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림길에서, 바다를 건너며
제8장
창수는 부모님의, 아니 무엇보다 아버지의 깊은 응원과 축하를 받으며 지역의 야구 명문 고등학교에 체육특기생으로 입학했다.
어릴 적부터 손에든 글러브와 배트는 이제 그의 미래를 향한 도구가 되었고, 그는 기대와 부담을 함께 안은 채 하루하루를 조금씩 달라지는 모습을 보면서 연습은 힘들지만, 조금씩 성과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창수는 자신이 그려온 길을 한 걸음씩 밟아가고 있었다.
한편, 민재의 시간은 조금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뒤, 외삼촌으로부터 뜻밖의 제안을 받았다.
미국 유학이었다.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민재의 마음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뭔소린지, 내가 어떻게 …
한국에서의 안정된 생활 대신, 하지만 낯선 땅에서 새로운 자신을 시험해 보고 싶다는 충동 또한 일었다. 익숙한 틀 안에서 성장하는 것보다, 전혀 다른 환경에서 스스로를 단련해 보고 싶다는 욕망이 고개를 들었다. 그에게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그러한 끼가 한편으로 있었던 거다. 하지만
그러나 동시에 두려움도 밀려왔다.
그곳에는 그를 이끌어 줄 선배도, 조언해 줄 지인도 없었다. 모든 선택과 책임을 혼자 감당해야 하는 ‘조기 독립’ 남들보다 조금 빠른 홀로서기인 샘인 거다.
과연 자신이 해낼 수 있을까.
어릴 적부터 말하기와 듣기에는 비교적 재능이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그것이 타지에서 그것도 해외에서의 홀서선다는 것과 학업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막연한 불안과 문화, 생활방식과 사고방식에 대해 미리 공부 하는 것도 아니고 어쩌면 성년이 아닌 민재에게는 미지의 세계인 것과 같다. 그렇게 준비되니 않은 상태에서 내려햐 하는 결정은 힘이 들었다.
집에서는 말했다.
“넉넉하지 않아도 남들 만큼은 해줄거다.”
그 말은 민재에게 큰 힘이 되었다.
학교에서 연결해 준 홈스테이 가정도 있었고, 안전과 생활 면에서도 어느 정도 보장이 된다는 설명을 들었다.
며칠 밤을 고민한 끝에, 민재는 결심했다.
한번, 도전해 보기로.
결정을 내린 뒤에도 마음은 쉽게 가벼워지지 않았다.
함께 웃고 떠들던 친구들, 운동장과 교실, 익숙한 골목길과 풍경들…. 그 모든 것과 일정한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사실이 아쉬웠다. 단절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다.
그러나 그는 생각을 바꾸기로 했다.
이 길이 단절이 아니라 확장일 수도 있다고.
새로운 길을 개척함으로써 언젠가는 친구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을지 모른다고.
더 이상 편지 한 통에 열흘이 걸리는 시대도 아니었다. 이메일과 메시지로 언제든 서로의 안부를 전할 수 있었다. 거리보다 마음이 더 중요해진 시대였다.
물론, 그곳에서는 피부색도 언어도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소외와 차별을 경험할지도 몰랐다.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민재는 물러서지 않기로 했다.
외삼촌의 도움으로 기본적인 유학 절차와 학교 정보, 홈스테이 가정까지 모두 확정되었다. 이제 남은 것은 출발뿐이었다.
학기 시작까지는 약 여섯 달이 남아 있었다.
그동안 부모님과 함께 현지를 한 번 방문하기로 계획했고, 민재는 조금씩 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책상 서랍을 비우고, 오래된 노트를 묶고, 친구들과 하나둘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그리고 6월.
민재는 캘리포니아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공항 창밖으로 활주로가 길게 이어졌다.
부모님의 손을 마지막으로 꼭 잡고,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 탑승구를 지나왔다.
자리에 앉자, 심장이 조금 빠르게 뛰기 시작했다.
‘이제 정말 시작이구나.’
비행기가 서서히 움직였다. 어쩌면 비행기가 여기서 멈췄으면 하는 바램도 있었다.
익숙한 땅이 점점 멀어지고, 새로운 세계가 다가오고 있었다.
민재는 창밖을 바라보며 조용히 숨을 골랐다.
두려움과 기대, 설렘과 불안이 뒤섞인 채,
그는 그렇게 자신의 첫 번째 큰 도전에 몸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