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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무시한 이미지를 위하여

컬트 영화에 대하여

by 키네마스코프


이따금 블루레이를 모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마치 하나의 영화관처럼, 거대한 스피커와 거대한 스크린까지 구비한 그들은 여러 영화를 사모으곤 합니다. 대표적으로 '크라이테리언' 시리즈가 있고, 한국의 영화를 복원하고 블루레이로 만드는 '한국 영상 자료원' 이 있습니다. 이들은 영화를 복원하고 고전의 의미를 살리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블루레이 이미지만 보더라도, 이상한 회사가 있습니다. 아는 사람만 아는 곳이지만, 아주 유명한 '컬트' 영화 전문 블루레이 제작사입니다.


이름은 '몬도 마카브로', 기괴하고 잊혀진 영화들을 되살려서 사람들에게 소개하는 회사입니다. 예전 책인 [몬도 마카브로 : 기묘하고 멋진 영화들] 에서 영감을 받아 탄생한 이 비디오 레이블은 독보적인 컬트 영화들로 관객들을 찾고 있습니다.


몬도 마카브로 블루레이 홈페이지


몬도 마카브로에서 나온 <사형 집행인의 밤> (1993) 파울 스나치 작.


무시무시한 표정을 짓는 사람이네요. 대부분 몬도 마카브로가 내놓는 블루레이들은 컬트 영화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영화 중에 <깊은 밤 갑자기> 라는 영화를 아시나요? 한국 고전 공포영화 중 명작인 <깊은 밤 갑자기> 또한 몬도 마카브로에서 블루레이로 출시한 적이 있습니다. 한국 영상 자료원에서 복원한 자료를 받아서, 자신의 브랜드에 맞게 디자인한 후 발매한 것이죠.


왼 쪽부터 <깊은 밤 갑자기>의 몬도 마카브로 버전, 국내 DVD사 디온(The One) 버전


그렇다면 왜 몬도 마카브로는 이런 영화만을 취급하는 것일까요? 아니, 질문을 더 확장해보겠습니다. 표지만 보면 몬도 마카브로 회사의 작품들은 하나 같이 야하고, 잔인해보입니다. 옛날 DVD 대여점에서 봤다면, 기절할 거 같은 표지인데요. 몬도 마카브로의 회사 소개를 다시 봅시다.


Our mission is to hunt down strange, bizarre, and forgotten films and bring them back to life.


영어를 못하지만, 해석해보면 우리의 사명은 기괴한 영화들을 찾아내어서, 다시 부활시키는 것이다. 몬도 마카브로의 말처럼, 영화가 탄생한지 100년이 훌쩍 지난 오늘날. 소위 말하는 '이상한 영화' 들이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이러한 영화를 '컬트 영화' 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사실 컬트 영화의 정의는 기괴하고, 이상한 영화가 아닙니다. 소수의 열광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영화 를 일컫는 말이 컬트 영화이거든요. 하지만 우리가 흔히 부르는 컬트 영화들은 무언가 뒤틀린 듯 보입니다.


데이비드 린치의 <이레이저 헤드>

그래서 컬트 영화는 대중적인 인기를 척도로 삼지도 않고, 장르적 규범에 대해서도 따지지 않습니다. 일종의 현상이나 마찬가지거든요. 대개 대중적으로는 많이 알려져 있진 않지만, 그 강렬한 이미지와 전복성 때문에 소수의 팬들이 열광하는 영화. 그것이 컬트 영화입니다. 그래서 대중적인 영화들도 충분히 컬트 영화라고 부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컬트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1990년대의 홍콩 느와르의 유행을 떠오르시면 됩니다. 장국영, 양조위, 주윤발, 유덕화 등. 위대한 배우들이 등장했죠. 또 특유의 롱 코트. 담배, 지폐에다가 불을 지피는 행위. 모두 홍콩 느와르에서 유행하여, 그 특유의 광적인 인기를 불러 일으켰습니다.


이 현상이 바로 컬트 영화를 좋아하는 영화광들의 심리, 컬트 현상과도 같은 것이죠.


홍콩 느와르 대표작 <영웅본색>

컬트 현상이 이끄는 광적인 영화. 그게 컬트 영화라면, 컬트 영화는 언제부터 시작되었을까요? 제가 B급 영화를 먼저 언급한 이유도 컬트 영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서 였습니다. A급을 위한 B급. B급 영화는 특유의 강렬한 이미지, 현실과 꿈을 오가는 서사, 혹은 잊을 수 없는 괴물들로 우리를 맞이했습니다.


컬트 영화는 일종의 현상입니다. 영화광들이 영화를 찾아 헤매면서, 이제는 잊혀져 가는 영화들을 찾는 경우가 있습니다. B급 영화는 A급 영화보다 잊히기 쉽지만, 영화광들의 노력으로 새로운 인기를 얻게 되었습니다.


디깅 이라고 할까요?잊혀지기 쉬운 영화를 찾고, 바라보면서 B급 영화는 그 이미지의 강렬함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갔고, 열광적인 팬을 양성하였습니다. 나아가 이 열광적인 팬들이 컬트 현상처럼 영화광들에게 어필되었고, 컬트 영화가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컬트 영화의 대표작, <록키 호러 픽처쇼>


그렇다면 컬트 영화는 왜 기괴한 이미지를 내세우는 것일까요?


결론적으로 말하면, 컬트 영화가 기괴한 이미지를 내세우는 이유는 기존의 영화와 차별점을 만들기 위해서 입니다. 물론 이유가 그것만이 아닙니다. 현실의 전복성이나 흥미를 추구하기 위함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의 결론은


기존의 영화와 차별점을 만들기 위해,


혹은 영화가 주장하는 현실을 뒤집어 버리기 위해.


그래서 컬트 영화가 기괴한 이미지를 앞세운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컬트 영화가 어떠한 장르가 아니긴 하지만요.


스탠리 큐브릭 <시계태엽 오렌지>의 한 장면


A급 영화와 다른 B급 영화는 컬트 영화의 시대에 이르러 자신의 의미를 다시 되찾았습니다. 다음 회차에서는 어떻게 컬트 영화를 봐야 즐거울 수 있을까.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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