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 야스퍼스(3)
함께 깨어 있기 위해 철학은 존재한다
야스퍼스의 철학에서 중요한 것은 언제나 혼자가 아니라는 감각이다. 진리는 혼자 소유되는 것이 아니며,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잠시 모습을 드러냈다가 다시 사라진다. 그래서 그는 소통을 철학의 중심에 둔다. 대화는 실존이 실존을 두드리는 사건이다.
야스퍼스는 평생 병약한 몸을 지녔다. 언제 삶이 끝나도 이상하지 않았기에, 그의 사유에는 늘 시간의 긴장감이 흐른다. 지금 말하지 않으면 늦을 것 같고, 지금 이해하지 않으면 사라질 것 같은 태도. 철학은 그에게 삶과 나란히 걷는 일이었다.
그를 오래 읽다 보면 변화가 생긴다. 확신은 줄고, 판단은 느려지고, 말은 조심스러워진다. 타인의 고통 앞에서 서두르지 않게 된다. 야스퍼스는 인간을 강하게 만들기보다 섬세하게 만든다. 그 섬세함 속에 그가 생각한 인간의 품위가 담겨 있다.
야스퍼스를 좋아한다는 것은 아마 이런 태도를 사랑하게 되었다는 뜻일 것이다.
답보다 질문을 오래 품는 법,
설명보다 책임을 먼저 떠안는 자세,
혼자 빛나기보다 함께 깨어 있으려는 마음.
그는 말한다. 철학은 삶을 대신 살아주지 않는다고. 다만 삶을 피하지 않도록 곁에 서 줄 뿐이라고. 그래서 야스퍼스는 읽는 철학자라기보다, 함께 걷는 철학자로 오래 남는다.
야스퍼스를 읽는다는 건,
조금 더 조심스러운 인간으로 살아가겠다는 선택에 가깝다.
이 글을 읽으며 떠오른 얼굴이나, 말하지 못했던 질문이 있을까요? 실존에 대한 노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