롭게 만들었다. 처음에는 참외, 호박, 수박, 아니면 다른 종류인 줄 알았지만, AI의 도움으로 결국 ‘동아’라는 겨울 멜론 계열의 작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 놈이 어떤 작물로 자라날지, 그 결말이 궁금하다.
야외 바베큐는 날씨가 덥기도 하고 힘들었지만, 고기와 와인, 맥주를 준비해 집 마당에서 소소하게 즐겼다. 지난주에 초대 손님이 왔을 때 더운 날씨를 감안하여 급하게 메뉴를 변경을 하면서 남겨둔 고기와 간단히 준비한 음식을 먹으며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바람이 살짝 불어오는 시원한 저녁, 와인 한 잔과 함께 고기와 야채를 구워 먹는 그 순간은 아주 작은 행복을 느끼게 해 주었다.
둘째 날, 십리포 해수욕장과 뜻밖의 비
둘째 날 아침, 십리포 해수욕장을 가기로 했다. 대부도에서 차로 30분 정도면 도달할 수 있는 이 해수욕장은 조용하고 한적해서 늘 좋아하는 곳이었다. 서해안 특성상 물때를 잘 맞추어야 하는데, 이번엔 아쉬운 점이 있었다. 물이 들어오는 시간이 저녁 무렵이라 해수욕을 즐기기엔 너무 이른 시간이었다. 급하게 바다에 뛰어들었지만, 물이 얕아서 한참을 걸어가야만 물에 잠길 수 있었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 가족과 함께 물놀이를 하며, 잔잔한 파도 속에서 약 20~30분 정도 즐겼다. 서해 바닥은 돌과 조개 조각들로 가득해 발에 상처가 나기도 했지만, 그 또한 여행의 일부로 남았다. 이후, 맥주와 주전부리, 준비해 온 과일을 먹으며 휴식을 취한 뒤, 아내와 상재는 카페에서 휴식을 취하고 나는 낭만적인 독서를 즐기기로 했다.
하지만, 예고된 비가 갑자기 강하게 몰아쳤다. 철수하기로 결정하고 집으로 돌아오며, 매운 짬뽕을 포장해 집에서 해결했다. 비바람 속에서도 그 순간은 여행의 한 장면으로, 멋진 기억으로 남았다.
셋째 날, 여유로운 오후와 농사의 깨달음
셋째 날, 화요일은 그간의 여유를 즐기는 하루였다. 첫날 수확한 감자와 고추, 호박 중 일부를 골라 대구에 계신 어머니에게 보내기로 했다. 우체국에서 택배를 발송한 후, 아껴두었던 콩국수와 족발을 점심으로 먹었다. 선선한 오후에는 마당에서 야외식사를 즐기며 평화롭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냈다.
그날 오후, 옆집 할머니가 밭일을 하시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을 보고, 지난주에 농약과 장비를 챙겨주었던 일을 떠올리며 이번에는 후배로부터 받은 기념품 몇 가지를 챙겨 드리려고 했다. 할머니는 여전히 농약을 내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하시며, 비 예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약을 치라는 말씀을 하셨다. 선의를 거절할 수 없어 기분 좋게 장비를 받아갔다.
농약을 뿌리는 일이 귀찮고 범 잡스러운 일로 여겨졌지만, 여기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 원칙을 고수하는 듯했다. 하지만, 이곳에서 깨달은 것은 내 손으로 기른 작물들이 벌레들의 먹이가 되는 것보다는, 화학적 방법을 통해 건강한 농작물을 기르는 것이 훨씬 더 의미 있다는 것이다. 유기농이라는 단어 뒤에 숨겨진 현실을 마주하게 되었고, 농약과 비료는 결국 필요불가결한 존재임을 깨달았다.
마지막 날, 혼자만의 시간과 여운
마지막 날, 수요일은 가족을 읍내로 데려다주고 나만의 시간을 갖기 위해 돌아왔다. 가족과 함께한 시간도 소중했지만, 혼자만의 여유도 그만큼 소중하게 느껴졌다. 읍내에서 모종 가게를 들렀으나, 이제 거의 남아 있는 모종이 없었다. 지난주 감자 수확 후 텃밭에 빈자리가 보였기에 무엇인가 더 심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대파, 상추, 청오이, 선선초를 추가로 구입하고 텃밭의 빈자리를 메꿨다.
방송에서는 시간당 50m 이상 강한 비바람을 동반한 호우주의보가 내일까지 예보되었고, 이제 비가 그만 왔으면 좋겠다. 나만의 시간이 계속되기를, 그리고 새로운 작물들이 자라나길 기다리며 하루를 마무리했다.
노심초사 잘 자라기를 기도 하는 나의 최고의 보물 세끼수박 무사히 호우를 넘겨서 맛볼 수 있는 그날을 위해
수박 한 통이 3만 원도 한다는데 또 몇 개는 더 열리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