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류 영화스토리가 현실

잊었던 그녀와의 재회, 카페에서의 첫 대화

by 신현창

제 2 장. 청춘의 서툰 설렘


Chapter 4 – 3류 영화스토리가 현실


그녀와 다시 마주 앉게 된 건, 현수에게는 운명이라는 말밖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었다. 같은 성당, 같은 정류장에서 먼발치로만 바라보다 홀연히 사라졌던 그 아이. 몇 해가 지나도 지워지지 않던 소녀.


현수는 상고 졸업후 대기업에 초급으로 입사를 했는데 그 이름조차 모르는 그아이의 이름과 소식을 친구를 통해 알게 되었다
“가은이? 응, 그 가은이. 지금 시내 대풍기업 쪽 사무직으로 취직했대.” 그회사는 현수가 입사한 회사와 계열의 회사다.


그 순간, 그의 심장이 ‘쿵’ 하고 건너뛰었다. 그녀가 어딘가에서 평범하지만 아름다운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이 벅찼다.


며칠을 망설인 끝, 수첩에 전달받은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신호음은 길고 느리게 이어졌다. ‘안 받으면… 신의 뜻이다. 그걸로 끝내자.’ 마지막 신호음이 울릴 즈음, 수화기 너머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그녀의 목소리는 예상보다 낮고 또렷했으며, 묘하게 떨림이 있었다.
“아… 저기… 혹시… 가은 씨 맞으세요?”
“네. 누구세요?”
“혹시 기억하실지 모르겠는데요… 몇 년 전에… ○○동 성당 다니셨죠?”
잠시 얕은 침묵. 그리고 피식 웃음.
“아… 혹시… 그때 항상 오른쪽 기둥에 기대 조용히 책만 읽으시던… 키 크셨던 분… 맞죠?”

그 말에 현수는 울컥했다. 놀라움과 기쁨, 그리고 감격. 그녀가 그를 기억하고 있었다.


그렇게 재회가 이루어졌다. 약속 장소는 대구 시내의 오래된 다방. 나무 프레임의 낡은 유리문, 닳은 줄무늬 카펫, 갈색 플라스틱 패널 벽, 구석의 금붕어 수족관. 둘은 창가에 마주 앉았다. 그녀는 블랙 커피, 현수는 그냥 커피를 주문했다. 대화는 어색했지만 감정의 물결은 어색하지 않았다. 서로의 학창 시절과 집안, 직장 이야기를 조심스레 꺼냈다. 언젠가 성당여름학교에서 같은 조였다는 이야기, 동네 친구들과의 추억도 이어졌다. 3류 소설 같은 에피소드들이 최고의 영화처럼 풀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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