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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이완짹슨 Feb 09. 2022

대만에서 '집사'가 되던 날.

'망고'와 '감자'라고 부르기로 했다.

'검은 고양이 네로'가 유행했던 나의 유년 시절 고양이라는 존재는 '심장을 아프게 하는 귀여운 동물' 보다는 요물 혹은 도둑고양이란 인식이 강했다. 실제로 어릴 적 살던 집에는 지붕에는 고양이들도 같이? 살았는데, 이들은 종종 부엌까지 들어와서 먹을 것들을 물고 도망가곤 했다. 할머니는 그런 녀석들은 '아주 요물이여' 라며 '워이 ~ 워이 ~ ' 하셨지만 미신 때문인지 쫓아내지는 않으셨다. 어쨌든 한 지붕에 같이 살면서도 불청객 같은 존재였다.


그래서였을까? 국민 아니 초등학생 시절 학교 앞에서 병아리며 올챙이며 거북이며 동물이라는 동물은 다 키우는 것을 허락했던 아버지도 유일하게 반대했던 동물은 다름 아닌 고양이였다. 그럼에도 나는 고양이를 입양하겠다는 꿈을 버리지 못했고, 뒤늦게 대만에서 그 행복을 만끽했다.



대만, 길 고양이 입양기

중화권에서 길고양이는 '길' 대신에 '유랑(流浪)'이라는 단어를 사용해서 '流浪 貓'라고 한다. 유랑의  뜻을 살펴보면 쉽게 연상이 된다.


반려동물을 입양하는 방법 또한 한국과 비슷하다. 보호 기관을 통하거나, 인터넷 사이트 혹은 플랫폼을 통해서 연락을 하는 것이었다. 한 번은 한국어를 가르치던 학생이 내가 고양이를 입양하고 싶다고 넌지시 던진 말을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고서는 나에게 링크 하나를 보내주었는데 그곳에는 도움이 필요한 길고양이들과 새로운 집사? 를 연결해주는 공간이었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했던 말이 씨가 되어 글이 올라온 곳에 연락까지 해 버렸고, 그들이 남겨준 주소로 방문을 했다.



커피 파는 고양이 집

첫인상을 적자면 카페보다는 고양이들이 사는 곳에서 커피도 파는 느낌에 가까웠다. 들어서자마자 한눈에 들어오는 고양이집과 놀이들. 그리고 그 사이로 틈틈이 보이는 몇몇 손님들과 그보다 더 많은 수의 고양이들.


끝으로는 커피 향과 이곳이 고양이 아지트임을 알려주는 냄새가 섞인 채로 느껴졌는데 흡사 고양이 세상에 초대받은 기분이 들었다.


대부분은 펫 샵에서 볼 수 있는 품종이 아니라,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길고양이들이었는데 대부분은 이곳에서 생활한 지 오래되어 보이는 성묘들이었다.

<사진 속 감자는 좀 더 안정적인 공간이 필요해 보였다>


나는 '망고 & 감자'라고 부르기로 했다.


- 엄마랑 헤어지고 구조된 2개월 된 남아 녀석은 커피가 담긴 머그잔과 비슷한 크기일 정도로 작은 녀석이었는데, 꼬물꼬물 내 옆으로 와서 잠드는 모습에 반해 버렸고 입양 후에는 망고(芒果 : 망꿔)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이유는 대만 망고를 미친 듯이 좋아해서였다. 


- 길에서 아사 직전에 발견된 다른 하나는 이제 한 살 된 여아였다. 그동안 잘 먹지 못해서였을까? 아니면, 늘 쫓겨 사는 삶에 지쳐서였을까? 구조된 후 이곳에서도 덩치 큰 터줏대감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 카페를 운영하는 집사님도 그런 모습이 안쓰러웠는지 녀석을 말없이 꼭 안아주었다. (내가 얼른 데려와야겠구나 싶었다) 그리고 감자(馬鈴薯:마링슈)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이유는 내가 그때 회오리 감자를 팔고 있었서였다.





신원 확인부터 입양까지

입양 전 나는 여러 확인 절차를 거쳐야 했다. 정식 보호 기관은 아니었지만 그들은 진지하게 고양이들을 보호하는 사람들이었고, 내가 믿을 수 있는 집사인지에 대한 확인을 요청했다. 게다가 나는 외국인이었으니 더 조심스러울 수밖에.


그래서 나는 시간이 될 때마다 카페에 방문을 했다. 가는 길은 쉽지 않았지만 그곳에서의 시간은 즐거웠다.


결국 더 이상의 입양 희망자는 나타나지 않았고, 카페에서도 더 이상 망고와 감자를 기존 고양이들과 함께 두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기에 나에게 입양을 하기로 했다.



입양 조건. '중성화 수술'과 종종 연락하기

감자는 이미 중성화 수술을 마쳤지만, 망고는 어렸기에 예방 접종부터 마쳐야 했다. 추가로 보증금 4,000元 (한화 약 16만 원)을 맡겼는데, 이는 중성화 수술 후 돌려받기로 했다. 마지막으로는 내가 거주하는 곳에 직접 방문까지 하여서 꼼꼼히 둘러본 후에 분양 절차가 끝이 났다. 외국인이었고 초보 집사였기에 여러 가지로 확인이 필요했던 것이었다.

<다행히 둘은 싸우지 않고 잘 지냈다. 망고가 식탐이 많은 것을 제외하면 모든 것이 평화로웠다>


어느덧, 셰어하우스의 마스코트가 되다

대만에서 5번째 집에 살 때 고양이를 입양했는데, 한 달 만에 다시 이사(자세한 사연은 '대만에서 5년 동안 이사만 9번 편'을 참고)를 하게 되었다.


새롭게 이사하게 될 집은 셰어 하우스로 활용할 계획이었는데, 고양이들이 잘 지낼 수 있는 환경인지도 충분히 검토 후에 계약을 마쳤다. 다행히 새로운 환경에서는 고양이들이 좋아하는 캣타워도 만들어주고 내 방은 해가 잘 들어서 녀석들이 아침 시간에는 자주 머물렀다. 그렇게 시간은 훌쩍 지나 버렸고 애기 망고는 어느덧 성묘가 되어 버렸다. (정말이지, 금방이더라)

<3차 예방 접종을 갔을 때 의사 선생님은 비만 주의보를 발령했지만, 아무도 막지 못했다. "망고는 이 사실을 알까?" >


셰어하우스에 장기간 거주했던 '다양한 친구들' 그리고 잠깐잠깐 대만 여행을 왔던 나의 지인들에게 망고와 감자는 신기함 그 자체였다. 반대로 보면 한국에서 어느 외국인이 개도 키우고 고양이 키우는 모습을 보는 것과 비슷하게 생각하면 될 듯하다. 사실 나도 고양이를 키우고 싶었는데, 진짜로 키우게 될 줄은 몰랐다. 어느덧 둘은 나와의 관계를 넘어 다양한 사람들과 어울리는 집고양이들이 되어가고 있다.



고양이라서 다행이야

<둘이는 전생에 부부였나? 싶을 정도로 잘 지냈다. 한 번은 감자가 가출을 해서 1주일 만에 아파트 옥상 해서 발견을 했다>


현재는, 새로운 집사에게

그렇게 5년이 넘는 대만 생활 중에 절반이 넘는 3년이라는 시간을 '망고와 감자'가 함께했다. 그리고 이별은 갑작스럽게 찾아왔다.


고양이 때문에 셰어하우스에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고양이를 사랑했던 대만 친구 보위는 이직을 하게 되면서 이사를 해야만 했고 이미 정이 들어버린 '망고와 감자'를 데리고 가면 안 되느냐? 고 물은 것이다.


처음에는 거절 의사를 밝혔지만 나도 한국으로 귀국을 준비하면서 고민을 하던 찰나였다. "한국으로 데려가는 게 좋을지 아니면, 이곳에서 더 좋은 집사님을 만나는 게 좋을지" 말이다. 고민 끝에 보위가 키우면 '망고와 감자'도 행복할 것 같았다. 무엇보다 보위 또한 진지하게 원했다. 그것이 서로에게 더 나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보위가 데려간 지 어느덧 2년이 흘렀다. 그들의 관계는 이제 인간과 동물 관계를 넘어선 듯하다>


이렇게 보위는 가끔씩 페이스북으로 소식을 올려주고 있다. 나는 미안한 마음에 정기적으로 사료를 보내주기로 약속했지만, 그 마저도 한국으로 돌아온 이후에는 못 지키고 있다. 언젠가 다시 대만을 가게 되면 사료와 츄르를 잔뜩 사들고 갈까 한다. 비록 망고와 감자가 더 이상 나를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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