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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친절한 마녀 Sep 30. 2021

[B2B외전] 콘텐츠를 타고 서핑을

[아하! 마케팅] 시사저널 연재 시리즈 ⑤ 콘텐츠 마케팅

1996년 1월 마이크로소프트 웹사이트에 ‘콘텐츠는 왕이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당시 마이크로소프트 CEO였던 빌 게이츠가 작성한 것이다. 그는 글 첫 부분을 ‘콘텐츠는 방송에서와 마찬가지로 내가 인터넷에서 실제 많은 돈을 벌 것으로 기대하는 분야다.’라는 말로 시작한다.  그리고 “성공하는 사람들은 인터넷을 아이디어, 경험과 제품의 시장, 즉 콘텐츠 시장으로 발전시킬 것이다.”라는 말로 끝맺었다.  그의 기대는 적중했다.  새로운 기술과 미디어가 발전할수록 콘텐츠는 웹과 앱의 구분 없이 기세 등등 위용을 떨치며 왕 중의 왕으로 군림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콘텐츠는 기업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고객에게 소개하는 수단으로 사용해 왔다.  기업중심의 목소리를 가득 담아 다수의 대중에게 무차별 폭격을 가했다.  하지만 더 이상은 그렇지 않다. 중심축이 변했기 때문이다.  오늘날 콘텐츠는 고객을 중심으로 하나의 세상을 형성한다. 고객은 콘텐츠를 통해 관심 있는 브랜드와 상호작용하고 브랜드의 성장에 직접 참여한다. 콘텐츠는 사람들이 자연스레 모여 서로 소통하는 세상이 되었다.  일방향 광고 메시지로 사람들을 피로하게 만들었던 과거와는 사뭇 다르다.


이제 사람들은 넘치는 광고를 차단하고 일방적인 기업의 메시지를 가차 없이 외면한다.  기업과 마케터는 고객이 가치 있다고 여기며 신나게 놀 수 있는 장을 만들어야 하는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가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고객이 오래 머무를 수 있는 장을 제공한다면 기업은 브랜드 인지도 향상은 물론 브랜드를 중심으로 커뮤니티가 형성되어 매출 향상의 효과까지 누릴 수 있다.  마케팅 전략이 고객에게 제품을 직접 팔기보다는 그들이 모여 즐길 수 있는 놀이터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하는 이유다.


글로벌 디지털 마케팅 솔루션 기업 허브스팟이 발표한 ‘2021 마케팅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구매자의 47%는 판매자와 소통하기 전에 3~5개의 콘텐츠를 본다고 한다. 또한 마케터의 82%가 2021년 콘텐츠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를 계기로 비즈니스의 디지털 전환은 가속화되었다. 기업은 고객과의 디지털 접점을 빠르게 확충하며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데 주력했다.  고객은 오프라인보다 온라인 상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게 되면서 전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콘텐츠를 접하며 옥석을 가리기 시작했다.


고객에게 가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해졌고, 몇 개의 콘텐츠를 제공했냐 보다 어떤 가치를 제공했느냐가 기업의 경쟁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많은 기업이 고객의 특성과 라이프 스타일을 고려해 구매 여정 전반에 걸쳐 브랜드에 연결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마케터는 목표 고객을 분석해 진정성, 재미, 공감, 유익한 정보, 선행 등 그들이 가치 있다고 여기는 요소들을 찾아내 그들이 선호할 만한 이야기로 풀어낸다. 그다음 구매 여정 곳곳에서 그들이 모여 있는 미디어 채널로 가서 가장 적합한 형식으로 그 이야기를 띄운다.


뭣이 중헌디?


콘텐츠 전략에서 빠지면 섭섭한 요소가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이다. 해석 그대로 이야기를 말하는 것으로, 이는 제품 및 서비스 브랜드가 고객에게 말을 거는 것과 같다. 고객이 브랜드가 전하는 이야기에 공감하고 브랜드와 대화를 이어간다면 관계 맺기가 시작된 것이다.  얼마나 오래 반복적으로 고객과 브랜드가 소통하느냐에 따라 기업의 성과도 달라질 수 있다. 고객은 단순히 브랜드만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같이 구매한다. 또는 이야기를 구매하며 그에 딸린 브랜드를 구매하기도 한다. 기업은 브랜드와 이야기를 함께 판매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일본 아오모리현은 세계적인 사과 생산지다.  1991년 위력적인 태풍의 영향으로 사과 생산량의 90% 정도가 큰 피해를 입었다.  출하를 앞둔 사과 대부분이 땅에 떨어졌고, 얼마 남지 않은 사과마저도 상처가 나고 맛도 떨어져 상태가 좋지 못했다.  낙심만 하고 있을 수 없었던 한 농민이 당시 대학 입학 시즌을 앞두고 아이디어를 냈다.  사과에 이야기를 담은 것이다. ‘합격 사과’라는 이름을 붙이고 태풍을 이겨낸 사과인 만큼 힘든 입시를 이겨내고 합격을 선사할 사과라는 메시지를 담았다.  ‘합격 사과’는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인기를 끌며 팔려 나갔다.


가치도 있고 재미도 살려야


이야기를 담았다고 해서 무조건 브랜드가 잘 팔리는 것은 아니다.  그 어느 때보다 고객은 스마트하다.  기술의 발전으로 기업만 언제 어디서나 발전한 것이 아니다. 모바일을 손에 쥔 고객은 언제 어디서나 기업 콘텐츠에 참여하는 것은 물론이요, 직접 콘텐츠 생산도 하고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들기도 한다.  소셜 미디어를 중심으로 자유롭게 표현하고 공유하며 기업에 소비 권력을 행사한다.  스마트한 고객의 눈높이는 자주 기업의 눈높이 위에 있다. 고객의 눈길을 끌고 마음을 얻고 싶다면 그들이 중시하는 가치와 재미를 똑같이 중시하고 표현하는 것이 유리하다.  


‘범 내려온다. 범이 내려온다’를 듣자마자 리듬을 타고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한국관광공사가  ‘필 더 리듬 오브 코리아(Feel the Rhythm of Korea)’ 시리즈로 선보인 ‘범 내려온다’는 국악 퓨전 밴드 ‘이날치’와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가 협업한 한국관광 홍보영상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저 세상 힙함을 보여주는 K컬처’란 찬사를 받았다.  최근 유튜브에 공개한 충남 서산 편 ‘머드맥스’ 영상 역시 연일 화제다. 바지락을 캐러 가는 어민들의 경운기가 갯벌 위를 ‘옹혜야’ 민요 가락에 맞춰 줄지어 달리는 모습이 사람들의 관심을 폭발적으로 끌어 모으고 있다.


뉴스 보도에 따르면 ‘머드맥스’ 영상의 인기로 촬영지 방문 문의가 늘고 바지락 경운기의 관광상품 개발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고 한다. 더 나아가 가로림만 해양 정원 조성 계획까지 논의되고 있다고 하니 그야말로 승승장구다.  기존의 틀을 깬 재미와 놀이, 가치를 다 잡은 성공적인 콘텐츠 마케팅 사례다. 기업은 콘텐츠를 매개로 고객과 긍정적으로 상호작용 할 때 브랜드 인지도, 고객 참여, 수익 창출 등의 비즈니스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 하지만 콘텐츠는 거기에 그치지 않는다.  사람들을 연결하며 고유한 세상을 하나하나 만들어 가고 있다.  콘텐츠 세상이다.


이제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디지털 바람을 타고 신나게 세상을 서핑 중인 콘텐츠 보드에 올라타지 않을 자가 누구이겠는가.




덧) 콘텐츠는 참 할 말이 많은 영역이죠.  '하루가 다르게'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실시간으로 독특하고 고유한 콘텐츠가 생산되고 있습니다.  쓰나미처럼 몰려오는 콘텐츠의 거친 파도 위에 올라 타 유유히 서핑을 하는 콘텐츠들도 상당합니다.  여기에 기여하는 기술과 방법론에 대한 얘기도 빠질 수 없고요. 콘텐츠 마케팅이란 영역 자체가 사실 굉장히 방대합니다.  오프라인도 그렇지만, 디지털 세상에서는 더 콘텐츠가 아닌게 없기 때문입니다.  빌 게이츠가 말한 것처럼 콘텐츠의 정의는 매우 광범위하고 중요합니다.


인터넷과 같은 양방향 네트워크에 관해서는 "콘텐츠"의 정의가 매우 광범위해집니다. 예를 들어, 컴퓨터 소프트웨어는 콘텐츠의 한 형태입니다. 이는 매우 중요한 것이며 Microsoft에서는 앞으로도 가장 중요할 것입니다.


연결하고 연결되는 모든 대상이 콘텐츠가 될 수 있습니다. 주체적이면서 수용적이고, 부분과 전체 사이에서 상호작용하는 유기체와 같습니다.  이런 콘텐츠를 마케팅 영역으로 한정해 딱 정해진 지면 안에 모두 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습니다.  기술과 방법을 앞세워 콘텐츠를 태우고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는 제품과 서비스가 점점 더 많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음 연재 글에서는 콘텐츠 마케팅의 확장 선상에 있는 마케팅 이야기들로 풀어가 볼가 합니다.  그게 왕에 대한 예우가 아닐까 싶네요.


이번 글은 추석 연휴 관계로 원고 송고 후 2주 만에 지면 게재가 되었어요.  온라인 게재는 3주 만이고요.  지난 글과 시간 차가 발생하여 발행된 점 양해를 부탁드리고 다음 글도 관심 있게 지켜봐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빌 게이츠 에세이 전문은 현재 마이크로소프트 웹사이트의 빌 게이츠 페이지에서 삭제된 상태로 보입니다.  일부 다른 사이트에서 전문을 소개하고 있어서 참고로 첨부합니다.   

위 글은 '시사저널' <아하! 마케팅>에 연재한  '고객 몰려드는 콘텐츠 돼야​'의 원문입니다.  
총 10회를 연재하며 B2B를 잠시 벗어나 마케팅 전반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주제에 따라 B2B 내용도 포함합니다. 원문과 발행된 글을 비교해 보는 재미를 위해 원문을 공유합니다.  많은 분들이 이미 알고 있는 내용들을 다시 소환하고 있으니 가지고 계신 인사이트도 다시 소환해 보는 계기가 되길 바라봅니다.


* 이 글은 어때요?

시사저널 <아하! 마케팅> 시리즈

5회.

4회. 게임체인저, MZ세대를 톺아보다 [김정희의 아하! 마케팅]

3회. 뷰카VUCA 시대 생존 전략은 ‘상생’ [김정희의 아하! 마케팅]

2회. ESG 춘추전국시대, 마케팅 어떻게 하나 [김정희의 아하! 마케팅]

1회.  마케팅, 기술을 입고 날다 [김정희의 아하!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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