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사랑의 기적은

눈이 마주친 순간, 세상이 멈추던 시간.

by 신현창

Chapter 3 – 짝사랑의 기적은


성당 미사 시간에도 마찬가지였다. 성가대가 고요히 ‘Ave Maria’를 부를 때, 그녀는 두 손을 모으고 고개를 숙여 기도했다. 현수는 그녀의 옆모습을 훔쳐보며 스스로를 향한 죄책감과 축복 사이에서 갈등했다.
‘이건 신께 대한 죄일까, 아니면 나만의 거룩한 축복일까?’


영성체 시간, 사람들 사이에 섞여 그녀를 스치듯 지나칠 때면 심장이 목 끝까지 차올라 숨이 멎는 듯했다. 그녀는 그를 보지 않았다. 아니, 애써 보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만 단 한 번, 아주 짧게 눈이 마주쳤다. 그녀의 눈동자가 잠시 그의 눈에 걸린 그 찰나.


그날 밤, 현수는 일기장에 적었다.
“나의 기도는 오늘 응답되었다. 짝사랑에도 기적은 있는 걸까. 그녀의 눈빛은 나의 전부였다.”


그리고 어느 날, 그녀는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성당에서도, 익숙했던 그 버스 정류장에서도. 며칠은 전학인가 싶었고, 며칠은 아프다는 헛소문이 돌았다. 그러다 말없이 사라졌다. 아무런 흔적도, 작별 인사도, 당연히 짧은 편지 한 장도 없이.


그녀가 사라지자, 현수에게 성당은 의미를 잃었고, 등굣길의 방향도 달라졌다.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어떤 정류장에서 가을비가 내릴 때면 그는 문득 긴머리 소녀를 떠올린다.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한 순수했던 사랑. 이름조차 모르던 그 아이를, 그는 세상에서 가장 깊고 진실되게 사랑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가끔, 그 시절의 정류장에 여전히 서 있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사랑은, 이름 없이도 시작되고, 이별은 말 한마디 없이 끝난다.”

이전 03화정류장에서의 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