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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빈공간 Feb 07. 2022

그 시절 추억을 상영하다

인천에 남아있는 올드극장 3곳



 '우리 부모님도 젊었을 풋풋한 연애 시절에 극장데이트를 하셨을까?'라는 생각을 다들 해보신 적 있지 않나요? 지금과는 사뭇 다를 그 시절의 풍경을 한 번쯤은 상상해본 적 있을 거예요. 지금은 멀티플렉스관이 너무나 많아져서 당연히 영화를 보려면 백화점에 가야 한다는 생각이 먼저 들지만, 옛날에는 영화관이 따로 있었답니다. 오늘은 그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그 시절 추억과 감성을, 젊은이들은 레트로를 경험할 수 있는 인천의 올드극장들을 소개해볼게요!



보는 것을 사랑한다, 애관극장


 멀리서 보면 디스코 팡팡인가 싶은 알록달록한 외관을 가진 이곳은 바로 우리나라 최초의 극장인 <애관극장>입니다.


 "보는 것을 사랑한다."라는 의미의 애관극장이라는 이름은 무려 1921년에 붙여졌어요. 얼마나 긴 세월인지 느껴지시나요? 무려 127년의 세월을 품고 있는 아주 오래된 극장이랍니다. 현재의 건물은 한국전쟁 때 소실되었다가 1960년대에 재건하고 2004년에 리모델링한 것이라고 해요. 또한 인천의 공공시설이 없던 식민지 시대의 인천 시민들의 문화운동과 학생들의 청년문화활동이 발화했던 역사 깊은 장소이기도 해요.

 최근 코로나 직격탄으로 폐관 위기에 처해있다고 하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방문해보시는 걸 추천해 드려요. 애관극장에 관련된 다큐멘터리도 상영 중이랍니다.



 애관극장 영화티켓의 가격은 성인 기준 7,000원, 팝콘세트는 4,500원으로 멀티플렉스보다 훨씬 저렴한 가격을 자랑해요. 애관극장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2층으로 나누어진 상영관! 콘서트홀 같은 느낌이 색다르게 느껴져요. 의자 커버나 카펫마저도 옛날 감성이 물씬 풍기어서 타임머신을 타고 부모님의 극장데이트에 몰래 따라온 기분이었답니다. 



아름다운 영화의 숲, 미림극장

 

 아름다울 미(美), 수풀 림(林)을 써서 ‘아름다운 영화의 숲’이라는 뜻을 가진 <미림극장>은 동인천역의 최초, 유일한 실버전용관이에요. 1957년 천막 극장을 세워 무성영화를 상영한 것을 시작으로 오랜 세월 동안 시민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미림극장은 당시 인천을 대표하는 영화관이었다고 해요. 하지만 멀티플렉스관이 생겨나며 많던 근처의 극장들은 전부 사라지고 자연스레 인천 동구의 유일한 영화관으로 남았어요. 이후 경영난에 부딪혀 잠시 문을 닫기도 했지만 재정비하여 2013년 어르신들을 위한 실버전용관으로 다시 개관하게 된답니다.  



 큰 스크린과 좋은 음향으로 고전영화를 볼 수 있다는 점이 미림극장의 가장 큰 매력이에요. 미림극장은 4시 이전에는 고전영화를, 4시 이후에는 독립영화를 상영함으로써 다른 극장과는 차별점을 두었어요. 영화티켓의 가격은 만 55세 이상은 2,500원, 일반은 5,000원으로 영화를 보러 오는 사람들은 대부분 동네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에요. 오래된 영화이다 보니 자막도 잘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그 시절의 감성과 추억을 느끼기 위해 오시는 분들도 많다고 해요. 그뿐만 아니라 문화소외층인 어르신을 위한 영화, 공연, 실버문화 사업을 지원하고 소외계층을 고용함으로써 어르신 일자리 창출까지 기여하는 착한 극장이랍니다!



부평역 근처의 작은 영화관, 대한극장



 부평역 15번 출구에서 왼쪽으로 쭉 오면 보이는 이곳은 과거 부평의 공식 약속장소로 통했던 <대한극장>이에요. 1964년부터 3대째 운영하고 있고 2개의 상영관을 가지고 있는 작은 영화관이랍니다. 근처에 멀티플렉스관이 있어 사람이 많지는 않았지만, 현재 상영하는 영화들을 일반 성인은 8,000원, 학생은 7,000원의 저렴한 가격으로 볼 수 있어 부평에 사는 시민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어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화려한 것들은 없지만 예스러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어요. 투박한 시설이지만 영화의 음질이나 화질은 최신식이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이외에도 큰 영화관에서는 보기 힘든 독립영화도 많이 상영하고 있다고 하니 독립영화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부평역의 대한극장, 잊지 마세요!




 짧게는 58년, 길게는 127년이라는 길고 긴 세월 동안 인천 사람들의 문화생활을 책임져온 올드극장들. 현재는 멀티플렉스와 OTT 서비스에 밀려 조금은 한산한 모습이지만 그 시대를 주름잡고 많은 이들에게 재미와 추억을 선사한 것은 변함이 없었어요. 착한 가격과 더불어 고전영화와 독립영화까지 볼 수 있으니 영화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면 한 번쯤은 찾아가 보시길 바랍니다.


ⓒ 로컬스트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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