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티비티와 현지식 씨푸드...사랑해요
Chapter 5. 바다위의 하루
2025년 9월 17일, 수요일.
드디어 이번 코타키나발루 여행의 ‘액티비티 데이’가 밝았다.
전날 미리 예약과 일정을 마쳐두었기에 아침 9시, 우리는 서두름 없이 여유롭게 부스로 향했다.
전날의 호객행위가 이제는 그저 여행지의 풍경 중 하나로 느껴졌다. 여러 부스 중에서 평판이 좋은 곳을 미리 SMS로 확인해 두었기에 마음 한켠이 든든했다.
이곳의 상점들은 대부분 가족 단위로 운영되는 모습이었다.
며칠 전 야시장에서 봤던 풍경도 마찬가지였다. 어린아이들이 부모 곁에서 장사를 돕고, 가족들이 한마음으로 가게를 지켜나가는 모습.
오늘 안내데스크에서도 대략 여덟 살쯤 되어 보이는 꼬마가 우리를 대기장소로 안내해 주었다.
그 아이의 태연한 걸음걸이, 또박또박한 안내 멘트는 신기함과 동시에 묘한 안쓰러움을 남겼다.
비가 억수로 쏟아지던 야시장에서조차 아이들은 불평 한마디 없이 손님을 맞이하고, 잠시 쉴 땐 빗속을 뛰어놀며 웃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행복의 기준은 결코 물질이 아니구나’—
동남아나 아프리카의 행복지수가 높은 이유가 어쩌면 이런 단순한 만족감 때문이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이 스쳤다.
오늘의 첫 번째 일정은 패러세일링과 바나나보트.
우리는 고속정을 타고 약 20분간의 스릴 넘치는 항해 끝에 마무틱(Mamutik) 섬에 도착했다.
국내였다면 별도로 1인당 5만 원 이상을 내야 탈 수 있을 만큼, 스피드보트의 질주는 그 자체로도 액티비티였다.
배가 파도를 가를 때마다 물보라가 튀었고, 웃음과 함성이 번갈아 터져 나왔다.
패러세일링 보트에는 우리 가족 네 명을 비롯해 중국인 가족, 서양인 여행자까지 약 12명이 함께했다.
성수기가 아니라 그런지 인원이 적당해 한결 여유로웠다.
먼저 나와 큰아들이 짝을 이루어 하늘로 올랐다.
리액션을 크게 해주자 보트 운전사가 신이 난 듯 높이, 그리고 길게 날려주었다.
바다 위로 솟아올라 섬 전체를 내려다보는 그 순간—
발아래로 펼쳐진 코발트빛 바다와 수평선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바람에 몸을 맡기며 몇 차례 바다에 살짝 몸을 담갔다가 다시 하늘로 떠오르는 순간,
모든 것이 자유로웠다.
그야말로 ‘하늘과 바다의 경계’를 건너는 기분이었다.
이어서 탑승한 바나나보트는 우리 가족만의 단독 탑승이었다.
운전사가 “사진 찍어주겠다”며 RM25(약 만 원 정도)를 제안했는데,
그는 밧줄 하나에 의지한 채 10여 분 넘게 물에 빠지지 않으려 애쓰며 사진과 동영상을 남겨주었다.
그 정성에 감동해 우리는 30링깃을 건넸다.
그가 카메라를 들고 흔들리는 바다 위에서 힘들어 하며 웃음을 잃지 않던 모습이 고마웠다.
모든 액티비티를 마친 뒤, 우리는 잠시 마무틱 섬에서 대기하며 **스노클링(Snorkeling)**을 즐겼다.
다행히 전날 내리던 비가 멈추어, 바다의 색은 기대 이상으로 투명하고 푸르렀다.
물안경 너머로 보이는 열대어 떼들이 반짝이며 헤엄쳤고,
우리는 그들과 장난치듯 손을 흔들며 그 순간의 평화를 온몸으로 느꼈다.
이후 사피(Sapi) 섬으로 이동했다. 여기는 그래도 베트남 처럼 한국이, 중국인이 전부가 아닌 동서양지 적당히 여행객으로 조화를 이루는 것아 다행이다
단체 관광객을 위한 식사는 제공되지 않아, 간단히 편의점에서도 마땅치가 않아 일단 건너띠기로 했다
그러나 그곳의 바다는 또 다른 차원의 빛깔이었다.
햇살이 수면 위에서 은빛으로 반사되고, 물속은 옅은 청록과 짙은 파랑이 층을 이루었다.
가족 모두가 구명조끼를 입고 물 위에서 재잘대며 놀았다.
아들들은 초등학생으로 돌아간 듯 물 위에서 장난을 쳤고, 아내도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우리 모두가 바다 위에서 ‘아이’가 되어 있었다.
해안선 너머로 고요히 떠 있는 배들, 멀리 리조트의 윤곽,
그 모든 풍경이 한 폭의 그림처럼 완벽했다.
호텔로 돌아와 짐을 정리한 뒤, 허기를 참지 못하고
현지인들이 추천한 해산물 식당으로 향했다.
이제는 거리의 위치도 감이 잡혔다.
“아, 여기가 그날 우리가 지나쳤던 곳이네.” 하며 가족 모두가 웃었다.
향신료 냄새와 바닷바람이 섞인 거리의 공기는 여유롭고 평화로웠다.
식당에서 마주한 한 끼는 그야말로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였다.
탱글탱글한 새우찜, 부드러운 흰살 생선찜—붉은 빛의 **레드 스내퍼(Red Snapper)**나 케리시(Kerisi) 계열로 보이는 생선.
거기에 향긋한 모닝글로리 볶음, 그리고 따끈한 현지식 볶음밥이 더해졌다.
특히 모닝글로리를 밥 위에 얹어 비벼 먹는 순간—
그건 정말 신의 한 수였다.
부드럽게 우러난 생선의 육즙, 달큰한 새우 양념,
그리고 고소하게 볶아진 야채의 향이 어우러지며
입안 가득 ‘바다와 대지의 풍미’가 녹아들었다.
그 순간만큼은 한국의 밥상도 떠오르지 않았다.
다만, 아쉬운 점이 하나 있었다.
이 훌륭한 안주 거리에 맥주 한 잔이라도 곁들이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지만,
“저희 업소에서는 주류를 판매하지 않습니다”라는 안내문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현지 문화에서는 술이 그다지 일상적이지 않음을 느꼈다.
그래도 음식만으로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식사를 마치고 리조트로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스치는 도심의 불빛과 열대의 공기 속에
오늘 하루의 여운이 잔잔히 스며들었다.
이틀 동안 쏟아낸 에너지를 잠시 내려놓으며
모닝글로리의 향이 입안에 맴돌았다.
가족 모두가 고요한 미소를 지으며 숙소로 돌아왔다.
그날 밤, 우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모두 같은 마음이었다.
“오늘은 정말 잊지 못할 하루였다.”
내일은 여행의 마지막 날.
체크아웃 전까지 호텔 수영장에서 여유를 즐기고,
마지막으로 **리카스 모스크(Likas Mosque)**를 방문할 예정이다.
하늘과 바다, 그리고 사람들의 미소로 가득했던 이 하루—
그 기억만으로도 이 여행은 이미 완성된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