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파도에 물든 승봉도

동해인 척 서해 바다와 연꽃 체험 단지

by Blue paper

2025년 8월 6~7일 승봉도 기행


동네 이장님과 탁구 동호회 형님 부부를 집에 초대했던 어느 날. 고기 굽는 냄새 사이로 섬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구봉도, 선재도, 영흥도는 다녀왔죠.”
“그건 이제 다리 놓여서 반쯤 육지야. 진짜 섬을 원하면 승봉도를 가야지.”
그날의 추천이 마음속에 파도처럼 남아 있었다. 풍도 여행에 밀려 순번은 뒤로 갔지만, 드디어 승봉도의 모래를 밟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바다와 하늘이 이렇게 화려하게 꾸밀 수 있다는 걸.

서해에 있으면서도 동해처럼 맑고 푸른 바다, 하늘과 짝을 맞춘 듯 파란 지붕들… 섬 전체가 하나의 풍경화였다. 누가 붓으로 그렸다고 해도 믿을 만큼.

남대문바위(코끼리바위)

준비된 출발

이번 여행은 달랐다. 블로그 후기까지 꼼꼼히 읽고, 2박 분량의 음식까지 챙겼다. 출발 전부터 입안은 이미 석양에 새우구이와 회 한 접시를 그리고 있었다.

첫날, 흐린 하늘과 잔잔한 비가 덥지 않은 길잡이가 됐다. 민박집에 짐을 풀고, 주인이 추천한 바지락 칼국수로 배를 채운 뒤, 헬기장·부채바위·촛대바위·남대문바위·신황정 전망대를 돌았다.
남대문바위는 이름과 달리, 내 눈엔 ‘코끼리 코’가 먼저 보였다.


바다와 연꽃 사이에서

삼형제바위를 지나 유일한 카페에서 시원한 한 모금. 예정보다 짧은 1시간 남짓의 산책이었지만, 발걸음마다 파도 소리와 익어가는 벼들의 청푸른 모습이 스쳤다.

다음 날 해수욕을 하려고 했으나, 바다가 “오늘도 괜찮아” 하는 유혹에 바로 입수했다. 비가 오는 오후, 주변에는 나 말고는 아무도 없다. 그래서인지 인명 구조대원 2인 1조가 휴식을 취하다가 갑자기 자리에 정위치를 취하는 모습에 괜히 미안하기도 했다. 바로 저녁 준비를 위해 목살과 새우로 불판을 달궜다.

식사 후 걷다 마주친 연꽃 체험 단지. 지금껏 본 것 중 가장 넓고, 저녁 햇살이 물 위에 금빛 수를 놓은 듯했다. 이러한 광경은 난생 첨 보는 경이로운 모습이다

KakaoTalk_20250815_215012552.jpg 승봉도 연꽃체험단지


햇살 아래 두 번째 날

아침의 이일레 해수욕장은 고요했다. 승봉도는 1박이면 충분하겠다는 결론이 나왔다. 남은 1박은 취소하고, 카레와 짜장으로 간단히 아침을 먹었다.

전날과 같은 길을 이번엔 차량 도움 없이 걸었지만, 익숙한 길도 햇살이 바뀌면 전혀 다른 풍경이 된다. 어제의 비 내린 몽환적인 풍경이 오늘은 선명한 푸른빛으로 바뀌어 있었다. 카페에 앉아 찍은 사진 한 장은 액자에 넣어도 손색없었다.

KakaoTalk_20250815_215032893.jpg (승봉도 유일)카페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찍은 사진

돌아오는 길, 그리고 다음 여정

선착장에서 표를 당일표로 바꿔 대부도로 향했다. 저녁 메뉴였던 회 대신, 지난주에 감탄했던 ‘상동회집’ 물회를 포장했다. 그 한 그릇이 여행의 마지막 장면을 맛으로 마무리해줬다.

첫째날 비 온 뒤 해질녘 모습

승봉도는 도시락과 물 한 병이면 당일치기 가능하지만, 바다와 섬의 호흡을 느끼고 싶다면 1박을 권한다. 촛대바위 근처에서 만난 한 여행객은 2박 3일 동안 섬 다섯 곳을 돈다고 했다.

내게 남은 섬은 자월도와 이작도. 언젠가 혼자 먼저 다녀와, 아내에게 “이 길 내가 알아”라고 자신 있게 말하며 다시 오고 싶다. 그때는 도시락 하나에 당일 트레킹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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