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와플&호떡 포장마차 이야기(2)
- 새로운 루트를 찾다
몇개월을 집에서 있으니 몸이 너무 근질근질 했다. 뭐라도 하려고 직장생활을 박차고 나온 마당에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활동을 하지 못하니 허무했다. 뭐하나 싶기도 하고, 밖에서 목적지 없이 3,4시간은 걷다가 들어오는 것도 이상하지 않았다. 걸으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시간을 버리지 말고 활용하자고. 나에게는 아직 젊음이 무기가 아니냐고. 무작정 친구에게 연락하여 홍콩으로 떠났다. 기분전환겸 몸상태가 여행갈 수 있는 상태는 아니지만, 정말 돌아버릴거 같다고. 친구가 듣고 미친놈이라며 웃더니 흔쾌히 같이 가자고 하여 여행도 짧게 다녀왔다. 여행길에서, 이대로 시작도 못한 상태에서 끝내면 억울하니 다시 계획을 세우자고 이야기를 나눴다. 함께 대전에서 일을 시작하기 전에 시장조사를 하려고 일을 같이 하려고 했지만, 친구들을 채용하는 곳은 거의 없었고 그 당시에는 도대체 열심히 하려고 하는데 안쓰나 생각을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친구들을 채용하지 않는 것이 이해가 되긴 한다.(함께 추노?를 하는 상황, 놀면서 일 안하는 상황 등 생각할 수 있는 상황이 많음) 두명을 동시에 채용 하는 곳이라면 가리지 않고 수소문 하기 시작했다. 함께 부딪히며 일을 해야했기에 숙식이 제공되는 곳을 알아보는게 목표였고, 리조트 같은 곳 면접은 친구라는 이유로 다 떨어졌다. 갈때 까지 가보자 하며 모텔알바를 지원하니 일단 와보라 해서 갔고, 그렇게 모텔알바를 시작하게 되었다. 모텔이야기는 다음에 하도록 하자.
- 이제 진짜 시작하자
모텔알바를 하며 어느정도 시작할 수 있는 자금을 모으고 그만두고, 일주일간 각자 집에서 휴식을 취하며 다시 모이기로 했다. 포장마차를 하기 위해서 우리가 가장 잘 알고있는 지역으로 선정해야하고, 타켓층도 확실해야 했다. 와플을 찾는 사람들은 대부분 젊은사람이 많기에 고려했다. 안산으로 잡고 포장마차를 제작해야 하나 싶었는데, 문득 생각나는 것이 포장마차 현수막을 보면 문의전화가 써져있는 경우가 있다. 아마 자릿세를 내면 대여를 해주나? 생각하고 안산일대에 있는 포장마차를 찾기 시작했다. 포장마차를 찾아가면 학생들이 왜 이런거 하려고 하냐, 돈 얼마 못번다, 얼른 가서 공부나 더해라 등 잔소리를 들었다. 포장마차를 구하지 못하는거 아닌가 하는 순간에, 마지막으로 들렸던 포장마차에서 본인도 다른분한테 전화해서 포장마차 받았다고 하며 전화번호를 하나 알려주셨다. 알고보니, 포장마차는 자릿세를 받고 빌려주는게 아니라, 재료를 파는 사람에게 재료를 주문한다는 조건하에 포장마차를 빌려주는 것이였다. 다음날 재료사장님과 만나 포장마차 위치를 전달받았다. 그런데 변수가 생겼다. 그것도 엄청나게. 첫번째, 와플만 하면 안된다. 와플재료를 재료사장님은 안 팔기 때문에 호떡을 해야한다. 갑자기 와플&호떡이 되었다. 두번째, 와플은 전기로 해야하는데 전기를 끌어다 쓸 곳이 없어 가스로 해야한다. 와플 기계를 제작해야했다. 시중에는 전기로 되어있는 것만 나오므로. 그래도 포장마차 자리가 좋아서 시작하기로 했다.
- 자리를 잡았으니, 장사 준비를 하자
자리는 사거리에 잡았고, 근처에는 아울렛도 있고, 자취방도 차로 10분거리에 잡았다. 일단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드는 것이 중요해서 집에서 와플을 있는대로 다 만들었다. 우선 반죽을 넣고 음악소리와 같이 종료되는 전기와플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쉽게 만들어지지 않았다. 가스로 하면 시간도 오래걸리고, 직접 구워지는 것에 따라 뒤집어줘야 하기 때문에 여럿 망쳤다. 그래서 특징을 만들기로 했다. 일명 화덕와플, 그리고 바닐라&초코잼만 있는게 아니라 10가지가 넘는 잼을 준비했다. 베스킨라빈스31처럼 골라 먹을 수 있도록, 잼 통하나 사는 것도 가성비 있게, 디자인도 보고 신중하게 구매했다. 호떡은 미리 연습할 수가 없어서 포장마차에서 실전으로 했다. 호떡은 친구 전문, 와플은 내가 했다. 거기에 음료도 필요할 것 같아 에이드가루를 구매하여 구비했다.
- 놀이터에서 놀다
오픈! 놀이터로 왔다. 포장마차를 깔끔하게 닦고,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첫손님은 예상보다 빨리 찾아왔고, 와플을 찾았다. 와플은 한개에 천원, 호떡은 한개에 오백원. 지금 생각해보면 거의 봉사였다. 와플 한봉지를 팔면 2만5천원정도 남았고, 호떡은 1만원정도 남았다. 다시 재료를 사고 팔면 과자값도 안나온다. 심지어 와플은 내가 먹었어도 하나만 먹으면 배부르게 크게 만들었고, 호떡도 큼지막하게 해서 대왕호떡이였다. 매번 손님들이 프로필을 물어보길래, A4용지에 자주하는질문이라고 써놓고 답변까지 써놨다. 어려보이는 두명이 포장마차를 하고 있으니 궁금하기도 하고, 여러가지 조언아닌 조언을 해주기도 하였다. 오전부터 일할 필요는 없어서 오후 2~3시에 문을 열었고 밤10시에 문을 닫았다. 항상 같은 시간에 영업을 하여 찾는 손님들에게 신뢰를 주려고 했다. 손님이 너무 없는 날엔 지나가는 손님이 보이면 도둑이야! 외치고 쳐다보면 간식도둑 와플입니다 라며 나름 홍보도 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기분은 짜릿했다. 순수하게 우리의 힘으로 돈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하지만 재미만으로 운영을 계속할 수는 없는 판단이 일찍 들었다. 매일 벌어들인 돈을 셀때면 자원봉사 수준이였다. 당장이라도 맞은 편 보이는 상가에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대출을 한다면 리스크도 큰 탓에 몇개월만에 마지막으로 친구와 소소한 치킨 한마리를 즐기며 우리만의 놀이터를 떠나기로 결정 했다.
- 여기까지가 끝인가 보오
와플 포장마차를 시작으로 다양한 아이디어를 접목하여 시도하고자 하였으나, 현실에서는 '돈'이 가장 큰 문제였다. 자본이 없으면 시작조차 어려운게 사실이였다. 자본이 있어야 어느정도 조금씩 목표를 잡고 움직일 수가 있겠지만, 총알이 없는 상황에서 전쟁에 나가면 대포와 폭격이 난무한 곳에선 통할리가 없다는 것이다. 자신의 일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은 총알을 만드는 과정부터 있어야 하는 것이고, 총알을 만드는 과정에서 많은 배움을 갖고 나아가야 한다. 싸워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이겨놓고 싸우는 전략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깨달음이 하나 있다. 역시 일은 내 '일'을 해야한다.
*3편에서 포장마차 장점과 단점, 서로의 역할분담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