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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텔에서의 하룻밤

두달간의 숙식기(3)

by 호인

- 사연없는 사람은 없다.


옥상에 올라가니 배팅 형님이 계셨다. 야외생활을 하지 못하다 보니 바깥이 더욱 그립다. 올라가자마자 보이는게 빼곡히 박혀있는 건물일지라도, 확실히 바깥 공기는 다르다. 어김없이 스트레칭을 하고 있는 배팅 형님. 할만하냐고 물어보신다. 그저 웃었다. 처음 모텔에 들어왔을 때부터 우리는 모텔 다음 계획을 말하지 않았다. 남들이 보기에는 모텔에서 일하는 젊은 청년 둘이 생각이 없다고 생각 할 지도 모른다. 남들이 다 가는 길로 가야지만 올바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예를들면 일반 기업준비를 하거나 공무원 준비를 하거나 이런 시나리오 말이다. 우리는 목표가 있기에 할 만하진 않지만 할 만하게 만들고 있었다. 반대로 배팅 형님은 할 만한지 반문했다. 똑같이 웃으신다. 그렇게 웃은 후, 자기 집을 짓고 있다고 하신다. 놀랐다. 나의 선입견에 대해 놀랐다. 나도 마찬가지로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을 낮게 생각했다. 직업의 귀천이 아니라, 삶의 목표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들 목표가 있다. 나 조차 남들을 선입견을 갖고 바라보는데, 나를 바라보는 시선들을 욕 할 자격이 없다. 배팅 형님은 인생에서 여러번의 부자가 될 기회가 있었다고 한다. 승승장구 했을 때도 있었지만, 안타깝게도 마지막에는 사업이 크게 뒤집혔다고 한다. 모든 걸 정리하고, 소박하게 집 하나를 쌓아 올리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곳에서 일을 하고 있다. 각자의 목표가 삶이라는 레이스를 이끌고 있다.


- 우리만의 목표를 다시 잡아야 할 때


기간은 3개월, 예상 금액은 600만원이 목표였지만, 2개월로 단축시키고 400만원으로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포장마차를 하기위해 600만원까지는 사용되지 않고, 시간을 벌어서 그 안에 많은 걸 해보자는 취지에서다. 일하는 동안 1주일마다 한번씩 짬짬이 구상했던 것을 이야기를 나누고 결정할 부분을 결정했다. 세상에는 해보지 않은 것들이 천지다. 그래서 완벽한 상태에서 이룰 순 없다. 틀만 잡고 추진해야 했다. 모텔 생활을 끝내고 나올때, 2달을 아예 버렸다는 생각은 하지않았다. 숙박업은 수요가 항상 있기 때문에 해볼 만한 업종이라고 생각했다. 은밀한 느낌의 모텔이 아닌 야놀자와 여기어때 느낌처럼 신나는 분위기로 전환된게 한 몫 한다. 그렇게 모텔생활을 끝내고 재정비를 시작했다.


- 장점과 단점


장점 : 숙식이 제공된다.

할 일만 하면된다.

근무시간 중 개인시간이 비교적 많다.


단점 : 기가 빨린다.

밤낮이 수시로 바뀌니까 건강에 좋지 않다.

급여산정 기준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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