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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 혁렬 Apr 19. 2019

리빌딩, 대대적인 개편보단 필요한 변화를. (상)

- 리빌딩은 물갈이와 같은 말이 아니다. 방향을 잡는 것이 우선이다.

  솔샤르의 부임 이후, 한동안 패배를 모르는 팀으로 변화했으나 결국 체질 개선은 단기간에 이뤄지지는 않았습니다. 유나이티드는 사실상 무관을 확정지었으며, 챔스 마지노선인 4위권 진입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언급되는 것이, 다음 시즌 실질적인 솔샤르 1기를 위한 리빌딩입니다. 이와 동시에 유나이티드 보드진은 솔샤르에게 전폭적인 지지를 표하며 많은 영입을 안겨줄 것이라는 보도가 지배적이죠. 저 또한 솔샤르체제에서 다시 정상을 향해 나아가기 위한 리빌딩을 격하게 환영하고 있습니다. 다만, 지나친 영입에 대해선 조금 조심스러운 입장입니다. 언급되는 명단, 팬들의 바람으로는 5~6명 이상의 영입을 바라고 있으나 이것이 최선인지에 대해서 조금은 물어봐야 한다는 것이 저의 입장입니다.


# 모범 사례의 두 팀. 라이벌이 아닌 따라가야하는 맨유.


  이런 리빌딩에 있어서 제가 표본으로 본받아야 한다 생각하는 두 팀이 있습니다. 맨유의 지역 라이벌이지만 지난 몇 년간의 입지에선 우리가 쫓아가야 하는 입장인 두 팀, 리버풀과 맨시티입니다. 이 두팀은 비슷하면서도 조금은 다른리빌딩을 보여줬으며 맨유가 본받을 점이 꽤 많다 생각합니다. 이 두팀의 리빌딩에 대해 조금 논해보죠.


# 클롭, 최적을 선별하고, 문제를 진단하다. 

  헤비 메탈, 게겐프레싱의 대중화를 안겨준 감독. 클롭이 EPL에 온 지 어느덧 4번째 시즌이 끝나가고 있습니다. 그는 여전히 무관이고, 만약 이번 시즌도 무관으로 마무리한다면 스위스로 떠나야겠지만 (ㅎㅅㅎ) 긴 암흑의 터널속에 있던 리버풀에게 다시금 경쟁력을 불어넣은 감독입니다. 충분히 검증된 명장이었지만 클롭의 첫 시즌은 순탄치 않았습니다. 15-16 시즌, 8R에 경질된 로저스 감독의 후임으로 급히 부임한 그는 첫 시즌을 8위로 마무리했습니다. 절대 좋은 성적은 아니죠. 그러나 그는 그 시즌에서 자신의 팀에서 자신의 철학과 맞는 선수를 선별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당시 리버풀은 여름 이적시장을 아래와 같이 보냈습니다.


In : 피르미누, 벤테케, 클라인, 조 고메즈, 대니 잉스 (FA) , 제임스 밀너 (FA)

Out : 스털링, 보리니, 아스파스, 제라드, 램버트, 글렌 존슨


  해당 이적시장은 클롭 부임 이전의 이적시장이기 때문에, 클롭이 원하는 영입과 방출은 아니었습니다. 클롭은 부임 초기에는 4231과 433을 병행했습니다. 이 때 벤테케를 원톱으로 활용하고, 상대가 강팀일 경우에만 활동량이 많은 피르미누를 톱으로 기용했죠. 피르미누는 로저스 체제에서 주로 우측 윙어로 기용되었습니다. 클롭은 이런 피르미누에게 자신의 스타일을 입혀나가기 시작했죠. 이런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클롭은 점차 자신의 팀을 만들어나갔으며 후반기에는 피르미누 제로톱으로 고정시켰습니다. 그리고 16-17 시즌, 실질적인 클롭 첫 번째 이적 시장을 맞이합니다.


  피르미누가 제로톱으로 위치하고, 에이스인 쿠티뉴가 왼쪽 윙어로 주로 기용되면서 클롭은 반대편 우측을 휘어 잡을 자원을 찾아 나섭니다. 그리고 사디오 마네를 영입하죠. 또한 자신의 전술 핵심이라 볼 수 있는 왕성한 활동량을 자랑해야 할 중원자원들이 잦은 부상에 시달리자 (랄라나, 엠레 찬) 이를 보완할 선수로 바이날둠을 데려옵니다. 그리고 센터백의 불안함을 보완하고자 경험 많은 클라반과 FA로 마팁을 데려옵니다. 자신의 성향과 맞지 않았던 벤테케는 한 시즌만에 과감히 처분했죠. 해당 시즌의 In & out은 아래와 같습니다.


In : 카리우스, 마네, 클라반, 바이날둠, 마티프

Out : 스크르텔, 아이브, 조 앨런, 벤테케


  이렇게 시작된 클롭의 리빌딩, 클롭은 피르미누의 제로톱, 좌-우 날개의 쿠티뉴와 마네를 주축으로 자신의 공격축구를 선보였습니다. 그러나 이 시즌에도 문제는 발생합니다. 클라반과 마팁이 좋은 모습을 보여주긴 했으나, 센터백도 불안 요소는 있었고, 왼쪽 풀백은 처참한 상황이었습니다. 이를 밀너가 효과적으로 커버해줬으나, 그러다보니 중원에서 밀너의 공백이 느껴졌습니다. 클롭은 이러한 문제를 진단한 후, 다음 이적 시장을 맞이합니다. 17-18 시즌 이적시장은 아래와 같습니다.


In : 모하메드 살라, 로버트슨, 옥슬레이드 체임벌린, 솔랑케

Out : 루카스 레이바, 오리기 (임대), 마마두 사코


  클롭은 살라를 영입하면서 마네를 왼쪽으로 이동시켰고, 중원의 부족한 창의성을 해결하기 위해 쿠티뉴를 메짤라로 기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로버트슨의 합류로 밀너는 다시 미드필더로 돌아왔고, 챔보까지 가세하며 중원의 뎁스를 어느정도 확보하는데 성공합니다. 지난 시즌의 문제라고 볼 수 있는 왼쪽 풀백, 중원의 깊이를 보태는데 성공했습니다. 물론 이 시즌도 문제는 노출되었습니다. 센터백이 지속적으로 흔들렸고, 클라인의 부상도 겹치며 우측 수비 또한 주전을 잃었고, 키퍼는 대환장 파티를 연출했죠. 이런 와중에 한 차례 기용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던 팀의 유스, 아놀드를 적극 기용하며 문제를 봉쇄했습니다. 그리고 이 시즌의 핵심은 겨울 이적시장이죠. 팀의 에이스인 쿠티뉴를 바르셀로나에 높은 가격으로 보내고, 이 시즌 큰 불안요소였던 센터백 포지션에 포지션 월드 레코드를 기록하며 반 다이크를 영입합니다. 영입 당시에는 비판의 목소리가 컸으나, 결과론적으로 그의 안목은 성공적이었습니다. 그 효과로 클롭은 리버풀을 챔스 결승에 올려놓습니다. 아쉬운 준우승 이후, 이번 시즌을 맞이하죠. 이번 시즌을 맞이할 때 또한 가장 분주했고, 활발했던 팀은 리버풀이었습니다.


In : 나비 케이타/ 파비뉴/ 샤키리/ 알리송 베커

Out : 엠레 찬/ 클라인 (겨울 이적시장 임대)/ 솔랑케


  지난 시즌에 이미 영입을 확정지었던 케이타가 합류했고, 파비뉴도 발 빠르게 영입했죠. 또한 지난 시즌 대 참사를 연출했던 마지막 불안요소인 GK에 알리송 베커를 영입했습니다. 그리고 윙 자원의 뎁스를 보강하고자 샤키리를 데려왔습니다. 그리고 현재 리버풀은 자국 컵 대회는 탈락했으나, 여전히 챔스에서 순항중이고 최초의 EPL리그 우승을 위한 레이스도 여전히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더블도 가능하고, 특히 이번 시즌 뿐만 아니라 다음 시즌은 더더욱 기대되는 팀으로 완전히 변했습니다. 시즌 초 적응에 문제를 보였던 나비 케이타와 파비뉴, 그들의 공백은 팀에 완전히 녹아든 바이날둠의 각성으로 완전히 틀어막았고, 로버트슨과 아놀드는 리그 최고의 풀백으로 거듭났으며, 젊고 유망한 수비수 조 고메즈는 시즌 초 엄청난 성장세를 보여줬습니다. 반 다이크와 알리송은 현대 축구에서 원하는 CB과 GK의 표본을 보여주고 있으며, 전방의 마누라 라인은 번갈아가며 팀의 승리를 견인하는, 원맨팀이 아닌 원 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클롭의 리빌딩 과정은 이와 같았습니다. 그 또한 부임 초기에는 방황하는 모습을 보였으며, 전술적 지적도 많이 받았으나 자신의 철학을 유지하면서도 부족함은 수정하며 팀의 컬러를 구축했습니다. 또한 매 시즌, 자신들의 문제를 진단하고 그를 해결하고자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섰죠. 여기서 중요한 건? 단순 영입이 아닙니다. 그 속에서도 결국 자신에게 주어진 선수들 중 최적의 선수와 선수의 최적 포지션을 위한 선별의 시간을 충분히 가졌으며, 그렇게 자신의 팀에 적응한 선수들을 뼈대로 삼고, 영입이라는 '살'을 붙여가며 하나의 팀을 완성시켰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 펩, 구단주와 단장의 의지. 


  위의 클롭과 펩의 리빌딩은 조금 다릅니다. 혹자는 펩이 결국 챔스 8강에서 또다시 떨어졌기 때문에 결국 실패가 아니냐고 말하기도 하지만, 펩이 온 후에 맨시티는 타 팀 팬이 봐도 매력적인 축구를 구사하며, 한 층 젊은 팀으로 거듭났고, 기존과 확연히 다른 팀으로 거듭났기 때문에 저는 성공적인 리빌딩의 사례로 보고 있습니다. 펩은 무리뉴와 함께 EPL에 입성했습니다. 그리고 그를 반겨준 맨시티에는 다이나믹한 축구를 원하고, 최고의 성적을 갈망하는 적극적인 구단주가 있었고 그의 철학, 크루이프즘을 공유하는 단장, 치키 베히리스타인이 있었습니다. 펩은 자신의 성향을 공유하는 단장과 구단주의 적극적인 지원 아래에 팀을 완전히 바꿔나가죠.


 그의 첫 시즌인 16-17 시즌의 이적시장은 아래와 같습니다.


In : 귄도안, 놀리토, 진첸코, 제주스, 르로이 사네, 존 스톤스, 브라보

Out : 데미첼리스, 조 하트, 나스리, 망갈라, 보니 (대부분 임대)


  펩도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팀에 자신의 철학을 불어 넣는 것이었으며, 이에 걸맞지 않은 선수는 과감하게 플랜에서 제외했습니다. 주전급 선수임에도 임대를 보내는 모습에서 맨시티에 자신의 철학을 이식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죠. 결론적으로 페르난지뉴가 그의 황태자가 되었으나, 개인적으론 그 누구도 자신의 핵심이라 볼 수 있는 홀딩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귄도안을 주전으로 쓰기 위해 데려오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또한 당시만해도 부상에 신음하던 아게로의 불안요소를 줄이고자 놀리토를 데려왔고, Isolation to Overload를 이행할 빠른 윙 자원 사네를 데려옵니다. 후방 빌드업을 위해 존 스톤스와 브라보까지 영입하죠. 이렇게 펩은 자신의 첫 시즌을 시작했으나, 그 누구도 예상 못한 너무나도 강력한 전술, 콩테의 3백에 EPL은 완전히 함락당하며 첫 시즌 리그 우승을 해내진 못합니다. 


  이 과정에서 스톤스는 이름처럼 돌맹이가 되었고, 콤파니는 부상에서 돌아올 생각을 하지 않았죠. 펩의 핵심인 후방 빌드업에 차질이 생깁니다. 그러나 펩은 이 문제를 선수 육성으로 해결해내죠. 오타멘디는 펩 이전에 영입된 선수였으며, 피지컬이 단단한 센터백으로 평가되었으나 펩의 아래에서 빌드업을 장착했고, 해당 시즌 리그 최다 패스를 기록합니다. ( 이 부분은 조금 헷갈리네요.) 첫 시즌에서 이 외에도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죠. 노쇠화 된 풀백과 폼이 완전히 떨어진 브라보. 펩은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다음 이적 시장을 준비합니다. 그렇게 시작한 17-18 시즌의 이적시장은 아래와 같습니다.


In : 베르나르두 실바, 에데르송, 카일 워커, 다닐루, 벤자민 멘디.

Out : 사발레타 등 풀백과 지난 시즌 임대간 선수들.


  펩은 노쇠화 된 풀백 자원들을 아쉬움 없이 FA로 내보내고, 풀백 자원으로만 3명의 선수를 영입합니다. 또한 다비드 실바의 노쇠화에 대비하여 또 다른 실바인 베나실을 영입하고, 후방 빌드업의 화룡점정을 위해 에데르송까지 데려옵니다. 이적 시장 뿐만 아니라 프리 시즌과 훈련에서도 선수들을 끊임 없이 성장시키고 통제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리그 우승에 성공하죠. 이 우승이 의미 있는 이유는 각종 EPl 기록을 경신한 것도 있으며, 무리뉴 2년차 리그 우승의 저지도 큰 의미가 있죠. 뿐만 아니라 멘디와 다닐루의 부상을 델프의 포지션 변경으로 해결했고, 겨울 이적시장에 라포르테까지 영입하며 센터백 조합의 최적화까지 해냈습니다. 물론 펩의 맨시티도 결국 고질적인 문제인 왼쪽 풀백 리스크는 여전히 존재하고, 페르난지뉴의 후계자로 언급되던 파레데스, 프랑키 데용, 조르지뉴, 프레드 등의 영입을 실패하며 결국 이번 시즌 후반에 어려움을 겪고 있긴합니다. 


  그럼에도 맨유가 본받아야 한다고 언급하는 이유는, 팀의 방향성을 제대로 설정하고 이를 지탱한 단장의 순기능이 있었다는 점. 그리고 펩 또한 자신의 컬러를 팀에 입히는 과정에서 스쿼드를 선별했다는 점. 마지막으로 이러한 팀의 변화는 리버풀에 비하면 단기간에 진행되었고, 이적시장에서 보다 많은 선수들의 영입이 있긴 했으나, 그래도 팀의 중심인 아게로-실바-(덕배)- 페르난지뉴를 주축으로 부족함을 매꿔나가는 방향을 택했다는 부분입니다. 


# 글을 마치며


  두 팀의 사례를 우리는 학습할 필요가 있습니다. 원래는 맨유의 지난 리빌딩 과정도 다루려고 했으나, 그러려면 글의 길이가 너무 길어지는군요. 해당 칼럼은 상-하 편으로 나눠서 진행하는 편이 독자분들께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상) 편은 이상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내일 빠르게 (하) 편을 업로드하겠습니다.


(하) 편에서는 맨유의 리빌딩은 어떠했는가? 그럼 우린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까를 논해보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리며, 익일 (하) 편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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