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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텔에서의 하룻밤

두 달간의 숙식기(2)

by 호인

- 당직 혹은 당번이라 불리는 사나이


당직? 당번? 근무자를 가리킬 때, 모텔에서는 두 용어를 혼용해서 사용하기도 한다. 지배인은 호텔에서 근무하면서 기본적으로 사용하던 용어고, 당직 지배인이라고 야간에 근무하는 지배인도 있었다. 그런데 모텔에서는 당번 지배인이라고도 사용했다. 처음 당번이라고 했을 때, 학교 다닐 때 주번급 느낌이라고 생각했다. 당번이라 불리는 사나이가 2명 있었으니 윤과장과 김주임이다. 윤과장은 재입사했으며, 특징은 고개를 가만히 두지 않는다. 눈은 크고 항상 머리는 세팅이 되어있다. 그의 머리가 내려간 것을 본 적 없었다. 애마가 있었으며, 자부심이 대단했다. 거의 뼈를 묻을 것처럼 모텔에 올인했다. 한동안 떠나서 다른 곳으로 일을 하러 갔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던 모양이다. 당시, 주간조 근무를 했다. 아침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또 다른 당번인 김주임. 그는 안경 한쪽이 거의 박살 나 있다. 혹은 먼지가 너무 껴서 그렇게 보였을 수 도 있다. 안경닦이를 줬었어야 했는데, 주지 못했다. 그는 항상 말로는 어려운 것 없다고 했는데, 행동은 어렵게 했다. 스스로를 잡부라 칭하며, 자신감이 부족했다. 하지만 뭔가 과거에는 능력이 있었다. 컴퓨터 관련해서는 지식이 대단했다. 당시 야간조 근무를 했다. 저녁 8시부터 아침 8시까지. 제일 많이 마주치는 2명이기 때문에 설명이 길었다.


- 청소 어려운 것 없지


본래 채용 목적은 방청소였다. 모텔 하나의 방을 치우면서 챙겨야 할 것들은 많았다. 우리가 잘 아는 청소 방식, 위에서 아래로, 안쪽에서 바깥쪽으로, 안 보이는 곳에서 보이는 곳으로 치웠다. 2인 1조로 움직이며, 한 명이 침구류를 세팅하면서(일명 베팅), 한 명은 주변을 정리한다. 어딜 가나 깔끔하게 보이려면 각이 중요하다. 각이 생명이다. 새롭게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서 화장실에 있는 물기를 제거하고 환기를 시키며, 냉장고에 부족한 생수와 음료를 채워 넣는다. 리모컨 및 펜과 종이를 제자리에 둔다. 근데 꼭 펜을 가져가는 님들이 있어서 채워 넣는다. 머리카락 하나에 기분이 상하기 때문에, 청소기로 밀고 걸레로 닦고, 가장 깔끔한 침구류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갈아놓는다. 대실과 숙박으로 나눠지는데, 대실은 나오면 바로 청소해야 해서 스피드를 요구한다. 그런데, 자기 집이 아니라고 개판을 해놓고 도망가는 사람들도 있는데, 수준이 보인다. 여기서 말하는 개판이란 더럽히지 않아도 될 것을 일부러 더럽게 해 놓은 것이 보이는 경우다. 숙박 경우는 스피드가 요구되진 않는다. 어차피 하루 동안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그 사이에 다른 손님들이 올 경우가 없어서 느긋하다. 하지만 일반 호텔과 다르게 모텔은 새벽에도 대실이 발생한다. 이때는 청소하는 사람이 청소하는 것이 아니라 당번이 청소를 한다. 그리고 손님을 받게 되면 더블이라고 해서 인센티브를 챙겨간다. 사장도 손님 받아 좋고, 당번도 인센티브 받아서 좋으니 뭐, 윈윈이다. 물론 우리 모텔은 인센티브가 없었다. 청소가 끝났는데, 시간이 나는 경우에 그 방에서 티브이 보기도 하고 잠을 자기도 했다. 이럴 때마다, 지금 내가 뭘 하고 있는 거지?라는 생각이 가득했다. 목표 없이 일하고 있지는 않지만, 알 수 없는 공허함이 있었다.


- 당번으로 발령 나다


청소한 지 2주 조금 넘었을 때, 사장이 소환했다. 젊으니까, 청소보다는 당번을 하는 게 어떻겠냐는 것이다.

고민하는 척하면서 한다고 했다. 당번을 하면, 자기 시간이 많이 있다. 손님 응대 후 딱히 할 일이 없었기 때문에, 사업 구상도 할 수 있고 여러모로 활용할 수 있었다. 그런데 그전에 해결해야 할 일이 있었다. 직원들 숙소가 제공된다고 해서 첫날 들어가 보니 객실 중 하나를 줬었다. 그래서 편하게 사용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지하로 방을 빼란다. 지하에는 조선족 직원분들이 살았다. 그런데 열악했다. 욕만 안 했을 뿐이지 욕했다. 일단 공기가 잘 통하지 않고, 습했다. 객실을 쓰다가 지하로 가려니까 못 가겠다. 그래서 뻐겼다. 우리도 찜찜하게 객실을 사용했다. 결국 빼지 않으니까, 사장이 지하가 아닌 수리가 안 된 객실에서 평일 살고, 주말에는 내려가라는 걸로 결판를 쳤다. 그나마 중간을 찾아 알겠다고 하고, 당직이 시작되었다. 친구랑 하기 때문에, 1주일씩 주야를 바꿨다. 각각 장단점이 있으니까, 그리고 우리는 서로 시스템을 알기 위해서도 교대가 필요했다. 주간 특징은 대실 손님이며, 유동인구가 많았다. 지금이야 야놀자, 여기 어때 등 숙박 플랫폼이 완전 대중화되었지만, 당시는 막 알려지기 시작했을 때였다. 할인가로 예약하는 사람들도 있고, 현금을 가져와서 저렴하게 쉬다 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리고 일회용품을 주면서 현금 천 원을 받고 그 돈은 당직이 갖게 되었다. 일회용품은 김주임이 작살나게 잘 팔았으며, 김주임에게 배웠다. 야간 특징은 당연히 숙박 손님인데, 술 취한 사람부터 시작해서 안 좋은 모습들을 많이 봤다. 다만 새벽에는 손님이 없으니 잠을 자기 딱 좋았다. 그리고 새벽에는 야식을 시켜먹으며, 쏠쏠하게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사장이 강조하는 금요, 토요 데이. 좋은 데이도 아니고 이 부분이 대단했다. 평일보다 비싸게 부르는데, 정확한 가격이 없다. 평소에 대실이 2만 원이라면 2만 5천 원을 부른다. 손님이 비싸다고 하면 특별히 2만 2천 원으로 해준다고 하고, 아무 말 없으면 그대로 받는다. 답답했다. 이렇게 가다가 똑같은 손님이 다른 날 오게 되면 지난번 가격과 다르다고 하지 않을까? 매번 사장한테 말해도 못 알아들었다. 향후를 봐야 하는데 그날만 보는 사장이 답답했다. 답답함을 풀고자 옥상으로 올라가면 항상 배팅하시는 아버지뻘 형님이 계셨다..


3부에 이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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