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향기 가족 방문기

대부도에서 2박 3일 가족 초대

by Blue paper

대부도 해파랑LAB, 대부도 농장이라 명하고 생활한 지 어느덧 반년. 서울을 떠나 이곳 농장과 바다 가까운 곳에서의 삶을 시작했을 때, 엄마는 아무 말씀으로는 “축하한다, 그동안 수고 많았다”라고 응원을 주셨으나 늘 마음 한켠으로 걱정하셨다. 그런 엄마를 이번에 처음으로 이곳 집으로 초대했다. 다행히 누나가 함께 동행해 대구에서 올라와 주어 안심이기도 했다. 대부도에서의 아들 생활이자 처음의 시골 생활에 잘 적응하는지 궁금하시고 걱정되는 마음에 직접 확인해보고 싶었던 모양이다.


나는 막내다. 엄마에게 언제나 ‘아픈 손가락’ 같은 존재였다. 그래서 더욱이 누추한 모습은 보여드리고 싶지 않았다. 엄마가 오시기 전, 집 안팎을 손보고 꽃도 심고, 외벽 페인트 작업도 했다. 2박 3일 동안의 여정이 지루하지 않게 하려고, 사전에 일정도 시간 단위로 짜두었다.
엄마의 첫 방문이니까, 나에게는 작은 행사 같았다.


광명역에서 엄마와 누나를 픽업해 대부도로 오는 길. 평소 눈여겨 보아둔 벗나무집에서 생선구이 정식으로 점심 식사를 했다.
식사 후엔 선재도와 영흥도를 연결해 해안선을 따라 드라이브를 하고, 목섬에서 바닷가를 걸었다. 서해의 갯벌 위를 직접 밟으며, 누나는 “바닷물이 없는 바닷가도 다 정겹구나” 하시며 연신 사진을 찍으며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동해나 남해처럼 장엄하진 않지만, 소박하고 투박한 이 바다의 풍경에 경이를 느끼시는 모습이 참 한편으로 고마웠다.


영흥도 수산시장에서 싱싱한 소라와 제철 **대하(새우)**를 사서 저녁 무렵 집에 도착했다.
엄마와 누나는 내가 살고 있는 대부도 농장집을 처음 보고는 신기해하면서도 말없이 걱정스러운 눈빛을 띠셨다.
하지만 집 안에 들어서 단정하게 꾸며둔 내부를 보시곤, 이내 안도의 눈빛으로 바뀌었다.
농장은 생각보다 좁고 일부는 잡초가 무성했지만, 초보 농부의 시작이라며 너그럽게 받아주셨다.

첫날 저녁엔 소라찜, 새우구이, 그리고 돼지고기 목살 바비큐를 준비했다.
야외 테이블에 조명도 켜고, 식탁보도 깔고, 와인과 맥주까지 곁들인 나의 빅네임답게 ‘이 시대의 마지막 로맨티스트’ 면모를 보여주었다.
숯불과 장작으로 타오르는 불꽃을 보며, 엄마와 누나, 나까지 모두가 오랜만에 아이처럼 웃으며 어릴 적 농담과 캠프파이어로 정겨운 밤을 보냈다.


둘째 날은 제부도로 향했다. 케이블카를 타고 바다를 건너, 제부도 해안선을 따라 버스투어를 하며 서해의 또 다른 얼굴을 만났다.
조용히 바다를 바라보며, 예전에 언젠가 다녀왔다는 기억을 되살리시면서 역시나 내가 있는 곳을 처음엔 제부도로 착각하셨다고 했다.
햇살도 바람도 참 좋았던 하루였으나 중간중간 비가 뿌리기도 했지만, 이것 또한 재미였다.

KakaoTalk_20250921_045140401.jpg 제부도 가기전 '바다향기수목원' 허수아비

여행의 마지막 날은 엄마가 가장 기대하셨던 장소, 남양성지를 찾았다.
최근엔 건축가 유현준 교수의 방송을 통해서도 알려진 곳으로, 동양 최대 규모의 성지 중 하나다.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를 오랜 시간 바라보시던 엄마의 뒷모습이 인상 깊었다.

이후에는 형님이 현직 소장으로 있는 국순당 연구소로 갔다. 연구소가 최근 신축을 하면서 박봉당 카페와 장소를 같이 하고 있어 연구소장 자리도 구경하고 카페에서 차 한 잔을 했다. 여기 박봉당은 과거 국순당 공장을 현대식 카페로 외벽을 그대로 살린 빈티지 느낌으로, SNS에서 유명세를 타며 사진이 예쁘게 잘 나온다고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다. 덕분에 여기 연구소장 자리 잡기도 쉽지 않았다.
여기서 빵 몇 조각과 차 한 잔을 마시며, 이번 여행의 마지막을 보냈다.

KakaoTalk_20250921_045957565.jpg 국순당 연구소가 있는 '박봉담' 카페

서울 집으로 돌아가는 길, 짧게나마 함께한 시간이 못내 아쉬웠다.
그래도 곧 다가올 추석에 다시 만나기로 약속하며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엄마와 누나의 첫 대부도 방문은 그렇게 조용하고 짧은 시간이지만 긴 여운과 함께 따뜻한 만남으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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