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살 혹은 만 한 살에 기억이 시작되다
추억을 소중하게 여기고
의미 부여를 잘하고
기억 복기를 자주 하는 만큼
나의 기억 저장소에는 꽤 많은 하루가 남아 있고
또 어떻게 그걸 기억해? 싶은 아주 어릴 적 기억도 많다.
(그래서 나는 애 앞에서 말을 조심해야 한다는 말에 철썩 같이 동의한다.)
최초의 기억은 외가댁 사촌의 놀이방이다.
짐작컨데 돌이 좀 지났을 무렵 만 1~2세 사이.
그 방에는 유아용 필수 도서였던 유아 도감이 있었다.
딸기, 비행기, 사자 등 하나의 대상에 대해
큼직한 글씨로 얇은 한 권의 책이 이루어져있는-
그중에 나는 딸기 책을 좋아했는데
(당시에는 당연히 글자를 몰랐는데 좀 더 자란 내가 여전히 그 책을 좋아했기 때문에, 기억의 연속을 통해 '딸기'책이라고 명확하게 말할 수 있다.)
그걸 한 살 많던 사촌과 엉성한 손짓으로 붙잡고 옥신각신하다
당연히 나보다 두배로 산 사촌의 힘에 밀려 빼앗기고 울던 기억이다.
나는 앉아 있었고, 사촌은 서있어서 올려다보던 시선까지 기억난다.
사촌은 나이가 한참 먹은 나도 울리는 재주가 있어
최근에도 나를 세 번이나 울린 녀석이다.
(Ep. 사촌이 장가가니 내가 눈물이 났다)
이렇게 내 인생 기억은 35~6년 전으로 거슬러
내 세상 태초에 가까운 순간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