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력 속 미소, 그리고 면세점의 썬글라스 고르기
여행의 시작과 달력과의 미소
역시 여행, 특히 해외여행을 앞두고 느끼는 설렘은 어쩔 수 없다.
떠나기 일주일 전부터는 달력을 바라보는 횟수가 늘어난다.
그리고 달력을 한 번 볼 때마다, 입가에 절로 미소가 머문다.
날이 다가올수록 그 미소의 깊이도 함께 깊어지는 듯하다.
갑작스럽게 짜인 여행의 ‘판’.
우리 가족 전체가 이렇게 한 번에 움직일 수 있다는 걸 기대하진 못했다.
그런데 이렇게 여행의 틀이 잘 짜였고, 모든 타이밍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는 게
참 다행이고, 또 감사했다.
사실 몇 년 전만 해도 가족 모두가 시간을 맞춘다는 게 쉽지 않았다.
큰아들이 공부하느라 여름휴가를 같이 간 기억이 거의 없었고,
최근엔 오히려 작은아들의 스케줄 맞추기가 더 어려웠다.
그런 상황에서 이번 여행은 모두의 일정이 ‘기적처럼’ 맞아떨어진,
어쩌면 나에게는 퇴직 이후 진정한 졸업여행 같은 여정이었다.
여행은 아마 공항 면세점에서부터 시작된다.
사전에 미리 정해둔 쇼핑 품목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이번 여행에서 곧 취업을 앞둔 큰아들의 쇼핑 리스트에 **‘선글라스’**가 있었다.
전 가족이 함께 선글라스를 고르며,
이것저것 서로 얼굴에 올려보는 순간들이
그 자체로 즐거운 여행의 워밍업이었다.
다행히 큰아들이 아빠를 닮아(?) 한 얼굴 하는 덕에
웬만한 선글라스는 잘 어울렸다.
적당한 가격대에서 만족스러운 선택을 했고,
서로의 ‘눈썰미’와 선택에 은근한 자부심까지 느끼며 웃었다.
이번 여행의 항공편은 T’way 항공.
최근 업그레이드된 좌석 덕에
예전보다 좌석 간 간격이 꽤 넉넉하게 느껴졌고,
목받침 구조가 바뀌면서 목베개 없이도 편안하게 5시간 비행을 할 수 있었다.
다만, 아쉬웠던 건 기내식.
해외여행의 재미 중 하나가 기내식인데,
저가항공이다 보니 따로 제공되지 않아 그 ‘여정의 맛’은 조금 포기해야 했다.
드디어 도착이 임박했다는 방송이 나왔고,
착륙을 준비하는 안내방송도 함께 흘러나왔다.
그런데 한참이 지나도 비행기는 착륙하지 않았다.
30분쯤 후 다시 들려온 안내방송.
현지 기상 악화로 인해 착륙 지연, 공항 상공을 선회 중이라는 내용이었다.
사전에 날씨 예보를 확인하긴 했지만
착륙에 영향을 줄 정도의 폭우일 거라고는 예상 못 했다.
비는 쏟아졌지만 다행히 바람은 강하지 않았다.
결국 약 1시간가량 지연된 끝에
비행기는 무사히 착륙했고, 우리 가족은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한국과의 시차는 1시간.
착륙 지연까지 겹쳐 도착은 새벽 1시가 다 되었다.
도심이 어둠에 잠긴 시간.
하지만 동남아의 대표 교통수단인 **‘그랩(Grab)’**을 이용해
호텔까지 어렵지 않게 이동할 수 있었다.
거센 비가 내리고 시야도 좋지 않았지만,
현지 기사님의 노련한 운전 덕분에
안전하고 편안하게 숙소에 도착했다.
도착 시각은 새벽 2시 무렵.
그런데 어찌 이 머나먼 타국까지 와서,
바로 잠에 들 수 있겠는가.
아들과 함께 우산을 쓰고 근처 편의점을 찾아
캔맥주 몇 병과 간단한 안주거리를 사 왔다.
호텔에서 조용히, 하지만 설렘 가득한 건배.
그렇게 이번 여행의 서막을 올렸다.
잠시 후 우리는
다음 날 본격적으로 떠날 리조트 호텔을 꿈꾸며
서서히 피로를 내려놓았다.
운 좋게 배정받은 4인 침대의 넓은 1인실.
첫날의 긴 이동을 마무리하며,
우리의 여행은 그렇게 조용히 시작되었다.
다음 글에서는 본격적인 일정인
‘남국의 5성급 휴양지, 마젤란 슈트라 리조트’에서의 여정을 Chapter 3 으로 이어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