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해 이야기

바다를 따라 걷는 길

by 신현창

Chapter 1.


오래전부터 통영의 ‘다찌’를 꼭 한 번 경험해보고 싶었다. 그날그날 바다에서 건져 올린 해산물이 식탁 위에 오르고, 식당 주인의 손길에 따라 메뉴가 바뀌는 것, 가격 또한 넉넉하고 합리적이라 하여 여러 매체를 통해 접할 때마다 마음이 움직였다.


하지만 통영은 집에서 너무도 먼 곳, 늘 갈 수 없는 곳으로만 남아 있었다.

이번에는 달랐다. 시간이 허락했고, 무엇보다 함께할 이가 있었다. 당연히 아내다. 그래서 이번에는 마음을 단단히 먹고 길을 나서기로 했다. 한 번에 통영으로 향하기보다는 중간에 대구 본가에 들러 하루를 보내고 가면 여정이 한결 부드러울 것 같았다. 그렇게 계획을 세우다 보니, 처음에는 통영에서만 3박 4일을 머물 생각이었지만 막상 코스를 짜보니 일정이 조금 비어 있었다. 대신 거제와 남해를 함께 둘러보기로 했다. 바다와 섬이 이어지는 길, 자동차가 있기에 가능한 여정이었다.


사실 그동안 여행을 갈 때마다 숙소와 식사, 주변 장소까지 아내가 빠짐없이 준비해 주었다. 나는 그저 따라가기만 하면 되었고, 늘 감사하면서도 미안했다. 이번만큼은 내가 앞장서서 준비해 보겠다고 장담했지만, 역시 쉽지 않았다. 제임스의 도움을 받아 일정을 짜보았으나 막상 들여다보니 부족한 구석이 많았다. 결국 다시 아내의 손길을 빌렸고, 덕분에 계획은 매끄럽게 이어졌다. 혼자였다면 버거웠을 일을 둘이 함께 나누니 오히려 더 즐겁고 든든했다.


숙박은 성수기가 아니어서인지 합리적인 가격에 편안한 숙소를 쉽게 구할 수 있었다. 자동차가 있으니 이동 중에도 계획을 바꾸거나 즉흥적으로 멈춰 설 수 있어 좋았다. 다만 아내는 장롱면허라 운전은 전적으로 내 몫이었다. 그렇게 이번 여정에서만 약 천 킬로미터를 달렸으니, 길 위의 바람과 풍경은 내 손에 모두 새겨졌다.


여행의 첫걸음은 어머니 댁이었다. 일요일 오후, 미사를 마치고 천천히 길을 나섰다. 해가 저물 무렵 대구에 도착해 어머니를 모시고 근처 식당으로 향했다. 오래전 조카와 함께 먹었던 조개 해산물 전골이 떠올라 그곳을 다시 찾았다. 익숙한 맛과 따뜻한 대화 속에서 저녁을 마치고, 이번에는 누나네 집에도 들렀다. 자형과 조카 식구들이 차려낸 소박한 다과 앞에서 웃음이 오갔고, 적당한 취기에 마음도 더 가벼워졌다. 다시 어머니 댁으로 돌아오는 길, 여행의 첫날밤은 그렇게 포근하게 내려앉았다.

그리고 드디어 본격적인 여정이 시작된다. 바다와 섬을 따라 거제, 통영, 남해로 이어지는 길. 오래 미뤄두었던 바람이 이제 눈앞에 펼쳐지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