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미팅, 네 명의 소년들

고등학교 미팅, 소정과의 첫 눈맞춤

by 신현창

제 3 장. 청춘의 그림자와 손끝의 온기


Chapter 6 – 첫 미팅, 네 명의 소년들

현수는 어릴 때부터 지독히 내성적이었다. 새 학기 짝 바꾸는 날엔 눈빛을 피했고, 발표 시간에는 괜히 책상 밑에 연필을 떨어뜨리곤 했다. 그런 그가 고등학교 시절 ‘미팅’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그것도 학교 밖, 전혀 모르는 여자아이들과 정식으로.


계기는 충동적이었다. 2학년 1학기, 같은 반 친구 준성이 말했다.
“야, 우리도 미팅 한 번 하자. 인생이 생긴다.”
현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미지의 모험에 대한 어설프고도 필연적인 동의.


준성, 태윤(분위기 메이커), 종우(조용한 관찰자), 그리고 현수. 네 명이 뭉쳤다. 만남은 경북여고 학생 네 명과 연결되어 주말 오후 2시, 중구의 낡은 다방 앞에서 이루어지기로 했다.


그날 아침, 현수는 셔츠 단추를 세 번이나 고쳤다. 머리는 누나의 고데기로 어색하게 말았고, 아버지의 독한 면도 로션에 얼굴이 빨개지기도 했다. 거울 앞에서 한참 고개를 갸웃거리며 중얼거렸다.
“말만 잘하자. 말만…”


‘청춘다방’의 문을 밀자 ‘딸랑’ 소리가 울렸다. 오래된 재즈, 먼저 도착한 네 소년은 메뉴판만 들여다보았다. 곧 그녀들이 들어왔다. 서로 등을 밀며 일렬로. 숨이 턱 막히는 순간이었다.

자기소개 후 자리를 바꿔가며 대화했다. 현수의 짝은 ‘소정’이었다. 앞머리를 귀 뒤로 넘긴 단발, 분홍 리본의 흰 셔츠, 고운 미소.
“어디 학교 다니세요?”
“○○고요.”
“아~ 거기… 공부 잘하는 학교잖아요.”
“아니요… 전 맨날 꼴등이에요.”
허둥대는 현수를 보며 소정은 소리 없이 웃었다. 그 웃음은 그의 귓불을 뜨겁게 물들였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대화보다 ‘정적’이었다. 말이 끊기면 컵을 쳐다보고, 물수건을 접고, 메뉴판을 다시 펼쳤다. 그 찰나의 어색함 속에서 피어나는 ‘첫 감정’은 사랑보다 더 낯설고 두려웠다. 그리고 가장 오래 남았다.


다방을 나와 함께 걸었다. 누구도 “좋았다”라는 말을 먼저 하지 않았지만 입꼬리는 모두 미세하게 올라가 있었다. 친구들은 각자 번호를 교환했지만, 현수는 소정에게 아무것도 묻지 못했다. 소정은 버스를 타기 직전, 그를 한 번 돌아보았다. 그 짧은 눈맞춤이 용기를 내지 못한 현수에게 주어진 유일한 보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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