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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킹홍 Oct 19. 2019

8천억을 번 창업자의 3가지 비밀

 '더 히스토리 오브 퓨쳐'는 대표적인 VR의 선두주자 '오큘러스'에 대한 이야기다. '페이스북에 2조 넘는 가격에 팔렸다'라는 기사만으로 피상적인 숫자를 접했을 때보다 훨씬 큰 몰입도와 감동을 주어서 영화를 보는 느낌으로 단숨에 읽을 수 있었다. 페이스북에 엑싯하며 무려 8,000억을 벌게 된 럭키 팔머는 오큘러스를 어떻게 성장시킬 수 있었을까?


1. 운

[전설의 개발자 카맥과의 만남]

'Carmac the magnificent'이란 별명을 가질 정도의 스타 개발자인 카맥은 어릴 적 내가 즐겨하던 '퀘이크' 등의 슈팅 게임으로 전 세계를 놀라게 한 '이드 소프트웨어'의 창업자이다. 카맥은 새 게임 출시 후 쉬는 기간을 갖던 중 VR에 우연히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VR은 돈이 안된다는 회사를 설득하고 싶었다. VR 연구를 회사차원에서 계속하기 위해 연중 가장 큰 게임 쇼인 E3에 당시 이드 소프트웨어에서 개발한 둠 3의 VR버전을 언론에 선보인다는 마케팅 전략과 짝지을 정도로 VR에 큰 관심을 쏟기 시작했고 개발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오큘러스를 만든 럭키 팔머와 우연히 연결된다. 책에는 자신의 우상이던 카맥의 이메일을 받은 럭키의 흥분된 반응이 잘 묘사되어있다. 조나단 아이브의 이메일을 받으면 저런 기분일까? 이 우연한 만남으로 오큘러스는 기술적으로도 카맥의 지원을 받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E3 컨퍼런스에서 럭키의 VR기기를 데모하게 되면서 CNN 및 여타 매체에 노출되게 되었고 이 소식은 오큘러스의 투자와 사업 규모를 확장하게 한 실질적 CEO인 이리브에게 닿게 된다. 오큘러스가 세상에 선보여지기까지 이 세명의 인물이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에 럭키가 이리브와 카맥을 만나게 된 것은 굉장한 '운'이라고 생각된다.


[다른 이야기 : 워즈 위드 프렌즈와 존 메이어]

게임 개발사 '뉴토이'의 창업자 베트너 형제는 '체스 위드 프렌즈'(체스 말을 놓으면 친구에게 해당 정보가 보내지고, 친구가 자신의 폰을 확인한 후 자신의 수를 보내는 느린 인터랙션이 특징인 게임)로 꽤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당시 대부분의 게임이 출시 후 30일이면 사용자 유지율이 1~5%였던 반면에 체스 위드 프렌즈는 50% 이상을 유지했다. 이 방식을 스크래블(미국판 낱말 게임)에 똑같이 적용하여 사용자 유지율을 60% 넘게 유지했지만 실제로 돈은 그다지 벌지 못했고, 몇 달 안에 돈을 벌지 않으면 곧 회사 자금이 바닥날 상황을 맞이 하게 된다. 그때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존 메이어'가 트위터에 '워즈 위드 프렌즈는 새로운 트위터이다'라고 트윗을 올린 후 게임의 설치율은 평소의 50배가 되었다. 이러한 인기에 신기하리만큼 높은 게임의 사용자 유지율이 더해져 이 게임은 향후 몇 년 동안 애플 매출 순위의 정상을 차지했다. 2010년에 워즈 위드 프렌즈의 게임을 매일 하는 사용자는 160명에 달했다. 베트너 형제는 자신들의 회사를 페이스북용 게임 개발사로 유명한 징가에 2000억에 팔게 된다.

Word with Friends

이러한 사례는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 '포스트 말론(Post Malone)'도 마인크래프트나 기타 히어로를 플레이하는 그저 그런 유튜브로 활동하며 노래를 만들고 있었는데, 그의 노래 'White Iverson'이 '위즈칼리파', '맥 밀러'등 힙합씬의 유명 아티스트들에게 Shoutout을 받으며 단숨에 인기 스타로 발돋움하게 되는 것을 보면서, 정말 '운'의 작용이 성공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실감하게 되었다. 지금 포스트 말론의 인기는 뭐... 빌보트 차트에 그의 노래가 몇 개나 올라와있는지만 확인해도 알 수 있다.

유투브 - 빅쇼트 : 유투버 시절의 포스트 말론


2. 연결과 확장

앞에서 언급된 '운'은 당연히 예측이 불가능하지만, 그 확률을 조금이나마 올려 줄 수 있는 것은 '연결과 확장'이라고 생각한다. 다시 오큘러스 이야기로 돌아오자. 럭키 팔머는 꾸준히 VR 프로토타입의 개발 상황을 커뮤니티에 공유하고 전문가들에게 도움을 구했다. 이러한 활동이 카맥과 연결되게 만들었고, 오큘러스가 인지도를 얻고 난 이후에도 레딧, 트위터 및 개발 커뮤니티에서 지속적으로 개발자들과 소통하고 지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오큘러스의 제품들을 CES, GDC의 대규모 행사와 킥스타터 등 다양한 채널에 적극적으로 노출함으로써 인지도를 얻고 이는 마크 주커버그의 귀에까지 닿게 된다.


또한, 오큘러스는 기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집단답게 오픈 소스에 대해서(당연하게도) 개방적인 마인드를 보여준다. 카맥은 혁신을 위해서 개방성과 오픈소스, 기술의 투명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오큘러스의 첫 모델은 소비자 모델이 아니라 개발자용 키트로 판매되게 된다. 이는 전 세계의 수많은 개발자들과 개발사들이 오큘러스 플랫폼에 올라갈 콘텐츠(게임 등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게 만들어, 오큘러스가 단순히 VR기기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와의 시너지를 통해 플랫폼화 되는 과정이 잘 묘사되어있다.


[안 좋은 예]

안타깝게도 오큘러스는 현재 시장을 리딩하고 있다고 하기는 어려운데, 이는 페이스북에서 합류한 후 폐쇄적인 플랫폼과 개발환경으로 전환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이를 틈타 세계 최대의 온라인 게임 플랫폼 '스팀(Steam)'을 운영하는 밸브 사는 처음에는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던 오큘러스와 손절하고 HTC와 협업하여 새로운 VR기기 '바이브'를 출시한다. 바이브는 오큘러스보다 늦게 출시되었지만, 스팀과 연결된 많은 개발자들과 함께 VR 콘텐츠를 빠르게 확보한다. 대형 개발사들의 비중은 오큘러스가 높았지만, 그들의 대작 게임의 경우 개발기간도 길었기에 바로 즐길 수 있는 다수의 콘텐츠는 부족한 상황이 되었고 결국 오큘러스의 선두주자의 위치가 무색해져 버린다.


3. 집요함과 실력

[제품에 대한 집요함]

오큘러스의 창업자 '럭키 팔머'는 낡은 트레일러에 살고 낮은 기술 수준의 실험직 일도 거절당할 만큼 금전적으인 어려움과 커리어적으로 불리한 상황에 있었으나, 자신의 꿈인 VR 기기를 개발하기 위해 집요하게 실험하고 개발에 몰두한다. 끈질기게 여러 가능성을 테스트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적극적으로 구하는 모습은 제품을 자신이 원하는 수준까지 끌어올리기 위한 장인 정신을 보여준다. 이런 실력을 보여주는데 나이는 전혀 상관없다. 데모만 했다 하면 투자자들이 계약서를 꺼내는데, 이때 럭키 팔머의 나의 겨우 19세였다. 스타트업을 하면서 큰돈을 벌 수 있는 상장이나 M&A 등의 엑싯도 중요하지만, 제품에 대한 집착과 애정이 불러오는 내적 동기가 기술의 발전 속도를 당겼다는 것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프로덕트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이 정도의 집착을 내가 가지고 있을까? 반성해보게 되었다. 세상은 덕후가 바꾼다.

필코(Philco)에서 1961년도에 제작한 텔레프레전스(Telepresence) 시스 (출처: Understanding Virtual Reality)


[원하는 것을 얻는 집요함]

등장인물 중 오큘러스의 CEO를 맡게 되는 '브랜든 이리브'는 원하는 것을 얻는데 무서울 정도의 집요함을 보여준다. 잘 알려진 게임인 '문명'을 개발하고 이미 자신의 회사를 여러 번 엑싯을 한 연쇄 창업자답게 판을 짜고 적적한 사람들을 섭외하여 일을 만들어 나가는 능력이 매우 탁월하다. 특히 겨우 프로토타입 수준의 VR이던 오큘러스의 가능성을 알아보고 럭키가 소니에 가는 대신 함께 창업을 하게 설득하고, 리그 오브 레전드의 개발사인 라이엇 게임즈에 높은 보수로 가게 된 친구를 새 회사에 영입하기 위해 끊임없이 설득하고, 투자를 끌어오고 - CEO의 역할인 돈과 사람을 끌어오는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끝내주는 제품을 만든 것은 럭키 팔머이지만, 사업의 판을 짜고 스케일을 확장시킨 것은 이리브였다. 집요함으로 똘똘 뭉친 이 둘의 시너지가 세상에 어떤 임팩트를 보여주는지 책에 잘 묘사되어있다.


물론 책의 뒤쪽에는 이리브에 대한 반전이 숨어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마치며]

현재는 고사양 PC 연결이 필요 없고 가격도 낮춘 퀘스트를 내놓으며 2세대 기기의 시작을 알렸다. 개인적으로 오큘러스와 페이스북이 20억 명이 사용할 새로운 소셜 네트워크 생태계를 어떻게 함께 만들어갈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더 히스토리 오브 퓨쳐'의 저자 '블레이크 해리스'는 수년 동안 책을 쓰기 위한 자료 수집과 인터뷰를 통해 우리가 기사로만 접하던 창업가들과 회사의 이야기를 영화처럼 생생하게 묘사해 놓았다. '카오스 멍키'에서와 동일하게 돈 앞에서 매우 냉정하고 철저하게 계산적인 마크 주커버그의 모습도 흥미로웠고, 세상을 바꾸는 기술을 실현해 나가는 창업가들의 열정, 실행력, 집요함 등을 보며 정말 여러 번 감동받을 수 있었다. IT서비스를 만들어나가는 사람으로서 오랜만에 가슴을 두근두근하게 만드는 책을 읽게 되어 너무 반가웠고,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세상 바꾸는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꼭 한번 읽어보면 좋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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