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움

미국에서 만난 나

by 왕구리

여행을 떠날 때 집을 정리한다는 것.
언제부턴가 우리 가족에게 매우 중요한 의식이 되어가고 있다.
짧은 여행이나 캠핑을 떠날 때도 부지런히 짐을 싸고 집을 싹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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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나비는 항상 여행을 떠날 때 집을 치우자고 한다.
여행을 갔다가 다시 돌아왔을 때,
마음이 편하고 싶어서라고 한다.
여행을 떠나기도 전, 여행을 준비하면서부터 여행에서 돌아올 때를 준비한다니.

그런데 그걸 몇번 경험하고 보니 알게 되었다.
여행에서 돌아온 내집이 주는 느낌을, 기분을, 감정을 말이다.
여행에서 쌓인 짐이 다시 내어지고, 집이 어지럽게 변해도 그 첫 마주함이 꽤나 포근함을 이제 알아버렸다는 것이다.

그리고 비움.
여행에서 가지고 온 새로운 경험에서 얻어진 무엇인가와 함께 변화한 우리와 집.
분명 같은 사람과 같은 장소인데,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아간다.

이번 미국여행에서 돌아왔을 때,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나와 우리 가족이 느끼고 가지고 온 것은 무엇일까?

떠날 때 집을 정리하고 나온 것처럼
비워진 우리를 무엇으로 채우고 돌아갈지 기대된다.
돌아간 우리는 다시 집을 채우고, 어지러이 삶을 이어간다고 해도
미국에 떠나기 전과는 다른 삶의 결을 채우고 돌아갈테다.
결이 바뀐다는 것은 이전과는 다른 삶의 방향으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비움은 채움으로 이어진다.
비움은 떨어짐으로부터 시작된다.

미국여행은 우리에게 떨어짐이자 비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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