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모리 가즈오 l 김윤경 옮김
이 한마디였다. 손끝을 멈춰 세운게
고작 몇 장을 넘겼을 뿐인데
이 한마디에 울컥했다.
그저 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아냈을 뿐인데
어쩌다 내 삶은
밑 빠진 독처럼 텅 비어버린 걸까.
- 책 내용 中
멈춰버린 손 끝에 걸린 글자들이
공허한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았다.
읽기를 멈추고 책을 덮었다.
그리고 도서관에서 대여해 온 책을 반납했다.
온라인 서점에서 책을 주문하고 며칠을 기다리기로 했다.
밑줄을 긋고 문장을 음미하고 싶은 기분 때문에 그러지 않을 수 없었다.
며칠 후 책이 도착했다.
다시 처음부터 책장을 넘겼다.
마찬가지 같은 장에서 또 멈췄다.
묘하게 울렁였다.
알고 있었구나, 하는
당신도 그랬냐는, 하는 마음으로.
한참을 글자들을 쓰다듬다 책장을 다시 넘겼다.
다시 마주한다.
마음 단단히 붙들어 매란 듯
갈팡질팡 방황하는 마음을 왜 그런지 아냐고 질책하듯
"왜 그 일을 하는가?
그 일을 통해 당신은 무엇이 되길 꿈꾸는가?
끌려다녀서는 아무것도 제대로 할 수 없다.
일도, 그리고 인생도."
- 책 내용 中
기꺼이 본질에 다가설 준비를 하고 한 장 한 장 넘겨본다.
기분 좋게 시원한 밤공기에도
베일 듯 날카롭게 찬 밤공기에도
살랑살랑 간지럽히는 향긋한 밤공기에도
무너지기보다 벅차올랐던,
그런 기분이었던 내가,
그 숱한 밤공기들이 떠올랐다.
.
.
.
질문이 틀렸다. 그간 내가 나에게 한.
이렇게까지 해야 해?
응, 이렇게까지 해야 해.
이성은 이렇게 말하면서도
늘 마음 한켠에선
내가 왜?
왜 이렇게까지 해야지?
남들은 이렇게 안 해도 다들
잘 먹고 잘 사는 거 같은데
고생하지 않고 편하게 성공하는 거 같은데
저 사람은 스카이 나와서
저 사람은 대기업 출신이라
저 사람은 외국계 출신이고
왜 일하는지 왜 해야 하는지
일 자체의 본질이나 기쁨보다는
나름의 합리적 논리로 엉뚱한 외부의 벽만 들이받았다.
그러면서 누가 내게 노력했냐 물으면
그럼요, 나름의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만...
대체 어떻게 어떤 노력을 더 해야 하는 거냐 날을 세웠다.
이제 질문을 바꿔야 한다.
변명으로 점철된 정해진 답을 내놓는 노력대신
진정 원하는 것을 위해 일하고 있는지 혜안을 가지고 답을 향해 달려야 한다.
.
.
.
온전하지도 못한 마음가짐과 변명과 넋두리로
합리적인 사람이라 무장을 한 나를
잘근잘근 씹어 준다.
솔직히 난 일이 좋지 않다
일 안 하고 딩가딩가 놀며 먹고살 수 있다면 그러고 싶다.
그런데 일은 하고 싶다.
일단 일을 하면 열정적이다
이왕 하는 거 욕은 먹지 말고 부끄럽지 않게는 해야 한다.
그러다보니 한때는 워커홀릭 완벽주의자 소리도 들었다
이상하게도 그런 소리가 칭찬 같지 않아 듣기 싫었다.
일부러 대충 하는 모습까지 보이는 어리석은 짓도 해봤다.
제 버릇 개 못 준다. 이왕 하는 거 주도적인 게 낫다.
싫건 좋건 일을 하면 남들 평가는 뒤다.
내가 만족하지 못하는 결과물을 남에게 보일 순 없다.
내가 만족하고 완벽하다고 해서 남들 평가가 꼭 나와 같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그러하다
회사에 다닐 때 일은 참 재미있었다.
회사를 위해 했다기보다 내가 하는 일이 성과가 있어 좋았다.
결과적으로 회사를 위해 일한 셈이었다.
어느 순간, 내가 회사를 생각하는 것처럼
회사가 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에 절망했다.
더 이상 회사를 다닐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나만의 일을 하게 됐다.
결심했다기보다 엎어진 김에 쉬어가다 보니 그리 되었다.
그러다 보니 요즘 내가 하는 일의 의미를 잘 모르겠다.
되는대로 일을 하는 와중에 만난 '왜 일하는가'는 뭘 위해서 일하고 있냐고
가슴 뜨끔한 화두를 던졌다. 원씽을 읽은 직후라 그런지 나의 단 하나에 꼬리를 물고
정신 차리고 적극적으로 찾아봐야 하지 않겠냐고 재촉하는 것 같았다.
내가 지금 확실히 아는 건
일은 싫지만 일은 하고 싶다.
그러니 일단
'지금 내가 하는 일에 전념하자.
살기 위한 길은 오직 그뿐이다.'
- 책 내용 中
책 후반부로 갈수록 조직 안에서 하는 일에 열과 성을 다해
일의 기쁨을 찾으라는 저자의 말에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확실히 경영자 마인드와 관점의 책이구나를 느껴 아쉬움이 남았다.
공감과 위로, 쓰지만 사이다같이 시원한 소리에 큰 감동으로
책장을 넘겨 읽는 내내 벅찼지만, 결국 구성원 관점보다는
경영자 관점의 훈화 같은 말에 주춤했다.
왜 경영자들이 존경하고, 삼성이 직원들에게 왜 이 책을 추천했는지
묘하게 알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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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왜 일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