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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트 영화 분석을 위하여

영화 분석은 어떻게 해야 할까

by 키네마스코프


이제 곧 부천에서 영화제가 열리겠군요. 모든 영화제가 그렇듯, 각자마다 특징이 좀 있습니다. 크게 몇 가지만 골라봅시다. 저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영화제가 세 개가 있다고 봅니다. 다른 영화제도 충분히 훌륭하지만, 제일 크게 열리는 것이요. 첫 번째는 전주 국제 영화제일 것이고, 두 번째는 부천 국제 영화제, 세 번째가 부산이라고 생각합니다. 전주 국제 영화제는 특유의 예술성을 간직하고 있습니다. 흔히 우리가 말하는 예술 영화들, 예술성과 스크린의 이미지를 추구합니다. 부산 영화제는 무언가, 엄청나게 큽니다. 느낌 뿐만이 아니라, 여러 영화제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작품들이 많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하지만 부천은 이들과는 다른 이질적인 영화들입니다. 당장 몇 가지만 살펴볼까요? 이번 전주 국제 영화제의 개막 작품은 <콘티넨탈 25> 라는 작품이었습니다. 로베르토 로셀리니의 <유럽 51>에 영감을 받은 이 작품은 제 75회 베를린 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01.40359139.1.jpg 라두 주드의 <콘티넨탈 25>


아직 부산 국제 영화제는 개막하지 않았으니, 작년의 개막작을 한 번 살펴봅시다. 김상만 감독의 <전, 란>이라는 국내 작품이었습니다. 차승원 배우가 선조로 등장해서, 임진왜란과 이후 혼란기를 다룬 작품입니다. 여러 국가의 기대작이 모이는 부산의 국제 영화제에선, 한국 영화가 자주 개막작으로 등장합니다.


01.38221861.1.jpg 김상만 감독의 <전, 란>


그렇다면 부천 국제 영화제는 어떨까요? 2023년에 열린 부천 국제 영화제의 개막 작품은 아리 애스터 감독의 작품 <보 이즈 어프레이드> 였습니다. 뭔가 이질적이지 않습니까? 예술성은 충분하지만, 무언가가 뒤틀린 듯한 작품. 정신적으로 몰린 '보' 라는 인물이 방황하고 벗어나지 못하는 굴레에서 좌절하는 작품. 게다가 이미지는 어떻습니까? <보 이즈 어프레이드>의 일상성은 무서울 정도로 뒤틀려 있습니다. 실제로 <보 이즈 어프레이드>가 추구하는 거부감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cgv_press_20230630_01-717x1024.jpg 아리 애스터의 <보 이즈 어프레이드>


부천 국제 영화제가 추구하는 영화들은 하나 같이 메인 스트림이라고 할 수 없는 작품들입니다. 물론 충분히 대중적이고 흥미로운 작품들이 많습니다만. 저는 부천 국제 영화제가 추구하는 영화들은 하나 같이 '컬트적' 임과 동시에 극한의 '장르성'을 추구한다고 생각합니다. 부천 영화제는 여러 장르의 작품을 꾸준히 소개하는데, 호러는 물론이고 SF나 코미디 작품들, 느와르도 역시 포함되어 있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매우 기대하고 있습니다. 아주 기대하고 있어요. 이런 걸 놓치면 시네필로서 아까운 시간인 것만 같거든요. 제가 예전에 부천 영화제에서 본 작품들은 무언가 뒤틀려 있는 듯한 작품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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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블데드 라이즈>와 <악마와의 토크쇼>


강렬한 이미지들을 가지고 있는 작품들이죠. 부천 국제 영화제는 언제나 장르적인 작품과 동시에, 여러 장르를 아우르는 영화들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부천을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정말 즐겁습니다. 기존의 영화관에서 못 보는 작품들을 즐길 수가 있거든요. 수입이 안 될 거 같은 작품들도 많고, 그 특유의 분위기가 너무 좋거든요.


그렇다면 우리가 찾는 '컬트 영화'를 볼 수 있는 영화제에서 영화를 볼 때, 어떻게 봐야 영화를 꼭꼭 씹어 먹을 수 있을까요?


일단 첫 번째로, 트뤼포의 말을 좀 인용하고 싶습니다.


첫 번째 단계는 많은 영화를 보는 것이었다. 두 번째로 나는 극장을 나설 때 감독의 이름을 적어두기 시작했다. 세 번째 단계에서 나는 같은 영화를 보고 또 보면서 내가 감독이라면 어떤 선택을 했을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영화를 즐기는 첫 번재 방법은 많은 영화를 보는 것이고, 두 번째는 영화를 다 보고 나서는 감독이 누군지를 생각하고 기억하는 것입니다. 세 번재는 영화를 두 번 보는 것이지요. 같은 영화를 두 번 볼수록 영화의 느낌은 언제나 새롭거든요.


물론 트뤼포의 말도 좋지만, 우리가 원하는 것은 영화를 어떻게 볼 것이냐, 라는 질문이잖아요. 어떻게 한 번에 딱! 하고 알아낼 수 있을까.


사실 그건 불가능합니다. 단적으로 말해서, 어떤 영화를 분석하기 위해서 한 번만 보는 건 어려울 수 있습니다. 영화관의 어둠 속에서 아무리 많은 메모를 남겨도, 어떠한 영화를 모두 이해하기엔 그 안에 숨은 것들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컬트 영화가 추구하는 충격과 파괴는 영화를 보는 사람들의 인식을 혼란스럽게 만들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이레이저 헤드> 같은 작품들은 대체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인지, 곤란할 때가 많습니다. <비디오 드롬> 같은 작품은 비교적 의미가 명백하지만, 장면이 가져온 충격은 의미를 분산시킬 수도 있거든요. 그렇다면 우리는 영화를 어떻게 봐야 어느 정도 이해를 할 수 있을까요.


첫 번째로, 영화의 이미지에 대해서 살펴봅시다. 영화의 스크린은 언제나 사각형이고, 카메라로 이미지를 표현합니다. 하지만 무엇이 찍혔는가, 를 따지기 시작하면 의미가 새로워집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이미지를 하나 가져오겠습니다.


4031_16284_846.jpg 로베르트 비네 감독의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1920)


네모난 프레임 안에는 인물들이 있고, 누군가가 관에 누워 있습니다. 안경을 쓴 사람은 어딘가를 쳐다보고 있고, 누군가가 관 안에 앉아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관 안에 누워 있는 남자의 주위에 있네요. 배경을 살펴봅시다. 무언가가 뒤틀려 있네요. 직선이라고 할 수 없지만, 여러 선이 제각각으로 형태를 이루고 있습니다.


이제 서사를 읽어봅시다. 영화의 서사는 어떤 사내가 자신이 겪은 기이한 사건을 누군가에게 들려주면서 시작합니다. 마을에 칼리가리라는 박사 찾아와서, 몽유병에 걸린 세자르라는 사람을 소개합니다. 게다가 세자르가 하는 예언을 지키기 위해서, 칼리가리 박사는 세자르를 이용하여 사람을 죽이기도 합니다. 마침내 세자르의 정체가 들통나자, 칼리가리 박사는 도망을 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칼리가리 박사는 한 정신병원의 원장이라는 새로운 서사가 증장하고, 세자르가 사실 병원의 환자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다음은 그 시대의 맥락을 읽어보는 겁니다. <칼리가리 박사의 밀실>은 독일 표현주의 시대의 작품으로 각각의 특징이 있습니다. 주관적이면서, 공포와 호러의 분위기를 잠재하면서 내용을 진행시킵니다. 객관적인 현실보다는 사람 내면의 감각을 표현하기 위해서 최선을 다 하죠. 특히 시대상도 한 몫하는데, 당시는 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인간 문명에 대한 회의감이 극대화되던 시기였습니다. 한 마디로, 인간의 감각이 무엇인가를 본질적으로 고민하던 시기라고 할 수 있죠.


이 세 가지의 단계는 어떤 게 먼저라고 할 수 없습니다.


애초에 서사가 없을 가능성도 있고, 이미지가 복잡하거나 아예 없을 가능성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이 세 개의 종류 중에서 하나는 무조건 걸릴 겁니다.


물론 이게 완벽한 것은 아닙니다. '컬트 영화' 에는 커다란 틀만 있고, 장면이 가진 충격성으로 승부하는 작품들이 많거든요.


그럼 이러한 충격성을 좀 멋있게 말하는 방법에 대해서 알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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