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의 햇살, 성장의 시작

성당 마당의 햇살, 교리 선생의 동생으로 불리던 소년의 이야기.

by 신현창

별이 보이지 않던 밤 (Even the Stars Were Silent)


제 1 장 소년의 햇살과 첫사랑의 시작


Chapter 1 – 소년의 햇살, 성장의 시작


그녀를 처음 본 건, 아마도 중학교 2학년 가을이었다.
하늘은 높고 청명했고, 성당 마당 가장자리엔 미사를 마친 사람들이 흩어져 나오는 소란이 가득했다.
현수는 언제나 혼자였고, 그녀는 언제나 무리 속에서 빛났다.
회색빛 트렌치코트를 입고, 단정히 땋은 까만 머리를 어깨 위로 늘어뜨린 채 성당을 나서던 옆모습——
그 장면은 오래된 흑백사진처럼 그의 기억 속에 선명히 남았다.


그러나 그 이전의 시간, 어린 시절의 현수는 전혀 다른 아이였다.
그때는 ‘초등학교’가 아니라 ‘국민학교’라 부르던 시절이었다.
현수는 매주 토요일을 손꼽아 기다렸다. 학교에서는 늘 소심했고,
성적이 곧 인기 순위였기에 그의 존재는 크지 않았다.
하지만 성당은 달랐다. 그곳에서는 성적도, 집안 형편도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함께 뛰고 웃으면 되는 성당은 원래 그런 곳이였다.


성당을 다니기 시작한 건 누나 때문 이었다.
누나는 초등부 교리교사였고, 덕분에 현수는 ‘교리선생 동생’이라는 이유만으로
성당 아이들 사이에서 은근한 영향력을 가졌다.
누나는 그의 든든한 후원자이자, 세상 누구보다 믿음직한 ‘빽’이었다.


주일학교 미사가 시작되기 전, 아이들은 늘 성당 앞마당에서 공놀이를 했다.
야구 사이*나 축구가 시작되면 웃음소리로 마당이 가득 찼다.

* 야구사이: 타자가 스스로 고무공을 토스하여 치고 수비와 진루는 일반 야구 규칙을 따랐다. 소규모 인원으로 좁은 공간에서 야구를 즐기기 위해 고안된 지역 특색 동네 놀이


그곳에서 현수는 언제나 인기 있는 아이였다.
타석에 서기만 하면, 수비하는 아이들은 담장 가까이로 물러났다.
그는 공을 세차게 때려 담장 너머로 넘기곤 했다.
그 순간만큼은 모두의 시선이 자신에게 쏠리는 짜릿한 기분을 느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들이 너무 시끄럽게 놀던 탓에
성당의 관리장 같은 분이 나타나 호통을 쳤다.
아이들이 겁에 질려 뿔뿔이 흩어졌지만, 현수는 누나의 ‘빽’을 믿고 끝까지 남았다.
결국 그날 저녁, 누나와 남자 교리교사들에게 한바탕 호되게 혼쭐이 났다.
그날의 꾸중은 오래 남았지만, 그 시절의 햇살과 웃음은 여전히 따뜻했다.


그러나 사춘기는 누구에게나 예고 없이 찾아온다.
중학교에 올라간 현수는 점점 말수가 줄어들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활달하던 소년은 어느새 내면의 세계로 침잠한,
그저 평범한 까까머리 중학생으로 변해 있었다.
그리고 그 즈음——그녀를 만났다.


그녀는 현수의 잃어버린 소년기를 다시 깨운 존재였다.
매주 일요일 아침, 교복 바지에 후줄근한 외투를 걸치고 향하던 성당 길에
그녀는 새로운 빛처럼 나타났다.
그날 이후, 현수의 주일은 신앙보다 훨씬 뜨거운 이유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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