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 슬기로운 프리 생활

프리한가(可)

by 친절한 마녀

“ 우리 회사는 오전이나 오후만 근무하고 재택근무로 전환해요. 대중교통도 이용하지 말고,

같이 식사도 하지 말라네요. 외부 일정도 가능한 연기 하라고 해서 미팅을 다음으로 미루어야 할 것 같아요.”


“ 저도 좀 미팅을 연기했으면 하네요. 저희도 사실상 이번 주 재택근무로 전환하는 상황 이어서요.”


코로나19의 기습 공격에 온 나라가 얼어붙었던 때에 미리 잡혀있던 미팅 일정을 확인하자 수화기 너머로 돌아온 대답들이었다. 코로나19가 우리 삶을 움츠리게 만드는 동안 프리인 내 일도 하나둘씩 움츠러들었다. 고객 및 관계자 미팅이 연기되거나 취소되었다. 이 정도쯤이야 싶었지만 고객사에 제공하는 서비스가 지연되면서 계약 만료가 다가오고 있는 시점에 고객과 미팅을 언제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서질 않았다.


재택근무나 유연근무를 하고 있는 기업들이 많아져 접촉이 녹록하지 않았다. 강의나 멘토링 요청도 글을 쓰기 위해 진행하던 취재도 일제히 멈췄다. 주변 프리랜서들의 상황도 비슷했다. 줄줄이 취소되고, 연기되고, 중단되고. 자영업자 못지않게 프리랜서들의 생활 전선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그동안 일했던 작업 비용마저도 고객사 사정으로 미수가 생기기 시작했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진공 상태로 빨려 드는 느낌이었다.

지난 2-3월 행정안전부는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들을 구제하기 위해 세제 및 대출 중심의 방안들을 마련해 속속 발표했다. 그러나 당시 발표에는 자영업자 못지않게 타격을 입고 있던 프리랜서를 위한 구제책은 딱히 없었다. 이후 여기저기 터져 나오는 현실의 목소리가 닿아 프리랜서를 위한 긴급 고용안정 지원 정책이 나왔지만 우여곡절이 많았다.


다니엘 핑크는 2001년 국내에 소개된 그의 저서 ‘프리 에이전트 시대가 오고 있다’에서 조직 인간 시대는 끝났으며 독립 계약자, 임시직, 초소형 사업자가 노동 시장을 이끄는 프리에이전트의 시대가 올 거라 예측했다. 그들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조건, 원하는 사람을 위해 일한다. 즉 스스로를 위해 일하는 사람으로 홀로 일하면서 다수의 고객과 소비자와 계약하는 사람을 뜻한다. 국내에서는 프리랜서로 이해한다.


오늘날 세계는 디지털 혁명이 이끌고 있는 다양한 형태의 직업과 노동 생태계를 주목하고 있다. 긱 경제 (gig economy) 시대의 플랫폼 노동자니 N잡러니 하면서 새로운 직업 형태로 1인 멀티잡(multi job)을 언급하며 트렌드라 말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나 지원 제도를 보면 그야말로 남의 나라 이야기다.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겪은 나의 짧은 프리의 세계는 그렇다. 프리 에이전트를 하나의 직업 형태로 인식하기보다 떠돌이, 임시직, 계약직 등 불안한 직업 형태로 보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번 코로나19처럼 국가적 비상 상황이 아닌 경우에는 프리들은 국가지원이나 생활지원은커녕 생활보전을 위한 대출마저도 어렵다고 하니 제도권에서 프리패스당하는듯해 못내 아쉽고 씁쓸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뭔가 좀 달라지려나 살짝 기대를 해도 될지 모르겠다.


한 프리랜서 지인과 통화를 하니, 요즘 밥 세끼를 집에서 먹는 삼식이 생활이 늘어나니 수입은 줄고 눈치만 늘고 있다며 웃픈 농담까지 던진다. 나는 오랜 직장생활을 그만두고 야생의 세계로 뛰어든 4년 차 프레 에이전트다. 다니엘 핑크가 말한 삶을 실험하고 있다. 현재 PR마케팅 서비스, 교육, 외주 콘텐츠 작성, 번역 분야에서 일을 하고 있어 한 분야의 프리랜서보다는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에 속한다. 외부 활동보다 긴 시간 혼자 집중해야 하는 글 쓰기 작업과 번역은 의도치는 않았지만 정부가 요청하고 있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적합한 일이 되었다.


다행이라고 말하기 불행한 상황이지만 사회적 거리를 두며 주어진 시간을 잘 활용하다 보면 이 시기도 곧 지나가리라 믿는다. 점점 길어지고 있어 지치지 않는 건 아니지만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상황이니 프리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 이 시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방법을 생각해 본다. 다시 나갈 전쟁터에서 싸울 무기를 재정비하고, 에너지를 비축하는 시간으로 만드는 것이다.


프리에게 시간은 생명이요, 밥줄과도 직결된다는 것을 배웠다. 어떻게 시간을 쓰고 관리하느냐에 따라 일의 생산성뿐만 아니라 수입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언제든 끊길 수 있는 일에 대한 불안과 만약을 대비하기 위해 이 시기를 현재를 점검하고 계속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해 갈고닦는 시간으로 활용해 보는 것은 어떨까.


◆ 업글인간으로 돌파구

평소 부족했던 부분이나 북마크 해두었던 지식의 바다에 적극적으로 빠져 보자. 줄어드는 수입만큼 내 콘텐츠의 정보를 증가시켜 강력한 무기로 재정비하는 것이다. 더불어 지적 허기와 호기심을 채우며 현재 하고 있는 일을 업그레이드해보자.


◆ 업데이트, 업데이트

직장생활 동안 업무 포트폴리오로 만들어 놓지 못한 것이 가장 후회스럽다. 실제 내 경험, 성공과 실패 사례, 인맥 등이 훌륭한 제안이요, 교육자료요, 글의 원천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초창기에 만들어 두었던 어설픈 제안서, 자료, 표준 견적, 연락처 등을 이참에 업데이트 하자


◆ 커뮤니케이션 스킬업(Skill-up)

이번 상황으로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솔루션들이 새삼 재조명되고 있다. 편리하고 효율적이기는 하지만 비대면으로 인한 제약도 있다. 길게 말하거나 요점을 흐리지 말 것, 분위기 파악하고 예의를 지킬 것 등 이메일이나 메신저 활용 시 커뮤니케이션 기술 향상을 위해 평소 내용들을 점검해 개선점을 찾아보자. 하나 더, 평소 뜸했던 지인, 옛 고객에게 안부차 연락하는 센스도 잊지 말자.


◆ 재택을 휴식으로 착각하면 말짱 도루묵

집에 있는 시간은 휴식 시간이 아니다. 더구나 집은 유혹이 많다. 개인 성향에 맞게 규칙성을 갖추고 일하는 시간을 정해 지키자. 24시간 휴식도 그렇다고 종일 일에 얽매이는 것도 금물이다. 단 고객과 커뮤니케이션할 일이 많다면 고객 패턴을 고려하자.


기회가 된다면 할 수 있는 다른 일들도 찾아보자. 개인의 특성에 맞게 구성된 시간과 잡(job)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보는 것이다. 모든 프리에이전트들이 충분히 지속 가능한 프리의 삶을 살 수 있을 때까지 나의 실험도 멈추지 않고 그 결과를 계속 공유해 나갈 것이다.



친절한 마녀는

원하는 시간과 장소, 원하는 조건, 원하는 사람을 위해 일하며 프리한 삶이 지속 가능한지 실험 중이다. 천국 같은 프리의 세계가 되는 날을 기다리고 있다.


※ 본 글은 친절한 마녀가 IT조선에 기고한 [김정희의 프리한가(可)]의 원문으로 업데이트해 게재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