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겨울 생각

춘천의 '장칼국수' 맛집기행

by Blue paper

이 내용은 2025년 1월 9일 일기장의 한 내용이다. 무더운 여름을 올초 매일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던 겨울을 생각하면서 바캉스를 즐긴다

지난 1월에 춘천에서 약 30년 전 신혼여행으로 호주에서 처음 만나 지금까지 자주는 아니어도 매년 1~2번은 얼굴을 보면서 서로 의지를 하고 지내고 다음 주가 22일이 그 날이다

참 기한 인연이기도 하다


보통 패키지여행으로 만나면 어쩌다 전화번호만 예의상 주고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생각을 하지만 우리는 모두 어떠한 사유로 여행 출발이 하루 지연되어 저마다 특별한 사연을 가지고 신혼여행을 다녀온 남다른 기억을 모두 갖었을 것이다


나의 경우는 1996년 결혼 당시 주 5일 근무제가 아닌 상황이어서 대부분의 결혼식은 일요일이고 그날 무사히 결혼식은 마쳤으나 피로연을 하면서 시간을 지체하는 바람에 대구에서 서울 가는 비행기를 놓치는 상황이 생겨서 전 일정이 하루식 미뤄지는 상황으로 거액의 캔슬비를 부담을 하면서 여행을 출발하는 케이스였고 우리 외 나머지 3팀의 신혼여행팀도 오래되어 기억이 안 나지만 모두 부득이 한 사연으로 다음날 여행을 출발하여 모두 8명의 4팀의 신혼팀으로 이루어져 이동이나 식사 등 지금 생각하면 갠슬비 대신에 별도의 추가 비용은 없이 아주 스마트한 여행을 할 수 있었고


춘천, 주문진, 서울 등 거주지역도 다양하고 하는 일도 건설회사, 대기업박사출신, 유명의류소매점, 은행원 이렇게 저마다의 개성은 있으나 모나는 사람이 없이 지금까지 좋은 이연을 이어오고 있다


당시는 20대 중후반에 만나 지금은 50대 후반을 넘는 중연의 아저씨가 되어있지만 그래도 좋다

아래 맛기행문은 2025년 1월에 내가 직장퇴직을 하고 위로와 격려를 위하여 모였고 50년 오로지 춘천에서만 생활해 온 원준이 형 거주지역에서 1박을 하고 아침 해장을 하는데 참 기억이 나는 장소이었기에 맛기행문을 남겼었다


장칼국수(2025.1.9)

춘천시 낙원동 60-2. 어제는 신혼여행 때 만난 형들이랑 졸업 기념으로 진하게 과음을 하고, 원준이 형의 지역 터줏대감다운 추천에 따라 숙고 끝에 해장을 위해 찾아간 식당이다.

외형으로만 봐도 50년은 족히 되어 보인다. 역시나 간판을 뒤로하고 가게 안으로 들어가면 옛날 구식 가정집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한 노포의 정취가 진하게 느껴진다. 메뉴를 고르느라 고민할 필요는 별로 없다. 대부분 장칼국수를 시킨다고 한다. 우리도 마찬가지로 장칼국수를 먹기 위해 갔으니 당연히 그렇게 주문을 했다. 대략 10여 분을 기다리니, 원 주인은 아닌 것 같고, 아마 2대 혹은 그 가족인 듯한 분이 음식을 가져다주셨다. 반찬은 취나물과 콩나물무침, 그리고 김치. 모두 간이 심심하면서도 세지 않은 걸 보니 사서 내놓은 반찬 같지는 않아 보인다. 그때 원준이 형이 "이 김치, 직접 담근 거야."라며 한마디 한다.

솔직히 소주 한 병만 시켜 한 잔 하고 싶었으나, 다들 그런 분위기는 아니었고, 종철 형님이 차를 가지고 이동해야 하는 상황이라 그냥 자제했다.

조금 지나 기다리던 장칼국수가 등장했다. 짜잔~ 원준이 형이 능숙한 손놀림으로 찌개에서 나오는 거품을 걷어낸다. 그리고 시작.

첫맛의 느낌은 역시 최고였다. 어릴 적 느꼈던 시골 된장국(사실은 그냥 해본 소리다. 어릴 적에는 이런 된장찌개 같은 건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의 향이 은근히 나면서, 어제의 숙취가 수저 몇 번으로 싹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불 조절을 잘못했는지 국물이 짜지기 시작했다. 그러자 원준이 형이 무심한 듯 물통에서 반 컵의 물을 부었다. 적재적소라는 말이 이럴 때 쓰이는 것일까. 바로 간이 맞아떨어지면서 또다시 새로운 한 바퀴를 도는 순간이었다.

다음은 공깃밥. 모두들 무관심했으나 내가 한 공기를 달라고 하니 고봉으로 한 공기를 주셨다. 역시 탄수화물이 빠지면 안 되는 거지. 내가 한 숟갈 뜨고 원준이 형, 이런 순서로 모두 한 공기를 비우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방 안 모습을 한 장 찍어야 했는데 먹는 것에 정신이 팔려 찍지 못했다. 요즘 보기 드문 좌식 식탁, 벽지는 전문가의 손길이 아닌 옆집 아저씨 도움으로 도배한 듯한 느낌. 그리고 서보니 머리가 천장에 닿을 듯한 낮은 천장. 내 눈을 의심케 한 에어컨. 아마 80년대 벽걸이용 에어컨, 정확히 말하면 벽걸이는 아니고 벽을 관통하여 냉방하는 1세대 에어컨이었다. 이건 노포의 자존심 정도로 봐서 장식용이겠거니 했는데, 주인아주머니 말씀으로는 여름철에 아직도 냉방을 한다고 하셨다.

김치가 부족해 조금 더 달라고 하니 아주머니는 기다리란다. 그리고 조금 있다가 푸짐하게 또 한 접시를 받아먹고 공깃밥까지 싹싹 비우며 기분 좋게 해장을 마쳤다.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그냥 갈 수 없어 간판과 구옥 대문을 함께 사진으로 남겼다.

춘천에 오게 되면 다시 찾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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