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걸로, 한 잔씩 더 주세요.

다시 마신 커피 두 잔, 그러나 이어지지 못한 이야기

by 신현창

Chapter 5 – 똑같은 걸로, 한 잔씩 더 주세요.


현수는 넌지시 고백의 흔적을 흘렸다.
“성당에서… 늘 당신만 봤어요. 정류장에서도요.”


그녀는 놀란 듯 웃더니, 잠시 눈을 피하고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요. 이상하게… 자꾸 눈이 갔어요. 그런데 너무 조용해서, 혹시 나만 혼자 쳐다보나 싶었죠.”


좁은 테이블 위로 오랜 이야기와 말없이 스쳐가는 공백이 함께 머물렀다.
그 공백조차 추억처럼 따뜻했고, 둘 사이엔 새롭게 시작될 듯한 기류가 감돌았다.


설렘, 조심스러운 눈빛, 손끝이 닿을 듯한 거리.
이야기의 끝에서야, 국민학교 시절 성당 여름산간학교에서도 잠시 스쳤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역시 누나의 영향이었을까, 그녀는 그때의 장면까지 또렷이 기억하고 있었다.


그렇게 이야기는 끝없이 이어졌다.
첫 잔의 김이 희미하게 사라질 즈음, 그녀가 수줍게 말했다.
“이야기하다 보니까 목이 마르네요.”


현수는 얼른 손을 들어 외쳤다.
“똑같은 걸로, 한 잔씩 더 주세요.”

아마 소주나 맥주처럼 술을 추가 주문하는 일은 흔하지만,
커피를 같은 자리에서 다시 시킨 건 그때가 처음이었고, 이후에도 없었다.


그 후 몇 번의 편지와 전화가 오갔으나,
일상은 다시 각자의 궤도로 돌아갔다.
현수는 매일 같은 야근이 기다리고 있었고, 그녀는 새 직장에 적응하느라 바빴다.
명분도, 여유도, 그리고 운명도 부족했다.


그날 다방에서 마신 두 잔의 커피는
그의 인생에서 가장 투명한 순간이었다.


영원히 완성되지 못한 첫사랑의 조각.
첫 잔은 조심스러웠고, 두 번째 잔은 마음을 열게 했으며,
세 번째 잔은… 이미 늦은 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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