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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어에 대하여 May 21. 2024

그 흔해빠진 이혼한 사람들

난 아직 결혼도 한 번 못해봤다. 응 그래



마음이 두 개가 공존한다.


빨리 결혼해서 알콩달콩 안정되고 싶은 마음

만사가 귀찮고 그냥 이대로도 충분히 좋아 싶은 마음


이랬다가 나이 더 들어 결혼하고 싶어지면 어쩌지, 그때 짝이 없으면 어쩌지 싶은 걱정

혼자 사는 게 이렇게 편하고 좋은데 누구랑 24시간 붙어 어떻게 살지 싶은 걱정


그리고 또 노인이 되어 나만 혈혈단신 자식도 없이 외롭지 않을까 싶은 우려


두 가지 마음이 하루가 멀다 하고 호각을 다툰다.

그냥 운명론자니까 모든 걸 흘러가는 대로 맡기고만 싶은데

또 나이란 게 가만히 있어도 들어버리니 이리 하기가 어렵다.


난 노처녀 나이가 되도록 이 고민 중인데

작년부터 주변에 이혼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정말 다른 환경에서 자라온 두 사람이 알콩달콩 잘 살아서

아 좀 다른 게 오히려 좋구나 싶던

부잣집 배운 공주님과 시골 무일푼 머슴의 결혼 생활이 끝났다고 한다.


결혼식장이며 집이며 모든 걸 시댁 요구에 맞추길래

여자애가 진짜 현명하고 노련하네 탄성을 자아낸 신혼부부의

결혼 생활도 일찍 마무리가 됐다고 한다.


알고 보니 이상한 남자에 된통 당해

결혼하자마자 이혼 통보 뒷통수를 맞고 이혼 소송 중인

누구보다 예쁘던 동생. 결혼 생활이 마무리가 안되어 고통이라고 한다.


나이가 꽤 많은 사촌 오빠도 슬그머니 조용히 이혼을 했다고 한다.

새언니가 정말 싹싹하고 좋은 사람이었는데, 이쁜 조카도 있는데

십 년 넘은 결혼 생활이 끝났다고 한다.


모든 게 앞서 진행된 선진국 문화를 답습하듯이

이제는 정말 바다 건너 미국처럼 이혼이 별 게 아닌 게 된 건가 싶기도 하다.






이제 나는 한술 더 떠서


이리 고민할 바에는

고민하다 영영 못할 바에는

일단 결혼하고 이혼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진심으로 든다.


인플루언서 기은세가 이혼할 걸 생각하고 결혼했다고 하는데

물론 그녀의 의미와 내 의미는 다르겠지만

그 말이 뭔지 이해가 돼버리려고 한다.


싱글인 친구들과

차라리 무자녀로 이혼한 사람이 속편 할 것 같아

이미 숙제는 끝난 기분이고 오히려 홀가분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와 같은 남의 속도 모를 소리까지 한다.

그런데 진심이 전혀 없다곤 못하겠다.


이런 생각이 나이 들도록 결혼 안 한(못한) 여자의 말로인가?






나이 드는 게 정말 싫다.

잠이 일찍 오는 게 싫다.

마음은 아직 어린아인데

눈을 초롱초롱 뜨기 어려운 내가 맘에 안 든다.

진작 결혼했으면 이런 생각도 안 했을 텐데..


이런 비생산적인 생각을 하는 내가 맘에 안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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