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에 몸담은 지 7년 차 성공한 기업도 많고, 망한 기업도 많이 보았다. 스타트업에 있으면서 가장 좋은 점은 열정과 똑똑함으로 뭉친 사람들을 원 없이 만날 수 있었던 것이다. 본디 그리 똑똑지 못한데, 주변 환경이 그렇다 보니 다행히도 함께 멋진 것을 만들어갈 수 있는 멋진 이들을 많이 만난 것은 정말 운이라고 생각된다.
하드씽이란 책을 읽으면 사업은 안 하는 게 좋게다라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리스크도 크고 고생도 많이 하는 것이 창업이다. 짧은 경험이지만 관찰자의 입장으로, 그리고 이제는 실행자의 입장으로 창업자 및 투자자들을 관찰해보며 나름대로 세 가지 특징을 정리해보았다.
1. 억지력
억지력이란 단어를 너무 좋아하게 되었는데, 멋진 투자가이자 스타트업 창업자였던 분께서 자주 사용하시는 단어이다. 창업이란 본디 말이 안 되는 비즈니스 모델이나 아이디어를 세상에 억지로 나오게 만들어서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이므로 말이 된다면 이상하다는 것이다. 모든 것은 미친 실행력으로 말도 안 되는 것을 말이 되게 억지로 변환시켜가는 과정에서 사용자들도 조금씩 받아들이고 시장에 안착하게 된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시리얼을 팔던 에어비엔비도 하버드 기숙사에서 여학생들의 외모 월드컵을 하던 페이스북도, 거리에 떨어진 찌라시를 주워 가게를 등록시킨 배민도 억지력이 충만했다. 말이 안돼도 말이 되게 하는 것. 그런 억지력을 뒷받침해주는 것은 역시 실행력이다.
2.존버력
시장의 흐름이라는 것은 참 알 수 없다. 모두가 유튜버가 되기 위해 뛰어들지, 염따의 노래가 차트인을 할지, BTS의 노래가 세계 음악 시장을 제패할지 누가 알았겠는가? 창업이라는 것은 성공의 지점이 어디에서 올지 정말 알 수가 없다. 아무리 비즈니스 모델을 잘 짜고, 능력자 팀원들이 불철주야 개고생을 해도 언제쯤 봄날이 올 건지. 여기서 존버란 안 되는 것을 계속 붙잡고 될 때까지 버티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계속해서 가설을 시장에서 검증하고 얻어맞으면서도 배우고 괘도를 성공을 향해 한 발 한 발 나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배틀그라운드의 성공이 그랬고, 스푼라디오의 성공 스토리가 그렇다. 리스크는 매니징 하는 것이 아니라 감수하는 것이다. 리스크를 계속해서 감수해나가며 존버하는 창업자들에게 진심으로 존경의 마음이 든다.
3. 운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은 중요하다. 성공한 창업자들은 한나같이 '운이 좋았다'라고 말한다. 그만큼 어려운 상황을 타개했을 때 운의 개입도 있었다는 말인듯하다. 스티브 잡스에게 워즈니악이 없었다면, 워비 파커의 창업자가 안경을 잃어버리지 않았다면, 야후의 제리 양이 중국에서 마윈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하지만 운을 잡기 위해서는 위의 억지력과 존버력은 필수다. 많이 시도하지 않는데 어떻게 운을 잡을 수 있겠는가. 거듭 실패해도 결국에 성공을 거머쥐는 창업가들은 기본적으로 실행력과 수많은 시도를 버텨낼 멘탈에 운이 더해져 크게 성공하게 되는 듯하다. 물론 정말 운 좋게 일찍 성공할 수 있지만 지키는 건 실력이다.
하드씽을 읽고 급 감정 이입하여 쓰게 되었는데, 이런 치열한 창업 연대기를 보면 까마득히 도 멀어 보인다.
P.S 나나 잘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