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에서 일한 지 3년 차, 미국에서 일할 때도 구성원이 30명이 채 안 되었으니 스타트업이라고 친다면 4년 차가 넘어가면서 좋은 일도 나쁜 일도 많이 겪고 주위에 스타트업에서 일하시는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서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게 참 만만치 않은 일이라고 생각된다. 많은 리스크와 단점들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있는 이유, 그것을 포기할 수 없는 매력에 대해서 개인적인 Top5를 꼽아 보았다.
스타트업은 당연한 말이지만 리소스가 부족하다. 한사람이 특정 업무 하나만 맡기보다는 두 가지 이상의 업무를 맡게 되는 경우가 많다. 나도 처음에는 UX 디자이너로 입사를 했지만, 회사가 성장함에 따라 여러 가지 업무들을 함께 맡게 되었고 현재는 PM과 데이터 분석을 함께하고 있다. 참고(링크: 스타트업 업무 리스트(a.k.a 노예 리스트) :https://brunch.co.kr/@kinghong/17) 그 과정에서 좋아하는 일과 싫어하는 일을 확실하게 구분할 수 있게 되었고 새로운 적성과 업무에 대한 관심도를 높일 수 있었다. 자연스럽게 다른 회사에서 2~3년 걸릴 업무량도(내 경우) 1년 안에 경험할 수 있었다. 대기업에 가면 업무가 확실하게 분담이 되어있는 경우가 많아 전체적인 프로세스를 모두 경험할 수 있는 확률이 상대적으로 낮다. 일하기를 좋아하고 어떤 일이 자신에게 맞는지 궁금하다면 스타트업만큼 그것을 실험하기 좋은 환경도 없을 것이다.
페이스북 메신저와 같이 수억 명이 쓰는 기능을 바꾸기 위해서는 엄청난 컴펌과정을 통과해야 한다. 페이스북도 초창기에는 어떤 아이디어든지 실험해보고 결과물을 빨리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대기업에서는 보통 전체 프로세스에서 한 부분을 담당하고 그 부분의 스페셜리스트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스타트업에서는 한 사람이 전체 프로세스의 많은 부분을 담당하기 때문에 그만큼 많은 책임과 권한을 가진다. 내가 생각한 아이디어가 내일 피쳐로 릴리즈 되는 경우도 상당히 많다. 능동적으로 주도적으로 일하기를 좋아하는 사람한테는 굉장히 일하기 좋은 환경이다. 또한, 능력을 인정받을 경우 빠른 승진과 유연한 연봉인상 또한 가능하다. 물론 연봉이 상승해도 대기업보다는 적을 수 있지만 요즘 투자를 많이 받고 잘나가는 스타트업은 대기업 못지않은 연봉을 자랑한다.(미국의 경우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스타트업에서 일하기를 잘했다고 느끼는 가장 큰 이유이다. 카네기멜론, 조지아테크, 프린스턴 등 학벌이 어마무시한 팀원들도 있고, 정말 정말 열정적이고 진취적이고 똑똑한 팀원들도 너무너무 많다. 이런 사람들과 함께 일한다는 것은 큰 복인 것 같다. 이 부분은 당연히 팀과 회사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 요즘은 진짜 똑똑하고 열정적인 사람들이 대기업이나 안정적인 직장보다는 리스크를 감수하고 스타트업에 자신을 커리어를 걸어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이 부분은 개인적인 경험이니 오해 없으면 좋겠는데, 국내 대기업에 다닐 때의 부장님 과장님들은 항상 주식 얘기와 스포츠 얘기를 많이 하셔서 회사를 그만두겠다는 결정에 힘을 실어 주었다. 지금 회사의 동료분들은 점심 먹으로 나가면서, 먹으면서, 들어 올 때까지 내내 개발과 신기술, 서비스에 대한 얘기를 나눈다. 어떤 회사가 더 행동이 빠르고 성장할지는 물어보지 않아도 될 듯하다.
상대적일 수 있지만, 이 부분이 없으면 스타트업에 갈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대기업과 비교해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고 반영이 되지 못하는 조직이라면 이미 스타트업이라고 부를 수 없다. 팀원들과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나누고 좋은 아이디어가 빠르게 제품과 서비스에 반영되는 조직을 싫어하는 사람이 있을까? 물론 스타트업 스웨그만 가득 차서 호칭만 영어나 별명을 부르고 의사결정은 답정너인 스타트업들도 있겠지만 대기업과의 가장 큰 차이는 유연하고 수평적인 의사결정 프로세스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조직문화를 지키고 발전시키는 것은 전적으로 리더의 몫이며 이것을 지켜내지 못하는 회사의 경우, 그 리더가 스티브잡스 급의 인사이트와 카리스마를 가지고 진두지휘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블라인드에 회사에 대한 불만이 이미 올라와 있을 가능성이 높다.
스타트업을 인수하거나 상장을 통해 엄청난 부를 획득하는 사례들이 종종 등장한다. 리서치에 따르면 10억 이상의 자금을 투자받은 스타트업 중에서도 95%의 스타트업은 실패하게 된다고 한다. 단지 5% 소수의 스타트업만이 성공신화를 써 내려갈 수 있다. 스타트업에 발을 들인다는 것은 직업에 대한 리스크를 지고 살아가는 것인데, 안정적인 직업보다는 자신의 실력과 열정을 믿고, 지금 현재의 대기업과의 월급 차이에 신경쓰기보다는 미래에 대한 보상에 가치를 둔다면 도전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